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두음법칙 이제라도 없애야 한다
두음법칙, 무엇이 문제인가? 한자어와 토박이말을 갈라 놓아
리기원 위원/ 리복재 기자 | 입력 : 2007/08/22 [10:18]
'ㄹ' 성씨 표기 호적예규의 전제였던 두음법칙 왜 안 고치나?
국립국어원은 헌법에 위배되는 두음법칙 고쳐야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들인 나와 성(姓)씨가 왜 달라야 하나요?"
"형제간에도 성씨가 왜 달라야 하나요?"
이번 대법원의 발표는 그동안 ㄹ 성씨를 쓴 자들에겐 호적에 'ㄹ'성씨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수는 100만명 정도라는 것인데, 이는 전체 ㄹ성씨 10분의1 수준이다. 문제는 아버지와 아들의 성씨가 틀리고 형제간도 성씨가 틀릴수가 있다는데 있다.
대법원은 왜 12개 'ㄹ'성씨 중 3개 성씨만 예외로 인정했는지, 또 평상시 'ㄹ'성씨 100만명 정도가 쓰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발표는 어느 면으로 보나 형평성을 잃은 불공평한 판결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이제까지 잃어버린 'ㄹ' 성씨를 개별적으로 법원에 통사정을 하면서 되찾는 것은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그들이 'ㄹ' 성씨를 빼앗아 갈때 개별적으로 빼앗아 간 것인가. 왜 여러분들이 개인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체 'ㄹ'성씨 종친들의 힘을 모아 당당하고 떳떳하게 우리나라 법률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청원권의 행사, 헌법소원, 민사소송 등을 통해.
첫번째. 'ㄹ' 성씨를 빼앗아 간 자들로부터 먼저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와 배상을 받고
두번째. 국가권력 스스로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두번다시는 'ㄹ'성씨의 고유한 성씨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이 없도록 공식화 하도록 하며
세번째, 국가권력의 잘못된 결정에 따라 개인식별을 해주지 않은 각 인터넷사이트와 금융기관 등 그동안 'ㄹ'성씨를 인정하지 않았던 각 회사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위자료 배상을 받도록 하는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위 수단이 통하지 않을 경우 국제인권재판소 등 국제기구에의 제소도 불사할 것이며, 한꺼번에 전체적으로 빼앗긴 고유한 'ㄹ'성씨를 일괄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무단 개명이후 이름을 빼앗겨 살아온 십수년간에 대해서도 반드시 배상을 받아야만 두번다시는 이땅에서 이런 패악무도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羅), 량(梁), 려(呂), 련, 렴(廉), 로(盧),
로(魯), 룡, 류(柳), 륙(陸), 리(李), 림(林), 어색하십니까. 잃어가고 있는 우리 성씨입니다.
대법원은 1996년 에 한글맞춤법 두음법칙에 근거한 호적 성 한글표기 예규를 만들어서 10년이 넘게 12개 성씨 1,100만 명의 성을 두음법칙으로 강요하다가 드디어 2007년 8월1일부터 무릎을 꿇고 미흡하지만 한글 “ㄹ” 성씨를 호적에서 인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관광부의 두음법칙과 대법원의 호적예규 등 정부시책 때문에 대다수의 “ㄹ” 성씨들이 “ㄴ”이나 “ㅇ” 으로 사용하여왔고 이에 불구하고 “ㄹ” 성씨를 고집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120만 정도이다. 이제까지 정부시책에 순응해온 다수에게 본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ㄹ 성씨를 회복해줘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제까지 호적예규의 근거규정으로 주장해온 국어기본법관련 한글맞춤법 두음법칙에 대하여는 한마디 언급도 없고 국립국어원의 두음법칙개정도 뒤따르지 않았다. 이야말로 대법원이 이제까지 주장해온 논리의 모순이며 이제 까지 연이은 법원의 판결로 성씨에 대한 두음법칙의 강제는 국민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로 볼 때 ㄹ 성씨에 관한 한글맞춤법의 두음법칙 강제조항은 당연히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은 이를 장기검토과제로 미루고 이제까지 많은 민원인들에게 약속해온 두음법칙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년부터 호적법도 없어지고 가족관계등록 법으로 바뀌는 마당에 성씨표기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후대에 부모형제 일가친척 간에 성씨가 다른 결과가 올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일 입니다.
이제까지 대법원은 호적예규가 문화관광부의 어문규범인 한글맞춤법에 근거하여 두음법칙을 따랐다는 논리로 볼 때 문화관광부의 어문규범인 두음법칙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헌임에도 문화관광부가 대법원보다 높은 치외법권 지역인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리고 문화관광부의 두음법칙을 고치지 않는다면 대법원도 이제까지 거짓논리로 국민을 기만 해온 것이 된다. 그리고 ㄹ 성씨가 호적에서 성표기를 정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가어문규범인 두음법칙을 어기는 결과가 되고 학교교육 등에서도 호적예규와 두음법칙이 상치되어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게 된다.
이제라도 고유명사에는 두음법칙과 관계없이 한자원음대로 쓸 수 있도록 잘못된 두음법칙을 조속히 고쳐야한다. 힘없는 국민은 법을 지켜야하고 문화관광부는 법을 무시해서야 되겠는가?
문화관광부는 현실성이 부족하고 국지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한민족간 언어통일에도 장애가 되는 두음법칙을 점차폐지하고 우선 성씨, 인명, 지명 등에 라도 고쳐서 ㄹ 성씨가 자유의사에 따라 한자원음대로 성표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ㄹ 성씨 표기에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안겨준 원인을 제공한 문화관광부산하 국립국어원은 두음법칙을 개정하여 1,100만 'ㄹ' 성씨에게 정중히 사과해야한다.
[플러스코리아 성씨찾기 특별위원 리기원]
두음법칙을 만든이들은 이렇게 주장 할 것이다. 전 부터 말하기, 부르기가 어려워 두음법칙을 만들었노라고...즉 한자어 女子를 <녀자>로가 아닌 <여자>로 부르니 더 쉽지 않느냐고... 일반인들은 그럴 듯 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두음법칙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선조가 해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불리우고 쓰고 했을 것이다. 실 생활하는데 아무 불편함도 하자도 없었다. 어느 나라 어느 언어도 아름다운 언어이다.즉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잃어가고 있는 우리 언어를 북한과 재중국동포(조선족), 고려인들은 쓰고 있다. 북한은 한글을 훼손하지 않고 지금도 <ㄹ,ㄴ>을 쓰고 있지 않는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주 듣다 보면 한글의 고소함과 말의 전달에 있어 순수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음법칙은 복합어(파생어, 합성어를 합친 것)를 두고 있고, 두음법칙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반드시 한자어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복잡미묘하여 전문성을 가지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드는데, 이것은 친일 사학자들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교묘하게 삽입시키 않았는지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그들만의 두음법칙, 무엇이 문제인가
민족사학자 김용묵 선생은 "한국(남한)의 두음법칙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 라는 제하에서 "ㄹ 소리가 이렇게 희귀해진 데는 이 소리가 단어의 첫소리로 시작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두음법칙이라는 규범이 우리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외에 두음법칙을 가진 언어를 지금까지 전혀 접하지 못했으며, 선진국의 언어들은 음향도가 뛰어나고 듣기에 아름다운 ㄹ 소리를 오히려 활발하게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ㄹ로 시작하는 단어가 오히려 고어라고 되어 있는 사전 뜻풀이를 보면, 옛날부터 ㄹ 소리가 이 정도로 천대받아 왔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유성음 받침 사이에서 ㄹ은 음가를 잃는 경우도 있지만 ‘솔잎’처럼 덧나서 살아나는 경우도 있으며, 더구나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외래어가 우리말에서 쓰이는 예를 볼 때, 우리는 ㄹ 소리를 적고 발음하는데 조금도 불편을 겪고 있지 않다. 이에, 이 글에서는 두음법칙이 그 태생부터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도리어 발음은 물론 표기에까지 영향을 끼침으로써 우리 말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음을 논증하고자 한다.
두음법칙은 한자어와 토박이말을 갈라 놓는다
두음법칙은 아무 상황에서나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한자어에만 적용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디 이것뿐인가? 우리말 글 규범에는 한자를 즐겨 쓰는 사람이나 한자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독 한자어에만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한자어를 알아야 익힐 수 있는 법칙, 좀 까놓고 말하면 우리말에 한자어 영역이라는 독자적인 철옹성을 치고 싶어하는 법칙이다.
과연 그 철옹성이 필요한가? 언젠가 ‘유아틱하다’란 표현을 예로 들며 외래어 때문에 병들어 가는 우리말을 걱정한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유아틱(-tic)하다’는 안 되고 ‘유아적(的)이다’는 괜찮은 것일까? ‘적’이라는 한자 자체가 브릿튼어 접미사를 치나에서 음역한 글자인데 말이다. 우리말 사랑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우리말 사랑이며, 그 범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예로, 먼저 이름의 표기를 살펴보자. ‘노 무현’, ‘도요토미 히데요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빌 클린턴’ 등 세계 어느 나라 사람 이름이라도 성과 이름을 띄어 쓰고 각 언어나 문화에 따라 쓰는 순서만 존중해 주면(우리도 이름은, 로마자로 쓰더라도 반드시 성부터 먼저 써야 한다.) 일관성 있고 좋을 텐데, 치나나 니혼처럼 띄어쓰기 없이 한자로 붙여 쓰는 사람들 취향에 맞게 성과 이름을 붙이는 걸로 맞춤법이 바뀌어 버렸다. 그 결과 ‘황 보율’이나 ‘황보 율’처럼 혼동이 생길 수 있는 경우 또다시 띄어쓰기를 허용한다는 얼치기 예외가 생기고, ‘이 루리’, ‘최 하얀’처럼 단어 단위로 구분이 돼야 말맛이 나는 순우리말 이름을 짓기가 훨씬 불편해졌다.
위와 같이 따르면 요즘 새로 생긴 [밝해]라는 두 글자 우리말 성씨에 이름이 낱자인 경우는 대체 어쩌란 말인가..!!
둘째로, 한자어의 사이시옷 표기를 여섯 개의 예외만 인정하고 모조리 없앤 것도 한자어가 ‘곳간’, ‘숫자’처럼 토박이말로 자연스레 동화하는 것을 막고, 말과 글 사이의 이질감을 초래하여 한글의 변별력을 떨어뜨린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발음이야 어떻든 한자음만 잘 드러나게 맞춤법을 만든 덕분에 ‘솟수’(2, 3, 5, 7)가 ‘소수’로 들어가 버리고 소리까지 엄연히 다른 ‘댓가’가 전문가를 뜻하는 ‘대가’로 흡수돼 버렸다. 사잇소리 문제는 한글 표기법에서 대단히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지만, 그 어려운 문제를 한자나 한자음만으로 덮어 버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끝으로, 저 철옹성에서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버티는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걸고 늘어지는 레퍼토리가 있는데, 왜 외국 한자 고유명사를 우리 식으로 안 읽냐는 것이다. ‘북경’, ‘동경’ 대신 ‘베이징’, ‘도쿄’라 읽는 사람들을 줏대 없는 사대주의자로 매도한다.(고유명사는 현지어를 따르는 보편적인 국어법칙을 갖춘 모든 나라들은 모조리 사대주의자인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아닌가 말이다.) 소리글자인 알파벳조차도 쓰는 나라마다 다르게 읽히는데, 왜 한자는 그걸 인정 안 하는 걸까? 우리가 평소에 알파벳을 어메리카 식으로 읽으니까 도이치란트의 고속 철도 이름도 꼭 ‘아이스’라고 읽어야 주체적인가? 브릿튼어의 ABC(에이 비 씨)와 도이치란트어의 ABC(아 베 체)가 다른 것처럼, 편견을 버리고 차라리, ‘國’과 ‘国’은 뜻만 같지 소리와 쓰이는 상황은 서로 완전히 다른 글자라고 여기고 사는 게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도 더 나을 것을! __ “도쿄”는 차츰 굳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베이징”은 “북경”과 함께 갈피를 못 잡고 있다.__
앞에서 제기한 우리말과 맞춤법의 모든 문제들이 바른 길, 원칙을 무시하고 당장 쓰기 편한 꽁수를 쓰려 한 대신 얻은 댓가이다. 한글 표기법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는, 이래서 한글로만 쓰면 뜻이 변별 안 되고 불편하니까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얄팍한 속임수가 가소롭기만 하다.
두음법칙 역시 한자어 우대를 전제로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자어와 비한자어의 구분에다가, ㄹ도 모자라 ㄴ과 이중모음 구분까지 요구하는 두음법칙은 된소리되기나 자음동화처럼 필연적인 음운 현상도 아니고 단지 몇몇 한자어를 입만 뻥긋하면 낼 수 있는 소리로 만들려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한글과 우리말의 성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면서 말이다. 한자어는 꼭 이렇게라도 티를 내야 하겠는가?
표기법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
두음법칙은 ‘리성’이라고 쓰고, 읽는 것만 ‘이성’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표기법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국력’이라고 쓰면 사람들이 ‘궁녁’이라고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읽게 돼 있지만, ‘리성’이라고만 쓰면 ‘이성’으로 읽기 어려우므로 숫제 표기법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이 사실은 그만큼 두음법칙이 당위성이 떨어짐을 입증하는 예가 될 수 있다.
두음법칙은 국어사전의 어휘 배분에도 커다란 불균형을 초래했다. ㄹ에는 단어가 전멸하다시피 하고 외래어만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 ㅇ에는 어휘가 너무 많다. 그 덕분에 정작 한자도 처리하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소리가 ‘리’인 理와, ‘이’인 理가 제각기 다른 코드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유니코드에 “한중일 통합 한자” 외에도 “호환용 한자” 영역이 또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양산(陽傘)과 량산(量産), 이론(異論)과 리론(理論), 역학(易學)과 력학(力學) 등, 두음법칙은 그렇지 않아도 넘쳐 나는 한자어 동음이의어에다가 우리 말소리와 한글만으로 충분히 변별이 가능한 동음이의어까지 쓸데없이 만들어 냈다. 소리가 바로 의미로 대응하지 않아 전국민이 사고 과정에서 입는 부담과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동음이의어뿐만이 아니다. 두음법칙의 영향 때문인지, 원래 ㄹ 소리가 존재하지 않던 한자인 諾에 대해서도 ‘허락’과 ‘승낙’ 같은 쓸데없는 예외가 생겨나 우리말의 기능성과 논리성이 떨어지고, 많은 국민들이 예외투성이의 어려운 한글 맞춤법에 좌절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두음법칙이 진짜 직격탄을 때리는 상황은 고유명사나 약어를 표기할 때이다. 신문, 방송이 ‘룡천’과 ‘용천’을 제각각으로 적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오래 전엔 어느 ‘류씨’ 가문이 호적에서 자기 성을 되찾기 위해 소송까지 벌인 사건이 있었다. 두음법칙이 멀쩡한 사람 성까지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낱자 이름 같은 경우도 ‘신 입’이 맞는지 아니면 ‘신 립’이 맞는지, ‘채 윤’이 맞는지 ‘채 륜’이 맞는지, 맞춤법이 바뀐 뒤에 나온 책들도 표기가 제각각이다. 이런 예들 중 어느 게 맞는지를 따지며 옥신각신하는 게 과연 우리말에 생산적인 활동인가?
‘소련’은 ‘소비에트 연방’의 줄임말이고, ‘양산’은 ‘대량생산’의 줄임말이다. ‘민주노동당’을 ‘민로당’으로 줄여 쓰고 ‘남자여자’를 ‘남녀’라고 쓰는 걸 보면 합성어에서는 두음법칙이 일관성 있게 비켜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신여성’, ‘남존여비’, ‘분노’, ‘희로애락’ 같은 단어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 한자어는 그렇지 않아도 글자 하나가 단어의 성격을 띠고 있어 두음법칙을 적용하는 단위인 단어 경계를 구분짓기 매우 힘들다. 이 경우를 어떻게 봐야 좋겠는가?
두음법칙은 이제라도 없애야 한다
음성학에서 ㄹ과 같은 소리는 流라는 한자를 써서 ‘유음’이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나는 두음법칙을 반대하는 학자가 쓴 책으로부터 이 단어를 ‘류음’이라고 맨 처음 접했기 때문에, 지금도 ‘유음’보다 ‘류음’이 듣기에도 더 좋고 먼저 와 닿는다. 읽고 쓰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음법칙에 의해 언어 감각이 왜곡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에서는 누구라도 ㄹ 소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ㄹ은 자음이면서도 모음의 성향을 띠고 있으며, 음향적 쾌감이 가장 높아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든가, “얄리 얄라얄라 얄라셩 얄라리 얄라” 등 노래 가사에서 운율을 넣는데도 즐겨 쓰인다. 요들송은 유음 사용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음성학을 맛본 사람이라면 이 소리의 소중함을 알고, 정당한 이유 없이 모국어에서 이 소리를 말살하는 말글 규범에 대해 마땅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 혀가 짧아서 ㄹ 소리를 못 내기라도 하는가? 아니면 한글이 이 소리를 제대로 받아 적지 못하기라도 하는가?
‘맥도날드’, ‘빌딩’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마구도나루도’, ‘비르딩구’라고 적고 발음하는 니혼어를 생각해 보라. 그런 니혼 사람들도 ㄹ 소리는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그대로 발음하고 있다. 우리가 ‘노력, 이론, 윤리, 노령’ 등 ㄴ이나 ㅇ으로 바꿔 발음하는 한자어도 니혼어로는 ‘로료꾸, 리롱, 린리, 로레이’이다. 어느 나라 말이 더 아름답게 들리며, 어느 나라 말이 더 밋밋하고 투박하게 들리는가? 우리가 니혼 사람보다도 게을러서야 되겠는가?
오래 전부터 남한보다 더 철저하게 한글전용을 시행한 북한은 아직도 머릿소리 ㄹ을 그대로 발음하고 있으며, 두음법칙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장차 남북이 통일되어 통일 맞춤법과 말글 규범을 정할 때, ㄹ을 처리하는 방식은 남한이 기꺼이 북한 방식에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여긴다. 혀의 자그마한 편의를 수용한 대신 잃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ㄹ을 그대로 표기하되 발음만 변형을 허용함으로써 두음법칙 문제를 표기법 차원이 아니라 좀더 가벼운 소리 차원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법칙’이라는 용어도 단순한 현상을 나타내는 ‘되기’로 고쳐, ‘두음법칙’ 대신 ‘머릿소리되기’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두음법칙을 당장 없애면 잠시 많은 낱말들의 표기를 바꿔야 하는 불편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결국 우리 말글살이는 일관성이 살아나고, 그 효율도 시나브로 높아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참고 문헌: 박 양춘*, 지식산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