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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인간행동도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생물학적 진화법칙의 결과다

문화부 | 기사입력 2008/01/20 [03:17]

책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인간행동도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생물학적 진화법칙의 결과다

문화부 | 입력 : 2008/01/20 [03:17]
책◇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데이비드 바래시 외 지음·박중서 옮김 

“인간 행동도 동물과 다를 바 없이 생물학적 진화 법칙의 결과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도 성공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 후세에 전수하려 진화해 온 유전자들의 집합체라는 것.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본성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 진화생물학의 안경으로 ‘오셀로’ ‘보바리 부인’ 같은 서양 고전을 들여다봤다. 동서고금의 문학작품이야말로 현대 과학보다 훨씬 전에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을 해독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얘기.

저자는 남녀 간의 연애, 질투, 바람(간통) 등 비윤리적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동물적 본성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경쾌한 문체로 설명한다.

남성의 수컷 본성을 잘 보여 주는 건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1604년경). 베네치아 군부대의 사령관 오셀로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가 다른 남자와 잤다고 의심해 아내를 죽이곤 자신도 자살한다. 어찌 보면 이 비극의 핵심은 남자의 질투다. 남성은 수컷이고 수컷은 더도 덜도 아닌 정자일 따름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셀로는 오로지 정자일 뿐이고 데스데모나는 난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한 명의 정자 제공자는 수많은 난자 제공자를 수태시킬 수 있다.” 많이 교미할수록 많은 후손이 생기니 암컷보다 수컷이 교미 상대를 많이 찾는다. 그런데 수컷 한 마리만 그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다. 경쟁이 일어난다. 경쟁자끼리 질투한다. 결과적으로 오셀로의 질투는 아둔하고 치명적이지만 남성의 피할 수 없는 본성이다.

문학사에서 오셀로의 동지는 많다. ‘아서왕 이야기’에서 아서 왕은 아름다운 아내 기니비어 때문에 젊은 기사 랜슬롯 경과 싸우다 패하고 만다. 영국 시인 초서의 걸작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주인공 아르시타와 팔라몬은 감옥 창살 너머로 함께 훔쳐본 한 여인을 동시에 사랑하게 된다. 한때 군신(아서왕과 랜슬롯)과 동지(아르시타와 팔라몬)였던 남성들이 질투 탓에 경쟁관계로 돌아선다.

동물의 오셀로 중 대표적인 것은 엘크(말코손바닥사슴). 엘크 수컷은 발정기 동안 극도로 호전적이 되어 다른 수컷을 경계하고 질투한다.

흥미로운 점은 암컷도 이런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바람을 피우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방탕은 수컷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보바리 부인’(1857년)은 이런 점을 잘 드러낸다. 이 소설은 평범한 시골 의사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한 아내 에마가 불륜을 거듭하다 자살하게 된다는 내용.

에마가 남편의 평범함에 만족하지 못했듯 수컷들이 경쟁하는 동안 암컷은 ‘더 나은 배우자를 선택’하려는 욕망을 품는다. 흰눈썹울새는 번식기에 수컷 목이 푸른색으로 변한다. 동물학자들이 수컷 하나의 목털에 푸른색 스프레이를 뿌려 색을 진하게 했더니 이미 짝짓기한 암컷도 이 수컷 주변에 몰려들어 ‘혼외정사’를 시도했다. 남편이 흰눈썹울새의 선명한 푸른색 목털(외모와 부)을 갖지 못했으니 바람을 피운 것도 당연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1813년)은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소설에서 베넷 부인은 딸들을 돈 많은 독신 남성과 결혼시키려 안간힘을 쓴다. 동물 중에서 공작새 암컷은 가장 멋진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한다. 다음 세대에 자손이 멋진 꼬리를 가지길 바라는 본성 때문이다.

책 곳곳에 유머러스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음욕(간통의 욕망)은 인간에게서 쫓겨난 적이 없다. 아이에게 아이다움이 있듯 어른에게는 간통이 있다”는 식이다. 

문학작품의 복잡한 인간 심성을 오로지 동물적 본성으로 읽어낸 저자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생물학과 인간 본성에 관한 현대 과학의 최신 지식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재미있는 독서를 해보기”에 알맞은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젠 진부하기까지 한 소재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왜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지 알게 된다.

동물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가 고금의 고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을 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함께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원제 ‘Madame Bovary’s ovaries’(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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