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리, 공명하다 /김기수 쓰러진 빈 병이다 한때 꽉 찼을 자신의 성분을 잃고 투명 표피만을 남긴 채 누운 거다 제 위장의 내용물을 한 잔 한 잔 비운 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격랑을 치른 후 비워내고 누운 자와 채우고 누운 자가 이 일은 쌍방과실이라며 한참을 응시한다 취기는 삶에 대하여 용서를 키우기도 하지만 공허도 키운다 막힌 단소처럼 유리병이 우는 듯 멎는 듯 공복의 소리 방바닥으로 굴려낸다 무슨 명목으로 서로는 서로를 갈망하고 무슨 명목으로 서로는 떼어낼 수 없는가 아무도 설명 듣는 이 없는 밤 주정 소리는 눅눅한 레코드판처럼 흐느적거리며 천정에 부딪혀 공명(共鳴)되어 돌아오는데 불러들일 그 누구도 없는 것인가 머~언 대륙의 삼국시대 영웅들의 주병과 난세를 쥐락펴락 흔들었을 한 여걸의 생애를 생각한다 그들도 빈 병처럼 누워 휘어가는 제 숨소리를 들었으리라 언제나 별을 노래하자던 젊은이는 없고 이제는 노을이 붉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굽어오는 운명의 여인을 맞이해야 한다 스카프에 감기는 거친 호흡은, 어디도 닿지 않는 갈증의 소리 그 외침인 것을 차디찬 유리창은 공명의 통로가 되어 하늘로 하늘로 산란 하는데 … 학의 무리가 꺼~꺽 달을 가른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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