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뜰
고현자 6월의 정원은 한창때다 태양이 볼륨을 높이면 어기적거리던 바람이 발 빠르게 달려오니 타들어 가던 흥분의 갈증도 쉬어가고 꼬리를 쳐든 여우비는 처마 밑 그림자 집어삼켜 허기를 채우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창을 닫지 않는다 슬금슬금 기어드는 사연 하나 폐부에 와 닿아도 간혹 빗방울의 손가락 하나는 알몸으로 찾아 들어와 주기에 말이다 담장 밑에 개망초는 천리향이라도 뿜어낼 기세로 바람따라 이리저리 드나들며 물수제비를 뜨듯 빗물을 튕기거나 하늘 바라기를 한다 깊숙이 자리 잡은 불혹의 작약은 풀밭에 주저앉아 아예 누워버릴 자세로 수채화 하나를 만들어 내려 애를 쓴다 땡볕에 그림자가 웅크리면 풍경은 새롭게 열리고 가장자리 잡초가 수태를 꿈꾸는 동안 내 인생의 빛깔은 갱년기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탈주해 버린 빗길의 공소시효 뜰 안의 정원은 비안양이나 하듯 오늘도 일찌감치 나를 훔쳐 보고 있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로필
시인, 작사가 한국 저작권협회 회원 현) 한국문인협회 청소년문학진흥위원회 위원장 현)플러스코리아타임즈 기자 일간경기 문화체육부장 역임 현)인천일보 연재 현)대산문학 대표 현)대산문예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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