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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옥상의 잠자리.

옥상의 잠자리가 반갑고, 오히려 사람보다 낫습니다.

강욱규 시인 | 기사입력 2014/08/23 [06:58]

[수필] 옥상의 잠자리.

옥상의 잠자리가 반갑고, 오히려 사람보다 낫습니다.

강욱규 시인 | 입력 : 2014/08/23 [06:58]
▲ 고추잠자리 광경     © 暻井 시인.
[플러스코리아 타임즈=수필] 잠자리가 한 해 이 맘때면 어김없이 옥상에 날아듭니다.

옥상에 저는 담배 하나 피워 시름을 날려버리고, 휴식을 갖기 위해 찾습니다.

옥상에는 작은 조경이 되어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이름 모를 야생 나무도 몇 그루 있고, 달개비꽃도 피고 그외 억새도 있구요, 또 덩쿨식물도 있고, 몇 가지 다년생 잡초들도 있습니다.

왜 옥상에 조경이 있는가 한 번 생각해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건축법상 건물을 세우고 준공허가가 나야 건물을 사용할 수가 있고, 준공허가가 나기위해서는 그 건물의 넓이에 비례하여 일정한 조경면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옥상에 조경을 만들면 필요조경면적에서 옥상 조경면적의 1/2를 합산시켜 줍니다. 물론 단서조항도 있습니다. 전체조경면적의 1/2를 옥상조경면적이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건물들의 경우 준공허가를 위해 건물 주변에 나무를 임시로 심었다가 사진만 찍어 서류를 꾸미고, 사진을 찍은 후에는 나무를 뽑고 주자시설로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옥상조경도 그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대부분 조경만 해놓고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쨋든 옥상에 식물이 있으니, 휴식겸 찾는 저로써는 반가운 일입니다.

옥상에 그냥 콘크리트더미로 쌓여 있는 것보다 이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요?

어느 날 다른 건물의 옥상을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자리 두 마리가 교미를 위해 서로 매달려 날고 있더니 옥상에다 알을 놓는 것 같더군요.

그제서야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옥상에 자주 오는 잠자리도 혹시 여기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연어처럼 자신이 태어난 곳에 오는 것은 아닐까?

잠자리는 유충때에는 수중곤충이었다가 번데기 이후에 잠자리가 되면서 비로소 공기호흡을 하는 곤충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을 그렇게 하니 탁 무릎을 치게 되더군요.

제가 어릴 적 자란 마을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비오는 날이면 잠자리가 교미를 위해 서로 두 마리가 한 몸이 되어 붙잡고서 연못의 수초 위에 알을 놓던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옥상에 식물이 없었다면? 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식물이 없었다면 아마 엄마 아빠 잠자리도 이 곳에 아들 딸들을 낳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더욱 옥상의 이 식물들이 반갑고 올 때마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 옥상에 오는 잠자리는 불과 두 세마리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가까이 날아오는 척하다가 곧 사라지고 또 주위를 돌다가 다시 다가오기도 합니다.

슬쩍 팔을 올리거나 마치 논에서 새들을 쫓듯이 그렇게 과잉행동을 하면 그들은 곧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나 허수아비처럼 천천히 행동하고 천천히 그들을 지켜보면 그들은 눈치를 슬쩍 보는 듯이 주위를 돌고 또 다가오고 또 벗어나고를 반복하며 점점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어쨋든 이맘때면 그들이 참 반갑습니다.

매 구랍의 잠자리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있다는 것이, 생명체가 생명체를 찾는다는 뭐 그런 애정이라면 과하고 그냥 우정? 우정이라고 해도 서로 아는 것도 없지만요. 하지만 어쨋든 생명체들은 서로 친하고 싶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도 바쁠 때면 금방 담배 하나 펴 버리고 곧장 다시 사무실로 내려가지만 시간이 조금 있을 경우 그들을 관찰해봅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나쁜 녀석들이거나 또는 밉상스러운 존재들은 아닌가 봅니다.

어쩌면 그들이 나쁜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해를 끼치기도 하는데, 그들은 뭔가 저한테 주는 것도 없으면서 기분 좋게 합니다. 마치 환하게 인사하고 안부 묻고 또 이야기 잘 받아주고 그런 친구 같습니다.

옥상은 그래서 한 해 이정도 시즌이면 참 좋습니다.

식물들도 푸르싱싱하고요, 잠자리도 그냥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말입니다.
시인, 칼럼니스트,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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