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수학 중인 박인현 박사가 환자 피부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역분화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 줄기세포 연구 흐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제1저자로 참여해 네이처지에 발표된 그의 연구 결과는 난자 없이 다양한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만능(iPS)세포`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연구진이 성과를 올린 데 이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황우석 박사가 추진해 왔던 체세포 복제 방식 연구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만능세포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일본ㆍ미국 정부 적극 지원 나서 = 일본 문부과학성은 앞으로 5년 동안 100억엔(약 832억원)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내년 예산도 당초 책정액보다 10억엔을 더 추가해 22억엔을 배정할 예정이다. 올해 만능세포 연구 예산보다 무려 8배나 증액된 것이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처음 만능세포를 개발한 만큼 연구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또 문부성은 종합 전략안을 마련해 교토대에 만능세포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연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 정부 역시 야마나카 교수의 경쟁자로 불리는 제임스 톰슨 위스콘신-메디슨대학 교수의 역분화 연구 결과가 나오자마자 전폭적인 지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 한국 줄기세포 연구 2% 부족 = 2005년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줄기세포 연구와 지원은 양적인 면에서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 과학계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7월 `셀 스템셀(Cell Stem Cell)` 발표에 따르면 한국 연구자들이 저명 학술지에 발표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논문은 세계 4위에 올랐다. 특히 국내 연구자들은 파킨슨병 척수손상 혈관파괴 등 치료와 관련한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체세포 복제처럼 한국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연구를 주도하는 분야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역분화 연구는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줄기세포 연구 예산도 경쟁국에 크게 못 미친다. 줄기세포 지원도 증가세에 있지만 절대 규모는 물론 국내총생산(GDP) 대비 줄기세포 연구 투자비도 뒤지고 있다. 정부의 올해 줄기세포연구 지원 예산은 342억원으로 2005년도에 비해 39%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GDP 대비 투자액은 미국 대비 20분의 1,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각각 6분의 1과 4분의 1 수준이다. ◆ 주도권 다시 쥐려면 =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 전문가들은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유행을 좇기보다는 인력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먼저 나서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윤영섭 터프츠의대 교수는 "야마나카 교수에게서 역분화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기간이 6년 소요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줄기세포 원천기술 연구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개발 예산이 미국 대비 20분의 1 수준인 현실을 볼 때 한국은 단 몇 개 분야에서라도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연세대 교수)은 "지난해부터 역분화가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하고 있어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건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특정 유전자나 저분자 물질을 사용해 역분화를 시도하거나 배양 조건을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연구를 5~6개팀이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해 인간의 피부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일본 과학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환자 치료가 10년 내 가능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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