暻井. 십 몇 년간의 울화를 짱박고 쑤셔넣고 외면하려 애를 써 오지 않았던가? 한꺼번에 아귀처럼 달려드는 생각에 사무실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그를 만나면 안되겠기에 옥상으로 도망간다. 담배불로 예기를 피하고 있으니 개미들이 걸음으로 글 쓰고 있다. 흩어진 돌들 글자처럼 보인다. 에어컨 환풍기가 맹렬하게 그것들을 조합하려하는 것 같다. 사직서라는 것을. 가뭄에 화단의 마른 나무가 장마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에게는 오고 내게는 안 올듯하다. 담배 하나 더 피워본다. 적이 죽은 척하고 있다. 나는 속은 척하고 하늘을 본다. 비 오더니 구름 사이 태양 보인다. 날씨는 좋아지구나 미소나 지어볼까 했더니 거짓말 같다. 시체가 된 마음 또 살아나긴 하겠지 부활 안해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 기계의 부품이 되어야 한다. 더한 삶도 많은데 사치부리는 건 아닐까? 거짓말로 세뇌하며 계단을 내려온다. 얼마나 더 거짓말을 해야할지?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인, 칼럼니스트,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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