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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리의 쓰레기가 아니다"

이은영님 글 | 기사입력 2007/10/19 [17:27]

"우리는 거리의 쓰레기가 아니다"

이은영님 글 | 입력 : 2007/10/19 [17:27]

 
        우리는 거리의 쓰레기가 아니다.
                                              이은영
 
  48년 세월 짧은 인생
 길거리에서 마차를 끌고 살아도
 오순도순 내 아내와 자식들을 보며
 살아 왔다네
 이리저리 떠다니는 길거리 인생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았지
 번듯한 가게 하나 미끈한 자가용이
 부럽지도 않았다네
 가진 것 없어도 하루를 사는 인생이라도
 남에게 나쁜짓 한적 없고 탐내지도
 않았었지
 그저 마차 한대에 내 인생 싣고
 손톱 아프게 일하고 발바닥 부르트게
 거리를 서성이며
 한 푼 두 푼 소박한 미래를 꿈꾸던
 인생이었다네

 나는 붕어빵 당신은 떡볶이를 팔며
 어려워도 아들 대학도 보내고
 안 쓰고 안 먹으며 허리띠 졸라메고
 살아 왔는데...
 누가 우리를 범죄자로 취급하여
 용역깡패에게 얻어 맞고
 피 흘리며 거리에 내동댕이 쳤는가
 여보, 미안해. 나같은 가난뱅이 만나서
 사람취급 못 받고 길거리에서
 고생만 죽도록 하고
 이렇게 깡패들에게 얻어맞게 해서...
 노점 못하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일은 인력 시장에라도 나가 봐야지
 노가다라도 해서 우리 아내 고생 그만
 시켜야지
 두 손 꼭잡고 밤이 새도록 당신과 나눈
 가난한 사랑
 그러나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었소
 남들처럼 우리도 살 수 없는가
 길거리 인생에게 더이상 갈 곳이 없는가?
 내 인생의 벼랑 긑에서
 나는 발을 그만 헛디디고 말았다오

 나는 가오
 죽음으로 풀 수밖에 없는 이 치욕과 분노를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남겨두고 가는
 발길 떨어지지 않는데
 울지마오
 나는 길 위에서 자식을 키웠고
 길위에서 부서진 마차를 부여잡고 울었으며
 길 위에서 내 아내가 얻어맞고 짓밟혀
 쓰러지는 피눈물 나는 아픔을
 두눈 스라리게 보아야만 했다오

 나는 이제 그 길에서 세상을 하직한다네
 그러나 나와 같은 인생을 슬퍼만 한다고
 해결이 되나
 내 아내여, 내 동료들이여
 노점상이 거리에 쓰레기도 아니고
 미관을 해치는 두통거리가 아닌 것을
 삼사백 용역깡패들을 동원하고
 31억 예산을 처들여
 쳐부수고 짓밟아 처분해야 할
 불법집단이 아님을
 우리도 자식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야 할
 어엿한 시민인 것을
 당당하게 주장하며 맞서 싸워
 지켜내야 하지 않는가
 
 짓밟으면 더 질기게 일어나는 잡초처럼
 꺽어도 부셔져도 다시 살아나는 들풀처럼
 내 아내여,
 내 죽음을 딛고 더 강하게 살아주오
 내 동료여, 더이상 슬퍼하지 말고
 끝내 싸워 이겨주오
 마침내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치욕과 절망을 깨부수고
 우리도 한번
 인간답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밟히는
 가을 낙엽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나
 누구나 대접 받으며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말일세
 

* http://cafe.daum.net/nowar4 [풀뿌리 민중]에서 기고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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