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의 나라
백 학
젖어 가면서부터 어느새 후회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물 없던 나날과 물을 거부했던 나날과 물을 몰랐던 모든 나날을 자책한다.
젖어 갈수록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물에 대한 갈증과 물에 대한 슬픔과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스라친다.
한 방울의 물은 모든 물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니까 나의 견고함은 진흙의 성으로 구축한 착각이었다. 가늘게 떨어지는 물방울에도 되돌릴 수 없이 허물어지는 가식.
후회는, 물과 함께 온몸으로 들어온다. 기쁨이 기쁨인 것만 아니듯 괴로움이 괴로움인 것만 아니듯 물과 함께 바람이 허허로운 추억으로 쳐들어 온다.
나의 괴로움은 그 것이다. 내가 뚫어 놓았던 틈새들 처럼 내 몸에 뚫린 틈새로 관통하는 밤의 습한 기후들, 기후를 타고 넘나 드는 거부 할 수 없는 영혼의 갈망.
어리석게도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온통 젖어 버린 것이다. 삶의 이유가 후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환희에 찬 두려움이 내면의 틈새들로 속속들이 맺혀지는 것이다. 괴롭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늘소식=백학시인
많이 본 기사
하늘소식=백학시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