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고현자 시인 | 입력 : 2014/07/31 [08:58]
능소화
고현자
고행의 수도승처럼 담장 위를 수행하신다
억겁의 윤회 지나도 닿을 수 없는 삼생의 인연법은 심장의 징검다리를 건너 침묵한 능소화의 슬픈 전설되어 서성인다
뙤약볕에 쫑긋한 나팔 귀 담장 밑으로 떨어져 폐부에 와 닿을 때 수줍은 듯 그늘진 미소가 조용히 누워 버린다
맑은 홍빛 생명의 숨소리마저 모두가 백색의 음성으로 머리끝을 오간다
그렇게 하루해를 채우고 나면 육신의 수분기 다 사라지고 먹보다 진한 뼈를 갈아내는 이 고된 계절 육도 육회의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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