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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는 '중도실용' 을 바르게 자리매김 해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는 말조차 한동안 유행해"

박효종 칼럼 | 기사입력 2009/10/06 [15:06]

정운찬 총리는 '중도실용' 을 바르게 자리매김 해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는 말조차 한동안 유행해"

박효종 칼럼 | 입력 : 2009/10/06 [15:06]
▲ 박효종 한국선진화포럼 편집위원,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 플러스코리아
이명박호(號)의 제2기 항해를 책임질 조타수로 정운찬 총리가 발탁됐다. 시기적으로 볼 때 배가 순항하고 있는 중이어서 조타수의 역할에는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인다. MB 국정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경제회복속도도 빨라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국정은 엄숙한 것이기에 들뜬 마음보다는 "지금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는 글자가 새겨진 솔로몬반지의 금언을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정 총리 취임을 맞아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도실용에 관한 올바른 자리매김이다. 중도는 글자그대로 '가운데 길'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융통성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오공의 여의봉(如意棒)을 상기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중도의 위력은 생전 오를 것 같지 않던 MB지지율을 단숨에 끌어 올린데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명심해야한다. 중도는 정책에 대해서 가능할 뿐, 국가이념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왕조시대의 신하들은 자신의 충정을 표현할 때 "하늘의 해가 하나인 것처럼 임금도 하나"라는 말을 썼다. 이것은 왕조시대의 전형적인 화두지만, 민주시대에도 공동체의 기본가치에 대한 태도가 어떠해야함을 말해준다. 여기서 '임금'을 '헌법적 가치'로 바꾸면 무리가 없다.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국가이념에 대하여 과연 또 다른 대척점에 해당하는 가치들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 국가이념은 일부 선각자들이 지적 상상력을 발휘해 독단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다수가 합의하여 만든 것으로 헌법이 그 결정체다. 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땀은 물론 피를 흘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의 헌법적 가치가 처음부터 꽃피기에 현실은 너무나 척박했고 그런 점에서 이 땅에 외롭게 심어진 한 알의 씨앗과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천 배의 열매를 맺었다. 이에 반해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이질적 가치를 표방한 북한은 어떻게 되었는가. 경제적 번영은커녕, 자유와 인권조차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가이념을 소홀히 해왔다. 심지어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는 말조차 한동안 유행했다. 사실 이처럼 헌법적 가치를 나침판 삼아 살아온 우리 삶에 대한 모욕도 없을게다. 요즈음 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부정하는 말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권과 창의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말없이 헌신한 정신과 노력들을 모욕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이념은 바뀔 수 없다. 배의 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하늘의 '북극성'과 같은 것이 국가이념이다. 그러나 배의 속도가 빨라야할지, 암초를 피해야할지 등등, 항해의 구체적 문제들도 고민해야한다. 바로 이런 유형의 문제야말로 정책에 관한 문제다. 당연히 정책은 경합적이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가지고 다툴 수 있고 복지의 폭과 질 문제에서 경쟁할 수 있으며, 미디어법이나 비정규직 법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다. 때때로 격렬하게 다투고 경쟁해야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중도실용은 싸움꾼처럼 되어버린 야당조차 무력화시킬 정도로 인기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MB정부는 중도실용을 파는 데만 신경을 썼지 질(質) 관리는 소홀히 했다. 정책에는 좌·우·중도가 있을 수 있지만, 국가이념에도 좌·우·중도가 있는 것인지, 혹은 헌법적 가치는 한갓 보수의 가치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공동체전체를 아우르는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것인지, 명쾌한 입장표명도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교통정리를 할 때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진보와 보수, 여야가 무한경쟁을 하다보니 헌법적 가치조차 특정 정치사회세력의 기득권이나 정파적 이념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예를 들면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대립되는 제도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고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체제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다. 그러나 이것은 가치관 혼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자유·평등·시장경제로 요약되는 국가이념은 우파보수만의 가치가 아니라 좌파진보는 물론 중도의 가치도 되어야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의 기본에 해당되는 국가이념을 분명히 할 때 중도실용은 보다 힘찬 탄력을 받을 수 있고 MB정부도 순항할 수 있다. 신임 정 총리는 이 점을 각별히 의식하고 국정에 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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