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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을 섬기는 주인

송영한 | 기사입력 2010/05/20 [09:54]

머슴을 섬기는 주인

송영한 | 입력 : 2010/05/20 [09:54]
100여년 전, 전북 김제시 금산면 용화마을에 이 마을 제일의 부자였던 조덕삼 씨와 조 씨의 마부였던 경상도 남해 출신 이자익 (당시 17살)머슴이 살았다. 당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남해에서부터 걸어서 김제까지 온 소년 이자익의 총명함을 알아본 조덕삼 씨는 그를 마방의 마부로 일하게 했다.

조 씨와 이 씨는 같은 날 테이트(한국명 최의덕)선교사로부터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고 조 씨는 자기의 사랑채를 교회로 내주었으니 오늘날 금산교회의 시작이다. 그뿐 아니라 조씨는 비록 자신이 부리는 머슴이지만 이자익을 아들(조영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신앙생활도 같이했다.

조덕삼, 이자익이 함께 예수를 믿은지 3년이 지난 1907년 금산교회는 장로 장립 투표를 했는데 묘하게도 두 사람이 후보에 올랐다. 신분의 양극화가 뚜렷했던 그 시절, 주인과 종이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투표결과는 놀라웠다. 이자익이 주인을 누르고 장로로 선출된 것이다. 술렁이는 성도들을 향해 조덕삼이 겸손히 말했다.

"우리 금산교회 성도들은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저희 집에서 일하는 이자익 영수(장로보다 낮은 직분으로 교회의 살림과 행정, 설교를 맡아서 함)는 저보다 믿음이 더 깊습니다. 그를 뽑아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자익은 장로가 된 뒤 테이트 선교사를 대신해 교회 강단에서 설교했고, 조덕삼은 교회 바닥에 꿇어 앉아 그의 말씀을 들었다. 집에서는 이자익이 조덕삼을 주인으로 성실히 섬겼다. 조덕삼은 자신의 종을 장로로 섬겼을 뿐 아니라, 그가 평양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조덕삼은 그로부터 3년 뒤 비로소 장로가 됐다.

후에 이자익은 주인의 배려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가 되어 1915년 금산교회 2대 목사로 부임했다. 당시 조덕삼 장로는 이자익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자고 적극 나섰다. 조덕삼 장로는 이자익 목사를 정성으로 섬겼고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이자익 목사 역시 사랑으로 성도들을 돌봤고, 세 번씩이나 교단 총회장을 지내는 한국교회사의 거목으로 이름을 날렸다.

머슴을 섬긴 조덕삼 장로의 손자 가운데  한 분이 국회의원과 주일대사를 역임한 뒤 몇 년 전 유명을 달리한 고) 조세형 씨다.

머슴은 일년 동안 세경을 받고 고용 돼 주인에 메여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마디로 종(從)이다.

옛날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자식들을 잘사는 집 머슴으로 들여보내기가 일 수였는데 심지어 쌀 한가마니 세경에 팔려가는 10살짜리 머슴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자기 키 보다 몇 자나 큰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가는 내 친구의 뒷모습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련하다.

옛날의 머슴은 못 배우고 못 입고 못 먹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이었지만 요즘 머슴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남보다 많이 배워야하고 신언서판이 뛰어나야한다. 말이 머슴이지 조선시대 과거를 치르는 사대부가 사람들이다.

머슴에 대한 대우도 주인들의 평균 수입보다 많아 월 수백만원에 이른다 하니 할 만한 직업이다. 거기에다 객관적인 검증도 허술하기 이를 데 없어 공천권자의 눈에 들면 당 바람에 하루아침에 벼락감투를 쓰고 관상명정에 관직을 쓸 수 있는 세상이니 옛날 머슴과 현대판 머슴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인 것 같다.

드디어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후보들은 저마다 시민들의 머슴이 되겠노라며 13일 동안 연신 허리 굽혀 인사하며 주인들의 선택 기다리며 머리를 읊조릴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주인이 주인 대접을 받는 날은 4년 동안에 고작 보름 정도이다. 머슴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당선 된 뒤 권력자로 변하기 때문이다.

주인이 밭으로 가라면 밭으로 가고 논으로 가라면 논으로 가야하는 것이 머슴인데 국민을 섬기겠다는 공약으로 권좌에 오른 분이 국민이 원하지 않는 4대강 사업 같은 일을 막무가내로 하는 것을 보면 머슴을 뽑은 것이 아니라 마치 왕을 뽑은 것 같다.

그럼에도 대의민주주의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제도라 하니 아마존의 조예족이나 그린랜드의 에스키모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선량들을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것이 민초들의 운명지만 투표날에는  꼭 투표장에 나가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하는 쪼가리 권한이라도 행사해야한다.

우리 모두 조덕삼 장로 같이 머슴을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아름다운 세상이 되겠지만 기왕이면 섬김을 받는 사람이 이자익 목사 정도의 인품과 능력 등 깜냥을 두루 갖춘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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