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침공 ‘만2년째’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우크라이나 국민과 장병이 극심하게 고통받고 있다. 오는 2월 24일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측간 전쟁이 만 2년째에 접어든다. 지금까지 양국간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 피해가 나왔지만, 전쟁이 곧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총동원령을 선포하고도 병력 자원 동원에 난항을 겪고 있고, 사회 주요 간접시설이 40% 이상 파괴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인명 손실을 약 33만 명으로 평가한다. 러시아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는 최소 23만 명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양측의 주요 동맹국 모두 평화 합의의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상태로 양국 간 국경이 회복돼야 하며, 러시아 군대가 자국 영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러시아는 목표 달성까지 계속 군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뜻을 고수한다.
1000km에 달하는 전선은 2022년 가을 이후 그 모양은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제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러시아군은 점령 지역을 탄탄히 요새화한 상태이며, 우크라이나 측은 무기 부족을 호소한다.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동부 4개 주를 점령하여 크림과 돈바스를 러시아의 육상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하면서 나름대로 전략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고, 또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아우디이우카’에서 상당한 인명손실을 입고 철수하는 등 전반적인 전황이 우크라이나 군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독일의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은 막대한 군사적, 재정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했다. 우선 유럽연합(EU) 약 920억달러(약 122조원), 미국이 약 730억달러를 지원했다. 특히 서방이 공급한 탱크, 방공망, 장거리 포탄은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오래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을지 논쟁과 함께 최근 몇 달간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10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안보 예산 1050억 달러를 패키지로 처리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좌우하는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이스라엘 지원 법안만 처리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은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이 가자지구에 집중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무기지원이 급감하면서 전쟁지속능력 능력 약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일례로 미국에선 6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지원책이 마련됐으나, 국내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만약 다시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여러 차례의 논의와 협상 끝에 이번 2월 540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이 통과됐다. 특히 헝가리와의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었다. 또한 EU는 올해 3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포탄 100만 발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그 절반 정도만 전달할 수 있어 보인다.
● ‘서방지원 감소, 러의 자신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최전선인 하르키우 지역 북동부 도시 쿠피얀스크 인근 여단들을 방문한 뒤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가 지연되는 것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며 “포탄이 부족하고 최전선에는 방공 무기와 사거리가 더 긴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방 지원에 의존하는 장거리 포탄의 부족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방어선의 장비와 병력 등 목표물을 타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수 주 동안 전선에서 필요한 양의 단지 10%에 불과한 포탄을 공급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하면서 많게는 천 명가량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의 포병부대 지휘관들은 ‘아우디이우카’ 함락에 앞선 몇 주 동안 가장 치열한 전투 지역에서 무기 부족으로 전력이 마비됐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가 군사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에 완전한 통제권 확보를 주장하면서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공장까지 손아귀에 넣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부족은 지난 가을 이후 가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지만 의회의 벽을 우선 넘어야 한다. 에이태큼스 장거리 버전의 사거리는 300㎞에 달해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직접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현재 경제지원을 포함한 무기지원안이 의회에서 묶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대조적으로 러시아가 경제와 방위 산업을 대규모 군사 생산에 맞게 성공적으로 전환했으며, 이미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현재의 열세와 고전은 미국의 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으면서, 러시아가 초기 개전의 불리를 극복하고 상당한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 ‘러의 반전’ 대러 제재 실패
현재 러시아산 원유의 서방 세계 수출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2021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2023년 러시아 재정수지에 따르면 세입의 기둥인 석유와 가스 수출로 인한 수입은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일정 수준을 타격을 입히고 있으나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개전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는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석유를 내다 팔고 있고, 군수 산업에 필요한 부품들을 조달받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원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은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 ‘우호국’ 수출을 확대하며 수지를 맞췄다. 러시아의 발 빠른 수출처 전환은 전쟁 여력에 힘을 보탠 셈이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있는 코즈미노 항구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유조선은 3년 사이 2배 증가했다. 2023년 12월 이곳에서 수출길에 나선 러시아 원유 가운데 중국 대상 수출이 85%에 달했다. 경제 제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2024년 신흥국으로 구성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의 의장국을 러시아가 맡았다. 러시아는 이를 기회로 브릭스에 새로 가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과의 외교를 더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 휴전 관건 ‘미대선과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는 긴 소모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어느 쪽도 항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내에서 계속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가 장기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서방의 막대한 안보 비용 지출에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요원하며,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돕는 민주주의 진영의 정치·경제적 비용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크라이나와 러의 휴전은 가능할 것인가? 여기에는 다음의 시나리오가 병존한다. 미국 대선이 미칠 잠재적 영향과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는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고,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은 서방 연대의 우크라이나 지원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미국 대선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다음은 현 바이든 미 행정부의 두 개 전쟁 수행 가능성 지속 여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정책은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로 함축된다. 그리고 통합억제의 이면에는 미국의 국력이 예전 같지 않기에 동맹 및 우방 등 모든 가용 자원과 역량을 수평적·수직적으로 최대한 끌어모아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 질서의 호전 세력에 맞서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통합억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기 벅차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입장 또한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동맹이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자칫 한반도에 무관심할 때 북한이 군사적 모험주의로 나설 우려가 커진다. ‘두 개의 전쟁’ 영향으로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상황이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전략적 소통에 더 힘써야 할 때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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