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 詩] 실연
백학 시인 | 입력 : 2017/08/18 [17:50]
실 연
백 학
사랑은 때로
스스로의 무게에 압사하는 숨막힘이다.
밤의 광야를 가로질렀던건 호수 때문이 아니다.
더우기 침전하던 호수가 던져주는 불길함
이별의 예감 때문도 아니다.
주기적으로 오는 통증 뒤의 환희, 나는 태어나고
나는 죽어가고
부러져 남은 한쪽 날개의
어쩔수 없는 퍼득거림이다.
그러니까
아프지 않길 바란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런 말을 하기엔
이 놈의 오월 햇살이 너무 찬란하고
햇살속에 잉태되었던 언약의 씨방들이
너무 초라해질것 같지 않느냐.
가볍게 날리는 씨방처럼
톡 건드려주길 원하던 믿음.
굳이 영원이라는 단어를 꺼리던 너의 슬픔이
이제 눈물이 난다고 말해서도 안된다.
질러왔던 나는
애초에 상처였지 않았느냐.
사랑은 때로
절망적으로 희망하는 잔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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