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지난날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관련 의혹을 검증한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 활동이야말로 정운찬 총장 시절 가장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모범사례라고 꼽는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정운찬 전총장과도, 황우석 박사와도, 혹은 서울대 조사위원회 어떤 교수들과도 이해관계가 없는 현직 언론인이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특정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문턱에 와있는 우리 나라 과학이 한걸음 더 전진하려면 지난날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연구검증방식을 반드시 재평가하고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모범사례로서가 아니라 결코 따라해서는 안될 나쁜 선례로서 말이다. 주요 선진국의 연구검증 원칙과 서울대 조사위의 활동을 비교해보자. 1. 국제 기준 무시한 졸속조사 → 조작의 실체적 진실 외면 주요 선진국의 경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연구진실성 조사를 정운찬 총장 시절 서울대는 불과 한 달만에 끝냈다. 뭔가 아주 중요한 항목을 생략했기 때문에 그렇다. 서울대는 누가 어디까지 조작했는가를 반드시 밝혀내는 국제관행을 무시한 채 단 한달간의 조사로 책임소재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 책임자인 황우석 박사에게 모든 조작의 책임을 물은 뒤 조사를 종결시켰다. 이는 또 다른 소모적 논쟁을 반드시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졸속조사이다. 체계적인 조사단계를 밟아 한 해 10여 건의 논문조작을 밝혀내는 미국 연방정부의 보건생명분야 연구진실성위원회(ORI)와 서울대 조사위원회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이처럼 서울대는 처음부터 누가 어디까지 조작했는가?라는 책임소재 규명을 회피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이언스 논문에 보고된 모든 세포를 가짜세포(미즈메디 세포)로 만든 공동연구자 미즈메디측의 심각한 업무방해와 조작을 은폐시켰다. 이후 검찰조사와 법정공방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보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수많은 과학자들은 황우석 박사에 대한 호불호에 상관없이 당시 국정원이 보호하던 서울대 연구실에서 연구실의 족보와도 같은 줄기세포 메인라인을 무단으로 없애고 들고나오고 교체시킨 미즈메디 김선종 연구원의 행각은 있을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황을 초동수사를 담당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전혀 파악하지도 않았고, 파악할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이를 감지한 미즈메디 과학자들은 서울대 조사과정 내내 자신들의 과실을 대표 책임자 황우석 박사측에게 떠넘기위한 조직적인 말맞추기를 행했다. 다음은 법정(15차 공판)에서 공개된 미즈메디 관계자들 사이의 전화녹취록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지금 다른 연구자의 허물을 핑계로 황박사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황박사이든 누구이든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국립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도대체 사이언스에 보고된 11개 줄기세포가 어떻게 모두 가짜인가?라며 충격과 허탈감에 쌓여있던 온국민과 전세계의 궁금증 앞에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진실을 밝히기는 커녕 오히려 왜곡과 혼란을 가중시킨 원인제공을 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2. 비전문가의 확정적 발표 → 특허 상납 줄기세포 논문은 줄기세포 전문가가 검증해야하고, 처녀생식 논란은 처녀생식 전문가가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들 중에는 줄기세포 전문가도, 처녀생식 전문가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명희 위원장은 자신의 전문성에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 위원장직을 고사한 적이 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심지어 처녀생식 검증을 주도했다는 다른 조사위원들은 알고보니 사람 난자를 단 한번도 관찰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실제로 에베레스트산을 가봤느냐는 의혹을 검증하면서 에베레스트는 커녕 히말라야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로 검증위원회를 꾸린 셈이다. 서울대는 비록 조사위원 중에는 관련 전문가가 없었지만 외부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자문을 얻었다고 반론을 편다. 그러나...그 분야 비전문가인 조사위원들이 어떤 기준과 잣대를 갖고 해당 분야 외부전문가를 선정·청취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면서도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단 2주일간의 검사로, 그것도 DNA 지문분석이라는 한 가지 조사방법 만으로 황우석 팀 1번 줄기세포를 체세포 복제가 아닌 처녀생식 줄기세포로 발표했다.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외신기자들까지 몰린 기자회견장에서 처녀생식 검증은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대의 업적이라고 자신있게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직후 같은 서울대 교수들조차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했고, 심지어 비전문가인 검찰수사에서도 일부 사실이 뒤집혀졌으며, 정명희 위원장 본인도 단지 처녀생식 가능성만 제시한 것이라며 고백했다.
아직도 서울대는,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들의 논문에서도 황우석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라는 결론이 나온 만큼 결론만큼은 맞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법정에서는 그동안 황우석 1번 세포를 검증해온 서울대, 카이스트, 미국 하버드 의대 등 다양한 기관들이 써온 모든 방법을 사용, 종합적으로 재검증해본 결과 NT-1은 처녀생식이 아닌 진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라는 과학적 증거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번 세포를 처녀생식으로 단정지으면서부터 이 분야 특허권은 외국 경쟁자들에 유리한 환경으로 조성되었다. 실제로 황우석 팀이 주저앉는 순간 한 때 황전교수의 공동연구자였던 미국의 섀튼 교수는 자신 단독의 줄기세포 특허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특허청에 진입시켰다. 이는 그를 검증한 미국인들조차도 빌린 기술이라며 도용의혹을 인정한 특허였다.
현재 황우석 팀의 1번 줄기세포 특허는 전 세계 10개국에 출원된 가운데,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호주에서 특허등록단계에 진입했지만, 호주 특허청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특허증 발급을 유보시켰다. 황우석 박사측에게 특허등록증 발급비용을 내라는 공문까지 보낸 직후에 결정된 납득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호주 특허청에서 특허발급을 유보한 이유는 다름아닌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유발시킨 처녀생식 논란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외국 특허당국의 입장에서는 같은 한국인, 그것도 같은 대학에서 처녀생식이라 단정적으로 발표한 사안에 대해 특허증을 발급하는 것에 크나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한국 특허청 역시 지난날 서울대가 내놓은 처녀생식론 때문에 황우석 특허등록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해외 경쟁자들은 황우석 특허의 등록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하지만 특허등록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졸속으로 진행한 처녀생식 단정발표인 것이다.
3. 피조사자의 반론권 무시 → 반인권적 마녀사냥 미국 연구진실성위원회(ORI) 규정은 논문조작으로 조사를 받게 된 피조사자의 반론권을 분명히 규정해두고 있다. 한편 조사결과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왜냐하면 의혹에 휩싸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과학자로서 평생의 불명예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2중~3중으로 피조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지않으면 대학이나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장기간의 소송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이런 원칙에 비춰 마녀사냥에 가까울만큼 피조사자인 황우석 박사의 반론권을 인정치 않았다. 법정에서는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박사를 조사한 것은 차마시면서 고작 1시간 면담한 것이 전부였으며, 조사결과가 도출된 뒤에도 관련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그러면서도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중간발표, 기자간담회, 최종발표까지 무려 3번에 걸쳐 조사결과를 언론에 노출시켜 일방적으로 연구책임자를 욕보였다.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반인권적 여론재판이 이뤄진 것이다. 4. 재현실험 부여안함 → 소모적 논란의 원인제공 에디슨은 전구실험으로 자신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파스퇴르 역시 재현실험으로 세균논란을 잠재웠다. 황우석 박사 논란이 한창이던 때 일본 동경대에서는 2차례 이상의 재현실험 기회를 부여해 다이라 교수의 RNA 관련 논문조작 논란을 종결지었다.
이처럼 복잡한 과학논쟁이 가장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연구자가 직접 자신의 진실을 실험으로 입증해보이는 재현실험에 있었다. 공동연구자 사이의 복잡한 고소고발 및 엇갈린 진술이 이어지던 황우석 논란의 경우도 가장 강위력한 진실규명 수단은, 줄기세포 직접 만들어보라며 재현실험기회를 주는 것에 있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도 조사 초창기에는 재현기회부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최종발표를 하며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재현실험 기회를 달라는 황우석 박사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정운찬 당시 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현실험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을 것임을 못박았다.
천문학적 돈과 난자를 언급하며 재현실험을 거부한 정운찬 총장. 그러나 이후 감사원 조사결과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황우석 연구팀에 지원되었거나 계획된 정부 연구비 429억원 중 295억원은 서울대에 건립된 연구시설비였다. 그리고 순수연구비 106억원 중 38억원은 서울대 본부와 타 교수들에게 분배되는 성격의 간접연구비, 위탁연구비였다. 다시말해 황우석 팀에게 지원된 천문학적 연구비의 거의 절반 가량은 서울대 전체에게 지급된 금액이었고, 황우석 특허 역시 서울대 명의로 된 대한민국 기술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 기술이 진짜인지 가까인지를 밝혀내는 재현실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돈없다고 거부하는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성난자가 소중한 줄 안다면, 그렇게 확립된 배반포 기술까지를 쓰레기통에 쳐박고 문닫아버리는 것이 과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인가? 이처럼 재현실험 기회라는 국제관례 상식까지도 거부한 채 황 박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 채 조속히 종결시켜버리는 서울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당시 정부 관료까지도 날선 비판을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은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팀 기술에 대한 재현실험기회를 부여했어야하다는 응답을 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의 무려 94%가 재현실험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답했다.(한길리서치, 2009.5.9~10일, 성인1천명 전화면접) ▲ 출처 : 한길리서치연구소,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관련 여론조사보고서 2009.5.11 당시 재현실험 기회를 부여해 진실을 규명했더라면 오늘날 3년 반에 걸친 장기간의 소모적 공판은 물론, 특허확보의 위기까지는 피할 수 있었다는 국민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현실험 기회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정운찬 총장 시절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역사의 재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다. 5. 관련의혹 덮기 → 형평성 논란(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미국 연구진실성위원회(ORI)는 조사과정에서 붉거져나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책임소재를 가릴 것을 명시하고 있다. A라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 B나 C에 대한 새로운 팩트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줄기세포 논문을 조사하는 와중에서 매우 중대한 추가 조작 의혹이 나왔다. 황우석 박사팀과는 상관없이 미즈메디 병원이 미국 NIH에 등록시켜 지원금을 받던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와, 서울대 의대 문신용 연구팀의 성과로 정부지원 세포응용사업단에 신고된 서울대 수정란 줄기세포가 사실은 똑같은 줄기세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미즈메디 수정란 세포와 서울대 의대 수정란 세포가 똑같다는 의혹은 다름아닌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조사보고서에 담겨져있었다. 서울대가 공개한 최종조사보고서 별첨자료에는 사이언스 논문 관련 여러 줄기세포에 대한 DNA 분석자료가 실렸는데, 여기에서 노성일 이사장의 미즈메디 병원 줄기세포와 문신용 교수의 서울대 의대 줄기세포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별첨자료 (2006.1.10)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자신들이 의뢰한 DNA 분석결과 나온 이 명백한 팩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기고 : 시골피디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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