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길 역사소설 옥전여왕(玉田女王)] 제 가야 왜의 연합전선 3회

안문길 | 기사입력 2018/04/02 [16:38]

[안문길 역사소설 옥전여왕(玉田女王)] 제 가야 왜의 연합전선 3회

안문길 | 입력 : 2018/04/02 [16:38]

               제 가야 왜의 연합전선 3회

 

 

▲ 안문길 소설가    

신라가 저토록 안하무인격으로 앞서 나가고 있으니 이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성왕은 왕자 여창과 좌평, 달솔, 은솔 들을 모아놓고 신라의 독선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의논하였다.

 

저들의 횡포를 좌시 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도 저들에 맞서 힘으로 대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왕자 여창은 이에는 이, 귀에는 귀의 대적론을 내세웠다.

 

그렇습니다. 저들의 행위를 그대로 보고만 있으면 그 기세가 어디까지 뻗칠지 예측 할 수 없을뿐더러 금관가야 등 가야국을 멸망시킨 위세로 우리의 사직도 넘볼 것이옵니다.”

 

내신좌평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하오나 지금 수도의 천도로 국고가 많이 수축되어 있고, 성을 구축하느라 백성들이 노역에 지쳐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벌어 완벽한 준비를 한 연후에 저들과 맞서야 하지 않을까 사료 되옵니다.”

 

내두좌평은 시기가 이르니 좀 더 시간을 벌자고 주장하였다.

 

지금의 형세로 보아 신라의 기세가 점점 사기충천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시각을 지체한다면 시기를 잃고 말 것입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촌각을 아끼지 말고 군사를 일으켜 저들의 기를 꺾어야 할 것입니다.”

 

병관좌평은 신라와의 일전을 불사해야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렇습니다.”

 

내전 회의는 신라의 만행에 군사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지금 출정할 수 있는 군사는 이만을 넘지 못하오니 신라의 삼만 군과 대적하기에 힘이 부치는 듯합니다. 주변국에 원병을 청하여 신라군을 괴멸함이 어떠하신지요?”

 

왕자 여창이 성왕께 아뢰었다.

 

짐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지. 금관가야의 멸망으로 가야 전국이 분노에 끓고 있으니 이번에야말로 신라에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역설해서 적개심을 북돋도록 해야겠네. 군의 사기나 전쟁에 대한 당위성도 가질 것이고……. 대가야의 가실왕에게 친서를 보내 원정군을 보내줄 것을 청해 보겠네. 신라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왜국의 흠명천황에게도 군사를 모아 줄 것을 부탁해 보도록 하지.”

 

성왕과 왕자 여창은 곧 군사를 일으켜 신라군을 섬멸하기로 결정하였다.

 

성왕의 계획대로 대가야에서는 신라와의 일전을 각오하고, 다라국 왕자 문룡을 대장군으로 삼만의 대군을 보내 백제를 돕기로 하였다. 그리고 왜국의 흠명천황도 신라가 무도하여 천황을 두려워 하지 않고, 고구려와 마음을 함께하여 주변의 평화로운 나라에 창칼을 멋대로 휘두르니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분노하며 일천 명의 정예 군사를 뽑아 함선에 싣고 광번기를 날리며 대해를 건너 사비성으로 진군 하였다. 흠명천황은 금관가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므로 나라의 멸망에 대한 회한과 망향의 그리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백제, 가야, 왜군으로 조직된 연합군은 백제 왕자 여창을 총대장군으로 하고 성티산성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며 백제와의 대회전에 전의를 불태웠다.

 

지난번 백합야 전투에서 고구려군은 우리 백제군에게 대패하여 북으로 도망쳤으니 이번 신라와의 결전에 신라를 도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김무력이 이끄는 신라군은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우리 군이 곧 신주를 공격할 것으로 생각하고 신주 사수를 위해 만방의 수비 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역이용하여 괴수들의 수도인 금성으로 직접 쳐들어 갈 것입니다.”

 

신라는 나제동맹을 어기고 백제가 수복한 땅을 빼앗아 신주를 세우고, 금관가야에서 망명한 금관가야의 왕자 김무력을 성주에 세워 신주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대장군 여창은 신주를 무시하고 신라의 심장부인 금성으로 쳐들어 갈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대장군 여창은 성티산성에서 나와 구타모라에 요새를 구축하고 첫 번 목표인 진성공격에 나섰다.

 

진성은 주성인 관산성으로 가는 주요 거점이다. 백제군이 이 곳 지형에 익숙하니 선봉에 서도록 하여라.”

대장군 여창은 백제군을 앞세워 진성을 공격하려 하였다.

 

아닙니다, 우리 가야 군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어떤 전투이든 첫 번 전투가 전체 전투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만큼 절치부심 오늘을 기다린 가야군이 선봉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 장수가 벌떡 일어나 가야 군이 선봉에 설 것을 역설 하였다. 가야군의 대장군 다라국 왕자 문룡이었다.

 

우리는 천황의 명을 받들어 죽음을 각오하고 이 전투에 참여 하였습니다. 고국을 떠나올 때 우리 모두는 한 잔의 술을 나누며 사나이답게 죽기를 맹세하였습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등을 보이는 비겁함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첫 번 전투는 우리 왜군이 앞장 설 것입니다.”

 

왜장 유지선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의견이 분분 하였지만 결국 선봉은 왜군이 맡기로 하고 좌에, 가야군 우에 백제군이 양측에서 호위하며 진성으로 진격하기로 결정하였다.

 

저항이 거셀 것이다. 날아오는 화살과 투척을 피해 당차로 밀고 들어가 성문을 깨뜨려라.”

 

명령이 떨어지자 연합군은 일제히 진성으로 밀고 들어갔다.

 

뜻밖에 백제가 진성을 공격하자 신주를 공격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신라로서는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를 찔린 신라에서는 급히 각간 우덕과 이찬 탐지 등을 파견해 연합군의 공격을 막았다. 연합군은 대군을 몰아 함성을 크게 지르며 성으로 돌진하였다. 신라군의 저항은 의외로 거세서 화살과 돌멩이들이 하늘을 덮으며 연합군을 향해 날아왔다.

 

퇴각하라!”

 

연합군 진영에서 퇴각의 북소리가 울렸다.

 

돌격하던 연합군이 말머리를 돌려 본진으로 퇴각하였다. 그리고 전열을 정비한 연합군은 또다시 함성소리와 함께 성을 향해 돌진하였다. 이번에는 첫 번째 공격보다 더 많은 화살과 돌멩이들이 날아왔다.

 

퇴각하라!”

 

이번에도 퇴각의 북소리가 울렸다. 연합군은 또다시 공격을 멈추고 본진으로 돌아 왔다. 연합군을 격퇴시킨 신라 진영에서는 크게 기뻐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그러나 이것은 신라군의 화살과 돌멩이를 소모시키려는 연합군의 작전이었다. 그 결과 세 번째 공격에서는 하늘을 덮을 듯 날아오던 화살이 반 이상도 날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연합군이 쇠뇌로 한꺼번에 화살을 날리고, 투석기를 성 가까이 대고 투척을 해대니 무수한 화살과 돌덩이가 성안으로 날아가 신라군을 살상하고 성벽을 부숴뜨렸다. 때마침 연합군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성 너머로 바뀌어 불고 있었다.

 

고게끼!”

 

왜군 대열에서 공격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왜 궁수들이 솜에 기름을 묻힌 불화살을 성을 향해 일제히 쏘아대었다. 불화살은 바람들 타고 성안으로 날아가 성채를 불태웠다. 궁수 중 막기위사기는 불화살을 특히 잘 쏘았는데 그의 화살은 성안 멀리까지 날아가 성안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성안이 불바다를 이루자 신라군들은 갈팡질팡 대열이 흩어지고 말았다.

 

도스게끼!”

 

왜군의 공격대장 막기무연의 돌격명령이 떨어졌다.

 

공격명령과 함께 뒤쳐져있던 사다리 부대가 앞으로 뛰어나가 성벽에 사다리를 걸쳤다. 그리고 당차를 밀어 성문을 부수었다. 그러자 곧바로 칼을 빼든 왜검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성벽으로 기어올라 신라군을 맞아 칼을 휘둘러 적을 베기 시작하였다. 왜검사들은 본국에서 검술로 정평이 나있는 고수들로 웬만한 칼잡이들이라면 그들과 겨룰 수 없었다. 신라군들은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주하기에 바빴다.

진성은 곧 함락 되었고, 첫 번 전투에서 연합군은 대승을 거두었다.

 

그 결과 전쟁의 노획물로 남녀 사만 여명과 말 팔천 필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잡힌 사람들은 두려움보다 모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이렇게 나라가 자주 바뀌는 거지? 저번에 고구려 사람이었다가 어제는 신라 사람, 오늘은 백제, 가야, 왜의 사람이 되었군.”

 

서로 이해하고 평화롭게 살면 될텐데. 매일 싸움박질이니 어디 마음 편히 살 수가 있겠나.”

 

노인들은 혀를 차며 불평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싸움은 계속되었다. 진성을 함락한 연합군은 곧 관산성 탈환에 들어갔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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