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부 수립일인 9월 9일은 독자적인 년도 표기법인 주체연호 사용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주체연호는 김일성 주석의 출생 년도인 1912년을 원년(1년)으로 하며 김일성 주석 3주기를 기해 1997년 7월 8일 북한의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내각) 등 5개 기관이 공동결정서를 통해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올해 2015년은 주체 104년이 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주체연호 제정 목적이 김일성 주석의 혁명업적을 기리며 계승, 완성하는 데 있다고 한다.
주체연호 사용규정은 8월 25일에 중앙인민위원회가 채택했는데 각종 출판물과 문서, 증명서, 우표, 건축물 등 모든 연도표기를 주체연호로 하되 사용상 편의를 위해 주체연호 뒤에 괄호를 넣어 서기를 표기할 수 있다.
또 1912년 이전은 서기로 표기한다.
주체연호는 1997년 공식 등장했지만 이에 대한 구상은 그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1986년 4월 북한에 정착한 최덕신 전 한국 외무장관은 자신의 저서 김일성, 그이는 한울님(1988)에서 자신이 김일성 주석에게 자주력 혹은 주체력 사용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1997년 4월 14일 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에 실린 오영재 시인의 시 4월에 부르는 노래에 "…1912년을/김일성기원 원년으로"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독자적인 연호는 고대부터 국가나 정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상징이었다.
우리 역사를 보아도 자주권을 강조하던 시대에는 독자 연호를 사용하였고, 중국의 영향을 받을 때는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연호를 사용하였다.
한국의 독자적 연호도 있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원년으로 한 대한민국 연호를 1919년부터 1945년까지 사용하였다.
물론 이 연호는 임시정부만 사용했으며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해방 직후 미군정 시기에 서기를 사용하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후 다시 대한민국 연호를 일시적으로 사용하였는데 9월 25일부터는 단기를 사용하였다.
단기는 동국통감의 단군조선 건국해인 기원전 2333년을 원년으로 하며 1961년 연말까지 사용하였다.
1962년 1월 1일부터 한국정부는 개정 대한민국 연호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예수 탄생 시기를 원년으로 하는 서기(그레고리력)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서기를 사용하지만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들도 여전히 많다.
일본의 경우 일왕을 기준으로 연호를 사용하는데 1926~1989년은 쇼와(昭和), 1989~현재는 헤이세이(平成)로 부른다. (올해는 헤이세이 27년)
대만의 경우 중화민국을 건국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중화민국 혹은 줄여서 민국 연호를 사용한다. (올해는 민국 104년)
불교국가들 일부는 석가모니가 입적한 해인 기원전 544년을 원년으로 하는 불기를 사용한다. (올해는 불기 2559년)
태국의 경우 표준 불기보다 1년 늦어서 올해가 불기 2558년이다.
이슬람국가들은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622년 7월 16일을 히지라(이주, 도주라는 뜻의 아랍어) 원년 1월 1일로 하는 이슬람력을 사용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력을 사용한다.
페르시아력은 이슬람력과 같은 히지라를 원년으로 삼지만 태음력이 아닌 태양력이다.
이 밖에도 유대인이 사용하는 히브리력, 인도 국민력, 비크람력, 에티오피아력, 아르메니아력 등이 있다.
대부분 국가들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연호와 함께 서기를 병기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