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수도꼭지를 튼다 쏴쏴 호스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호스가 제멋대로 머리를 흔든다 흰 물뱀의 대가리.
평소에는 납작 엎드려 죽은 듯이 있다가도 내 손이 딸깍 닿기만 하면 고개 빳빳이 쳐들고 혀 날름거리며 반갑다는 듯 무섭게 소리를 낸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부끄러워 얼른 통 속으로 숨어버리는.
한 번도 저 스스로 똬리를 틀어본 적 없고 댓 자 남짓 흰 몸뚱이를 움직여 앞으로, 또는 뒤로 갈 줄도 모르는.
돌아갈 숲을 잊어버린 길들여진 고놈은 내손이 닿기만 하면 독사가 되기도 하고 요부가 되기도 한다
조용한 밤 아무도 없는 욕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둘만이 나누는 은밀한 대화, 욕실 안이 환하다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33곡/ 동요 65곡 발표 *제54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작시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작시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평화예술대상, 도전한국인상 외 다수 *이메일:sunha3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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