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행각, 국민은 ‘중대’ 여당과 청와대는 ‘사소’ 왜 그럴까?
‘박정희 학습효과’로 인한 오판이 부른 인사참사 ‘문창극-김명수’
오주르디 칼럼 | 입력 : 2014/06/19 [18:47]
[민족/통일/역사=플러스코리아타임즈 오주르디] 문창극 총리후보자와 김명수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친일 논란에 대해 언론과 야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가 정말 두 후보자의 칼럼과 논문조차 검색해 보지 않았을까.
‘칼럼과 논문’이 경력의 전부인 총리-부총리 후보자 검증
그렇게 보기 어렵다. 설령 박 대통령의 수첩이나 최측근의 천거에 의해 내정된 것일지라도 청와대 비서실이 최소한의 검증은 했을 거라고 봐야 한다. 총리후보자 경력의 전부가 언론사 기자이고, 부총리 후보자는 교수 경력이 전부다. 이런 사람을 검증할 때 칼럼과 논문을 뒤져보는 건 상식이다.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이뤄졌다면 당연히 이 정도 기본은 거쳤을 것이다.
‘최소한의 검증’만으로도 문창극·김명수 두 내정자의 친일적 행각은 쉽게 포착된다. 청와대 비서실도 이들의 친일적 주장과 발언을 검증과정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아무리 청와대 비서실이 무능하다 해도 이 조차 할 줄 모르는 바보와 천치만 모여 있는 곳은 아니다.
친일 행각을 확인하고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인사청문회 낙마의 단골메뉴인 탈세, 탈루, 투기, 병역 등에 두드러지는 하자가 없으니 밀어붙여도 된다고 확신했던 모양이다.
친일행각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한 듯
이들의 친일 성향이 국민에게 알려진다 해도 여론이 악화거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 흠결로 작용하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가 될 거라고 예상했더라면 ‘문창극-김명수’ 카드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친일에 관대하거나 친일적 성향에 젖어 있는 정권이라는 걸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적극적으로 친일을 조장하지 않을지언정 친일 행각을 ‘별반 문제될 거 없다’ 쯤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여론은 달랐다. ‘친일 문창극’이 총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70%에 육박할 정도다. 태반의 국민이 친일을 큰 문제로 인식할 뿐 아니라, 친일 성향의 인물이 공직을 맡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이들의 친일 성향을 중대한 흠결이라고 본 반면, 박근혜 정부는 ‘사소한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왜 이런 엄청난 시각차가 생긴 걸까.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국민은 ‘중대한 흠결’ 청와대는 ‘사소한 것’, 왜?
지난 대선 때 박정희의 친일 행각은 박근혜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정희 친일 행각’을 대선 무대로 끌어 올렸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그가 박근혜 후보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 발언은 임팩트가 상당했다.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겁니다. 한국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고는 사대매국 한일협정 밀어붙인 장본인입니다. 좌경용공으로부터 나라 지킨다면서 유신독재 철권 휘둘렀습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습니다.”
이정희 후보의 ‘다카키 마사오’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구진영의 치부인 친일 문제가 대선무대에 등장하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인터넷 공간을 후끈 달궜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발언은 진보진영 각성보다 보수진영을 자극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집이 일어나며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대선 무대는 막을 내렸다.
다카키 마사오 가문 대이어 대통령 배출, 여기서 만들어진 ‘학습효과’
‘박정희 친일 행각’이 ‘박근혜 낙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이런 경우가 많다. 대표적 사례가 김무성 의원이다. 화려한 친일 가계를 자랑하는 그 역시 집안의 ‘친일 내력’이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아 지금도 건재하다. 여당지지층에서 친일 전력은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학습효과’가 청와대로 하여금 오판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일제에 충성 맹세한 ‘다카키 마사오’의 친일행각도 선거판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문창극 친일 발언 쯤이야 어찌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안일한 판단이 화를 부른 셈이다.
다카키 마사오와 문창극은 다르다. 설령 박정희의 친일 행각이 과(過)라 해도 그가 이룩한 공(攻)이 크므로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보는 게 여당지지자들이다. 하지만 문창극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전력에서 친일 주장을 상쇄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친일 주장만 덩그라니 남는다. 청와대가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
‘박정희 학습효과’가 부른 인사참사
‘박정희 학습효과’에 매몰돼 문창극에게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 게 화근이 된 거다. 일제에 대한 충성 혈서 맹세에도 불구하고 대 이어 박근혜 가문을 대통령으로 밀어준 국민들이니 ‘문창극-김명수’ 부류의 사소한 친일 행각쯤이야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판단이 또 다시 인사참사를 부르고 말았다.
‘문창극-김명수’ 사례에서 확인 된 게 있다. 박근혜 정권이 친일 행각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뿐더러 충분히 용납될 수 있는 사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다카키 마사오 학습효과’로 인한 오판이 부른 인사참사가 바로 ‘문창극-김명수’ 사태다. 친일을 당연시하는 습관이 몸에 밴 정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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