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귀신과 보낸 하룻밤

못 말리는 낚시광의 한 여름밤에 소복처녀를 만난 으스스스한 얘기 한꼭지

삐딱이 | 기사입력 2007/03/16 [01:55]

귀신과 보낸 하룻밤

못 말리는 낚시광의 한 여름밤에 소복처녀를 만난 으스스스한 얘기 한꼭지

삐딱이 | 입력 : 2007/03/16 [01:55]
97년 여름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 무렵 이니, 벌써 10 여년 가까이 된 기억이다. 그 여름 휴가를 받아 가족들을 데리고 며칠 다녀 왔다.
 
(사실 휴가지 에서도 낚시는 했다..본격 바다 낚시는 비용이 엄두가 않나 던질 낚시 채비로 놀래미 몇 마리 잡아, 새꼬시 해서 맛나게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용한 밤 낚시의 분위기는 못 내는 것 같다.)
 
일주일 휴가중 이틀이 남아 후유증 없이 복귀 하려면, 집에서 비디오나 보며 쉬어야 옳겠거늘, 또 그넘의 손맛이라는 금단 증세가 나타나며 부들부들 떨리는 거다.
 
▲삐딱이의 낚시 광경. 차마 얼굴은 공개 못함.     ©사고뭉치

지금 회상 해보면 실소가 나오지만 당시엔 물가에 가고 싶은 갈증에, 나 스스로는 병을 인정 못할 정도로 미쳐 있었다. 마약중독자나 알콜중독자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한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그것과 비슷한 증상인것 같다.  (에고 내 팔자야~ 이건 병이여 병!..하하^^)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서 정말 친한 친구들은, 낚시 같은 취미는 한심한 놈들이나 즐기는 거라며, 그 돈이면 횟집에서 술 한잔 하거나 차라리 반두들고 천렵을 간다면 따라가도 그 짓은 따분해 못 하겠다는, 포악(?)스런 종자들이 대부분이다.
 
하기야 나 역시 그렇게 생각 했던게 불과 몇년 전 이었으니, 이해가 되긴 한다. 그래서 이넘 저넘 수소문 한 끝에 당구장을 운영하던 친구 넘과 같이 가기로 하고, 저녁 먹고 출발 하기로 약속했다.
 
이것 저것 낚시용품을 챙기고 기다렸건만, 몸만 달랑 온다는 이녀석이 9시가 가까워도  올 기미가 없다. 기다리다 못해 연락해보니 이넘 왈 "빅게임이 붙었다"나 뭐라나 하면서 못 온단다.
 
아~으 으흐흐~(앓는 소리) 요런 샹노무 시키덜!..ㅠㅠ
 
내가 지들 애인 생겼을때 여관비 보태 준게 그 몇번이며, 채였을때는 밤새 술 사먹여 주고 오바이트 할때 등 두드려준게 그 몇번인가, 어릴적부터 실속 없는 전천후 해결사 역할만 평생 해왔는데 ..부랄 친구란  8명중 동행 할놈 하나 없다니..
 
개눔들!.. 재수 옴 붙어서 왕창 잃어라..!
니들과는 이제 끝이다!..(근데 그게 무쟈게 힘들죠?^^)
 
암튼 쓰린 가슴을 줄 담배로 달래며 그넘들 돈 잃기만을 열심히 기도하며, 차를 몰고 달려갔다. 내가 향한 낚시터는 운영권 다툼으로 폐장된 커다란  저수지 였다.
 
 
논두렁을 가로지르고, 스산한 공동무덤을 지나쳐 자리를 찾았다.
 
수풀도 있고 물고기들이 이 여름에 피서 왔음직한 제법 적당히 차가운 수온을 가진 자리가 보여 낚시대를 두대 펼쳤다.
 
달은 반달이고 구름까지 짙게 끼어 하늘을 쳐다보면 달이 숨바꼭질 하는냥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저 건너편 멀리에서는 두팀 정도가 가끔 랜턴을 켜고 미끼를 가는 모습이 어스름 하니 보인다. 
 
전수받은 비장의 미끼
 
여기서 잠깐..나야 이제 초보를 막 벗어난 얼치기 조사였지만 몇십년씩 외곬수로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뻥도 심하지만, 특히 미끼에서 자신만의 비급(?)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비급을 비싼술 먹이고(나중에 알고 보니 흔한 수법이었다) 어렵사리 알아내 미리 만들어 뒀는데. 그 정보란게 이렇다.

 
고양시 벽제 삼거리 에서 파주 방향으로 가다가 일산 뒤편 탄현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자 마자 도계장(닭공장)이 있는데 거기 음료수 두병만 사들고 가면 왜 왔는지 다 안단다. 해서 순진하게 정말 그대로 따라 해봤다.
 
무작정 콜라1리터 짜리 두개를 들고 경비도 무시하고 들어갔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묻길 ``아저씨 닭간 얻으러 왔지요? 하면서 음료수를 채가며 따라 오란다.
 
공장 전체가 지독하게 역한 내음을 풍기는데, 그 냄새가 아주머니가 가리키는곳에서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작은 방만한 벽돌로 만든 탱크에 공장까지 길게  u자형 홈이 파여있고, 그 골을 따라 도살된 닭내장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그걸 중간에서 건져올려 간만 떼어내야 한단다. 한여름 더위에 땀은 나지 비위가 약해 차마 손을 못담고 주춤거리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하나를 따서 건네준다. 이 아주머니는 생업으로 이 역한 곳에서 일하지만, 나는 일부러 찾아온 미친놈 아니냐 그러면 나라고 못할게 뭔가?
 
담배 한대 물고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면서, 한 백여개쯤 따서 집으로 가져온후 소금을 약간 뿌려서 땡볕에 널어놨다. (당시엔 내가 생각해도 미친넘은 미친넘이여..ㅉㅉ)
 
닭간이 적당히 부패해 삭을라 치면, 봉지에 묶어서 냉동칸에 마눌 몰래 넣어 꽁꽁 해동 시켰다 다시 얼리길 수차례 반복했는데 그 비장의 미끼를 이제 사용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닭간이 얼었을때 바늘에 꿰어 던져 놓으면 물속에서 녹으며 부드러워 지고 메기가 환장한다는 거다. 당시엔 무조건 큰걸로 많이만 잡으면 되는줄 알았으니, 과히 어부라 해도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물체가  

멀리 건너 편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고, 그 큰  저수지 골짜기에 혼자 남아 있다는걸 알게 된것은 12시가 한참 넘을 무렵이었다. 어쨓든 비급이 효과가 있어서 였는지 메기만 한시간여 만에 20수 가까이 건지고 난 무렵이었으니 말이다.
 
바로 옆 풀숲을 살짝 돌아가는 곳에 낚시대 한대를 펴두었는데 붕어가 제법 올라와, 그곳에서 가스랜턴을 켜고 버너에 라면을 끓여 두꺼비 한마리 해치웠다.
 
두꺼비를 잡으면서 계속해, 한잔은 치사한 칭구넘들 돈 잃길 기원 하고, 또 한잔은 어쩌다 보이는 달님에게 고시래~! 하며, 나혼자 미친놈 처럼 키득키득 웃곤했다.(아~ 이게 무슨 싸이코 패스 짓이란 말인가..거기다 비도 오락가락 조금씩 흩뿌리고 있으니...)
 
그때 까지 혼자라는 기분 말고 전혀 무서움은 못 느꼈었다. 그런데 가스 랜턴이 연료가 떨어 지는지 갑자기 타타~탁! 소리를 내며 꺼져 버렸다.
 
▲     © 운영자
낚시 가방을 뒤져서 가스를 갈고 다시 불을 밝히는데, 새로 낚시대를 한대 펼친 자리 뒤켠 10여 미터 거리쯤에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사람이라니...갸우뚱? 헉 사람이?? 사람이.???....덜덜덜.........

그 순간 온몸의 세포가 얼어붙는 한기를 느끼며 억지로 다시 한번 확인하려 했지만, 너무 무서워 고개를 움직일수가 없다.
 
고개를 들어 다시 힐끗 보니 여자 였다. 악 소리 한번 못하고 물가에 그냥 주저 앉아 버렸다........(영화 보면 흔히 공포에 질리면 비명을 지르지만 그게 뻥이란걸 그때 알았다. 정말 무서우면 소리조차 못낸다.)
 
얼마나 무서웠던지 물에 주저 앉은 것도 몰랐으며, 식은 땀이  몸 밖으로 마구 솟구치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의 존재감이 그토록이나 무서울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의 공포감이란 영원히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조용 하기에 있는 용기를 짜내어, 랜턴을 들고 조심스래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보았다.
 
아뿔사...  ㅠㅠㅠ

처음 자리를 잡을때에는, 약간 틀어서 한대를 펼친 자리가 풀에가려 뒤편을 확인 못했었는데, 지금 확인하니 십여미터 거리에 무덤이 하나 있었고 그 앞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그 소나무에 동네 청년회에서 커다란 마대 자루를 묶어 쓰레기통 대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대자루 밑쪽부분에는 쓰레기로 꽉 차있고 윗쪽은 접혀 있어서 멀리 보면 사람이 서 있는것 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거기에다 검은 비닐 봉지가 둥그렇게 말려 그위에 얹어져 있으니, 그야 말로 영락 없는 소복입고 머리 풀어 헤친 여인의 형상 이었다.
 
그렇게 사람의 존재감은 확인되었지만, 한번 생긴 공포감은 없어지질 않았다. 계속되는 공포감에 낚시를 그만하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설려고 했다. 하지만, 차가 주차되어 있는 도로까지 나갈려면 불빛 하나 없고 인적 없는 적막한 저수지를 뛰어서도 십분은 걸리는 거리라는 걸 생각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더구나 중간에 거쳐서 가야 하는 공동묘지를 생각하면  너무 무서웠기에, 낚시를 접는 다는걸 포기했다. 가방을 뒤져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소주 한병을 까드득 소리를 내며 깐후 꼴깍 꼴깍소리를 내며 마셔, 타는 목과 메마른 정신을 달래며 낚시에 전념할 수 밖에.
 
그러나 나의 정신적 공황은 멈추어 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버릇이 밤새 계속 되었던 것.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날 낚시는 엄청난 조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
 
지금 생각해 본다면, 내 자신이 낚시 바늘에 걸려 밤새 허둥댔던 것 같다. 어쨓든 나의 정신세계는 끔찍했던 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드디어 새벽 동이 서서히 트고, 짙은 어둠은 푸르게 바뀔 무렵까지 공포는 계속 되었다.
 
그래도 낚시는, 좋은 것이여
 
밤 낚시 갈때 마다 느끼던 바지만, 새벽 무렵 물 안개에 휩싸인 풍경과 고요한 수면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생동감, 새들의 지저귐 ..이슬에 젖은 풀잎의 감촉들....
 
한마디로 자연의 은밀한 속삭임을 온몸으로 느끼는것 같은 고단함 속의 상쾌함은 겪어보지 않은 이는 절대 느낄수 없는 기분이다.
 
이제 생각 해보니, 그 맛 때문에 밤새 이슬에 젖고 모기에 뜯기면서도, 기꺼이 그 생 고생을 즐겼던 모양이다.
 
짐을 정리해 무덤을 지나고 논길을 따라  다시 나오면서, 햇살아래  다시 보이는 그 무덤군들이 전혀 무섭다 거나, 두렵지는 않았고  외려 평온하게 느껴졌다.
 
그후 오랫 동안 낚시를 즐기는 지인 몇을 빼곤 그 얘길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마눌은 지금도 모른다) 얘기 해줘 봐야 핀잔만 들을 것이고, 그 미칠 것 같던 기분을 달리 설명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굳이 한마디 더 하자면, 현재 작은 사업을 하다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다시 상쾌한 새벽내음을 즐길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걸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살다 보면 어려움이나 겁나는 것들 중  반 이상은 허상이거든...^^)
 
그날 낚시에서 잡은 물고기 들은 동네 쌀집 아저씨를 드렸는데 그분이 그걸로 가마솥에 매운탕을 끓여 질펀한 술판을 벌였다. 그 덕에 토박이들이 많아 겉돌던 새동네 살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데일리포스트(원본 기사 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포토]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1/23
연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