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야제 행사에서 美쇠고기 수입반대 논란
사회부 | 입력 : 2008/05/18 [05:10]
5.18의 변질이냐, 현대적 변용이냐. 17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기념일 전야제의 대부분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내용으로 채워져 전야제 성격을 두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의 전야제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1980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날 전야제는 재현 행사가 크게 축소된 대신 정부의 쇠고기 수입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야제가 원래 모습을 잃어버렸다', `시국 현안에 대한 민중의 목소리를 냈다'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주로 성인 시절 5.18을 경험했던 중장년층에게서 나왔다. 시민 이모(51)씨는 "진압군과 시민군이 대치했던 당시의 치열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전야제를 찾았는데 오늘 행사에서는 민주 영령에 대한 추모의 의미가 퇴색한 것 같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느 촛불문화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주화를 위한 열망으로 모든 시민들이 `대동단결'했던 5.18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일부 진보적인 단체들이 행사를 주도함으로써 정치적인 색깔이 지나치게 짙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만 매달리기 보다는 `지금 이곳'의 문제에 눈을 돌리는 전야제였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표출됐다.
주모(29.여)씨는 "5.18의 진정한 정신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사인 쇠고기 문제를 다룸으로써 5.18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고 평가했다.
수십년째 같은 내용의 행사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중차대한 시국 현안을 저항 정신과 연결해야 5.18의 화석화를 막고 새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치러지고 있는 5.18 전야제.
어느 성향의 단체가 전야제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행사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5.18이 오늘날 갖는 의미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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