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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수괴 '이등박문이 을사조약 성공?'···황당한 교과서

이토 히로부미 처단한 후 '대한민국만세', 당시는 개념도 없었다

이성민 기자 | 기사입력 2014/12/10 [11:40]

침략 수괴 '이등박문이 을사조약 성공?'···황당한 교과서

이토 히로부미 처단한 후 '대한민국만세', 당시는 개념도 없었다

이성민 기자 | 입력 : 2014/12/10 [11:40]
▲ 오는 18일 방영되는 EBS <을사늑약 100년의 진실> 한 장면. 이토 히로부미가 대신들을 협박하는 장면을 재연한 모습. 사진=EBS방송 캡쳐     © 이성민 기자

[플러스코리아타임즈=이성민 기자]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오는 2016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배포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350여개에 달하는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초등<역사> 교과서 실험본 95쪽. 제공=역사정의실천연대     © 이성민 기자

실험본 95쪽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설명하면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 러시아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 것이었다"고 적었는데, 국새를 위조해 강제로 맺은 을사늑약을 두고 이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 을사늑약 한국어본. 독립기념관 소장     © 이성민 기자


9일 역사정의실천연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실험본에서는 크고 작은 오류 350여 개가 발견됐다. 작년 연말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고종황제가 외국에 보낸 을사늑약 반대 국서. 독립기념관 소장     © 이성민 기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조선 말기 국권침탈 과정을 묘사한 부분에서 일본의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다.

실험본 96쪽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설명하면서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에 대해 러시아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 것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이는 일본이 당시 매국노 친일파들과 짜고 국새를 위조해 찍은 을사늑약으로 정상적인 양국 간 맺은 조약이 아닌 것을 감안 하면 ‘성공적이라는 표현은 한국 교과서가 아니라 일본 측 입장에서 쓴 일본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라는 것이 역사정의실천연대의 설명이다.

실험본은 또 일본이 우리나라의 의병을 탄압하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의병 대토벌'(93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일본은 군대를 늘려 전국의 의병들을 소탕하고자 했다'(94쪽)고 서술했다.

특히 교과서 실험본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후 외친 '코레아 우라'라는 러시아 말을 가리켜 '대한민국 만세'라고 설명했는데(95쪽), 의거가 일어난 1909년 당시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지적했다.

또 일본이 우리나라의 소년들을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하는 사진을 싣고서 '전쟁에 동원된 소년들 깃발에는 미영격퇴라는 글이 써 있다'라고 서술했지만(113쪽), 사진 속 글자는 '미영격멸'로 돼 있다.

이 같은 오류는 광복 이후 현대사 서술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실험본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다룬 1979년 당시 신문 기사를 설명하면서 '18년간의 유신 체제가 끝나게 됐다'(146쪽)고 기술했지만, 이 부분도 잘못된 설명으로 꼽혔다.

'박정희 정권'이 18년간 이어진 것은 맞지만 유신체제는 1972년부터 시작돼 '18년간의 유신 체제가 끝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런 엉터리 교과서로 이미 전국 40여 개 초등학교에서 정식 수업이 이루어졌다"며 "교육부는 그동안 국정으로 발행된 다른 교과서의 문제점도 진단하고, 교과서 발행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역사정의실천연대 성명서 전문.
 
[성명서]

“초등 역사(사회5-2) 국정 교과서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그 동안 정부와 교육부가 주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 검토 논란’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이 시대착오적인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초등역사(사회 5-2) 교과서 실험본을 분석하였다. 이 책은 현재 초등학교 4학년들이 6학년이 되었을 때 배울 교과서로 초등학생의 역사인식 형성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뿐 아니라, 중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인식과 국정교과서 개발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분석을 위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일어났고, 여러 연구자들의 분석 결과를 종합할 시점에서는 모두 참담한 마음에 말문을 잃었다.

우리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실험본은 이번 학기에 전국의 40여개 초등학교에서 실제 수업에 활용된 교과서들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편찬 기관 공모가 이루어졌으니, 2014년 2학기에 실험본 교과서를 현장에 보급할 때까지 약 2년 동안 개발 작업이 진행된 결과다. 같은 교육과정의 중학교 검정 역사 교과서에 겨우 7개월, 고등학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1년 4개월 가량의 시간을 준 것에 비하면 2년이라는 시간은 완성된 교과서를 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분석 결과는 그 동안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굳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내놓은 근거들 모두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사실로서 보여주었다.

그 동안 정부와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명분으로 각계의 최고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하여 오류와 이념 편향성이 없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실험본은 그 주장이 완전히 허구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로 엄청난 수의 오류, 무성의한 편집과 엄청난 학습량, 편향된 역사인식 등 역사 교과서가 가져서는 안 될 거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실 오류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명백한 사실 관계 오류, 부정확한 표현과 역사적 맥락을 잘못 기술한 내용이 무려 350여개로 쪽당 2개에 이른다. 이는 작년에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검정을 통과하여 사회 문제가 되었던 교학사 교과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 교과서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와 같은 검정 절차를 거쳤다면 절대 합격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성의한 편집과 중·고등학교 수준의 엄청난 학습량도 심각한 문제다. 같은 사진을 반복하여 사용하거나, 고증을 거치지 않은 삽화, 독서의 흐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편집 등은 교과서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단원에 따라서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수준의 지식이 나열되어, 역사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누숙경직도’(11쪽)와 같이 역사교사도 잘 모를 역사용어가 남발된 것도 걱정스럽다.

초등학생들에게 편향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박정희 정권에 관한 서술에서 군사 정변과 유신 독재의 실상을 왜곡하는 서술, 새마을 운동을 경제 발전과 연결시켜 과도하게 평가하는 서술, 산업화 과정과 경제 발전이 가져온 변화를 제시하면서도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 대한 고민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교과서로는 우리 역사와 사회를 균형 있게 바라 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친일과 독재 미화로 학교 현장에서 외면 받은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방식이 여러 곳에서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제가 한국의 의병을 ‘토벌’(93쪽), ‘소탕’(94쪽)했다거나 일제강점기 동안 쌀을 ‘수출’(96쪽)했다는 표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나라’(157쪽) 등의 표현은 교학사만의 서술 방식 그대로이다.

교육부는 실험본이기 때문에 지금 부터라도 수정하면 된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2년간의 시간을 투자하고도 왜 제대로 만들지 못하여 지금 이 같은 문제가 외부에서 지적되는지 교육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대로 수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려니와 설령 수정하여 다시 발행한다고 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명백하게 잘못된 실험본 교과서로 이번 학기에 공부한 학생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초등 역사(사회 5-2)교과서의 문제가 바로 국정 발행체제의 모순이 집약된 현상으로 이해하며, 교육부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1. 교육부는 실험본 교과서를 회수하고, 이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

1. 교육부는 그 동안 국정으로 발행한 다른 교과서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후 더 이상 국정제로 교과서를 발행하지 않도록 교과서 발행 체제를 전면 재검토하라.

1. 겨우 이 정도의 국정 교과서를 발행할 능력 밖에 안 되는 박근혜 정부는 중등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14년 12월 09일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동대표: 김정훈(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박범이(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신승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완기(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정동익(사월혁명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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