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고현자 시인 | 입력 : 2014/10/22 [00:57]
은행나무 高玄子 도량 끝 진혼 골 깊게 패인 회색빛 고령이 장엄하다 나를 비우고 있는 걸까 누구를 버리고 있는 건가 이따금 눈썹 하나씩 떨구기도 한다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서 살쩜을 찢어 공작 고사리 손을 만들고 뜰 앞에 순정을 바쳤지 법당 안 염불소리에 쉰을 훌쩍 넘어 버린 옛 추억은 바닥을 노랗게 채워가고 구도하는 목탁소리로 지켜낸 사계 한잎 두잎 마음을 내려놓으시는구나 오늘도 나를 비우는 연서가 쓸쓸히 계절을 깎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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