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는 계절에 /김기수
무심천 벚꽃이 필 때 이 땅에 봄이 왔다며 기뻐하다가 사흘도 못 가 바람은 향기를 잃었고 벌들은 방향을 돌려 먼 숲 속으로 떠나갔습니다 그 꽃 길을 찬양했던 무수한 발길이 떨어진 꽃잎을 무참히 짓밟는 발길이 될 줄은 혀 나간 신발 한 짝이 나뒹구는 걸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개울가 왕버들 씨눈 돋으며 환호하던 이파리들이 굴삭기 굉음에 휘말려 뿌리 채 실종되었습니다 녹음 푸르르던 아버지의 굴참나무 이파리가 신음소리 내는 갈빛으로 뒹굴고 요양원 한 켠에서 남은 봄을 세어보는 아버지의 손가락을 조물조물 만져보고서야 생명의 앙상함을 알았습니다 그토록 사랑한다며 행복해 하던 내 지인의 부부가 이별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돈벌이가 시원찮아 지자 성격차이라는 변명으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선거 철 내가 찍어준 자칭 머슴이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고는 완장의 위력으로 권패가 되어 나타날 줄은 익히 알고도 매번 속아 준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데 그다지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만 계절에 뒤틀린 내 영혼의 봄은 벚꽃잎 하나에도 속절없이 하늘로 던져집니다 작은 바람에 원초적으로 흔들리며 애걸하지도 않는 그렇게 문득 일깨워 주고 가는 꽃 어쩔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를 순리라 합니다 실종된 영혼에 위안이 될 비문 한 줄 찾아 나섭니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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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우주= 白山 김기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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