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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없는 장소의 운명,인천 중구에 재현된 일본거리에서

김창수 위원 | 기사입력 2007/05/14 [13:39]

아우라 없는 장소의 운명,인천 중구에 재현된 일본거리에서

김창수 위원 | 입력 : 2007/05/14 [13:39]

인천 중구청은 지난 해 1월 23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총 예산 4억3천2백 여 만원을 들여 현 중구청 앞길이 개항기 당시 일본 조계지역이었음을 착안해 현재의 건축물들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중구청이 밝힌 사업 목적은 “볼거리 제공을 통한 관광객증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몰역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래는 인천문화재단(www.ifac.or.kr)에서 발행하는 비평지 <플랫폼> 최신호에 실린 김창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발췌하여 싣는 것에 동의해 주신 인천문화재단과 김창수 위원께 감사드린다. 이 글의 전문은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일본식 상가 건물을 재현하거나 복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특정 국가와 관련된 문화유산라고 해서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의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가 남긴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도 영유권 문제나 종군위안부 문제와 같은 한일간의 갈등이 산적해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유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의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이다. 그러한 태도가 감정적으로 표출될 수 있으나 이를 식민체험의 콤플렉스라고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과거에 체험한 모든 사건과 우리 앞에 남아 있는 모든 유물을 역사의 소산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일체의 가치를 상대화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일체의 가치를 부정하는 몰역사주의로 귀결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과거’와 ‘역사’, ‘유물’과 ‘유산(전통)’은 분별되어야 한다.

 



    ▲ 일본풍의 중국가게 © 김창수


중구 일대에 현존하는 인천부청이나, 일본제1은행, 제58은행, 제18은행 등을 복원하여 일제의 금융제도나 식민지 수탈관련 자료를 수집 전시하는 사업은 근대금융사나 민족사적 의미를 지닐 수 있겠지만, 일본 상가와 주택을 외관만 ‘아름답게’ 치장해놓고 이를 역사의 수탈의 현장 교육 장소라고 주장한다면 우리에겐 이중의 수치를 강요하는 하는 노릇이다.




‘일본거리’ 재현 사업은 무질서한 간판들을 정비하고 낡은 건물들이 말끔히 단장함으로써 중구청 앞길의 가로 경관을 개선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일대의 장소적 가치를 오히려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례는 서울 북촌 일대의 한옥마을 조성사업에서도 벌어졌다.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기와 지붕만 올린 가짜 한옥들로 인하여 한옥의 가치와 한옥마을 조성사업 의미를 반감시키고 만 것이다.  ‘일본거리’ 조성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 획일적 외관 © 김창수


파사드만 일본풍으로 눈가림한 건물에서 중국 문화 상품을 팔고 있는 모습으로 방문자들을 감동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지자체마다 ‘장소 만들기’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있는데,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만 보려는 편협한 시각이 문제다. 문화유산은 지속적인 문화창조를 가능케 하는 물적 매개물이나 상상의 원천이라고 보고 그 창조적 가치에 충실할 때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또한 막연한 향수나 동경을 빌미로 과거의 유산이나 장소를 복원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사건이나 인공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향수는 ‘고통이 제거된 기억’(Lowenthal)이다. 이런 유물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공동체의 현재나 미래와는 무관한 과거지향적 향수이며, 당시의 맥락을 도외시한 이른바 ‘위생처리된 유산’에 탐닉하는 일종의 페티시즘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조성된 아우라(aura)없는 거리가 장소감각을 상실한 도시 생활자들의 소외된 감각을 자극하여 일순간 눈길을 끌 수 있을지는 모르나, 모든 세트장의 운명이 그렇듯이 결국은 버림받는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콘크리트 목조 외장 © 김창수

[사진과 글은 김창수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며 민족문제연구소(http://www.minjok.or.kr/)에서 보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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