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7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9/22 [18:22]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7

임서인 | 입력 : 2015/09/22 [18:22]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7

                                         

                                        임서인

 

 

그는 마음이 참담했다. 짧고 강한 사정을 하면서도 아내의 만족 없는 섹스에 매번 자괴감이 들었다. 힘밖에 없는 섹스로 인해 아내가 고통을 당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은 남편의 힘없는 섹스에 불만이 많은데, 자신의 넘치는 힘에 감사하지 못하는 아내가 불만인 적도 있었다. 자신이 충동조절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그는 섹스는 힘이라는 자승자박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몸은 언젠가는 약해질 수 있는 몸이다. 자기 자신의 몸은 자신을 배신을 한다. 몸은 솔직하다. 그는 자신의 몸과 대화를 하고 돌아본다는 것이 서툴다.

 

어떻게든 흥분시키려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저 조용히 부드러운 키스와 포옹으로 아내의 몸을 느끼고 소중하게 품어주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섹스를 통해  몸과 마음으로 그와 소통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도 그녀는 놓치고 말았다. 그의 몸과 부딪히면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쾌감을 나누지 못했다.

 

남편과의 소통의 극치인 행복을 느끼려면 그에게 오로지 내어맡겨야 하는데, 그녀의 마음속에 도사린 장벽이 소통을 단절시키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섹스를 주도하고 나갔다는 것에 만족했다. 휘향을 그의 섹스 동반자로 붙여주고 나면 자신은 그에게서 떨어져 자신을 들여다볼 생각이다.

 

버려진 주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면서 남편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부양하고 보호해줄 존재라는 것 때문에 남편의 병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그에게 질질 끌려 다녔음을 알았다.

 

적어도 버려진 여성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의 존재에 가려진 존재가 아니라, 섹스를 빼고는 진정 돌봄을 받는 안락한 여자가 아닌,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그 대가로 충실하게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기르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행복의 전부인 것에서 벗어나리라.

 

이혼이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인 양 생각하고 살았는데,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갑부 친구의 이혼 소식을 접하고 깨달았다.

 

얼마간 남편으로부터 떨어져 있어보는 것이다. 몸으로 남편과 부딪히면서도 오히려 그것이 남편을 더 경멸하고 그로부터 달아나고 싶게 했다.

 

이러고 살기에는 인생이 허무할 것 같았다. 남편도 자신도 행복하지 않은 가정생활은 지옥이다. 멀찍이 떨어져 남편을 바라보리라. 오로지 자신의 고통에 매달리다 보니 머리로만 이해했지 몸과 마음은 아직도 남편을 짐승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은 깊은 골고다 골짜기였다. 남편이 숙박업소 사장을 먹여 살리는 일은 하지는 않았지만, 공격과 방어기술을 모두 잃어버린 권투선수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휘향에게 남편의 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남편의 강한 섹스에 자신은 대응해주지 못하는 무능을 강조했다. 자신은 별로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휘향은 그의 아내의 진지한 눈빛과 공허한 눈빛의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눈빛에 멀건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남편이 첩을 얻으면 돌부처도 돌아눕는다는데, 당신의 행동에 이해를 못하겠군요.”

 

휘향의 말에 그의 아내는 식어버린 차를 홀짝거렸다. 지금 있을 수 없는 일을 식어버린 차처럼 냉정한 마음으로 행하고 있다는 것을 저 여인이 이해하지 못할 것도 같았다.

 

“왜 죽으려 했어요?”

 

그의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걸으며 물었다.

 

“설명해야 하나요?”

 

휘향은 그녀의 질문이 불쾌했다. 지금 오도 가도 못한 처지이지만 자신의 남편의 섹스 상대가 되어달라는 말에 대답을 하라 해놓고 다짜고짜 왜 자살했느냐니? 그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의 아내에게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단 말인가?

 

식탁으로 돌아와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아내가 그녀 앞에 손가락을 부채살처럼 폈다. 세 손가락 탱자만한 보석이 반짝 하고 눈앞이 환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요. 이런 것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면 죽고 싶었겠어요? 내가 당신에게, 아 참, 무어라 부르지요?”

 

그의 아내가 손을 거두어들이며 앉았다.

 

“사장님한테서 들었을 텐데요?”

 

“아니, 앞으로 댁에게 무어라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언니라고 할래요? 아님 형님이라 하시죠? 내 말대로 해준다면 열 손가락, 아니 열 발가락에 반지를 다 끼워드리죠. 대신 그를 밤에는 우리 집으로 보내주세요. 자식은 절대로 낳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집 양반과의 사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시기만 한다면 평생 살 수 있도록 도와 드립니다.”

 

그의 아내는 휘향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네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만져볼 수 없을 돈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미소를 보는 순간, 휘향은 화가 났다.

 

“저, 가보겠습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휘향은 벌떡 일어나 쇼파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현관으로 나왔다. 그녀가 신발 하나를 마저 신으려고 하는데

 

“그 얼굴로 세상에 나가서 식당 설거지 밖에 더하겠어요? 남자들이 쳐다나 볼까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아내의 빈정대는 말에 휘향은 화가 치밀었다. 열이 화끈 올랐다. 그의 아내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그 잘난 돈으로 얼굴을 다 뜯어고쳤나 보군요. 이 얼굴로 여태 밥벌어먹고 살았습니다. 세상 천지에 나 같은 여자 사랑해줄 남자 없을까봐 걱정이십니까? 돈이면 다 되는 줄 아시는 모양인데, 나, 이 손으로 얼마든지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여 그의 아내에게 대들었다.

 

“먹고는 살 수 있지요. 천박스런 댁의 행동은 일하면서 다듬어지겠어요? 얼굴도 못생겼으면 품위가 느껴져야 하는데 무식해 보입니다. 아, 그 입술에 새빨간 루즈라도 바르면 천박함이 질질 흐르겠습니다.”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 가만 보니 나에게 사정해야 할 판인데 오히려 내 화를 돋우는 이유가 뭡니까?”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교양과 지성을 갖춘 그의 아내의 불손함의 뒷모습에 어쩔 줄을 몰랐다.

“세상은 키 작고 못생긴 여자에게 잔혹한 세상입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못생겼다면 푸대접 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두세 시간만 우리 남편과 시간을 보내주면 댁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텐데, 내가 주는 모멸을 못 참으십니까? 남자들에게 못생겼다고 박대를 당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지금 내가 갖추고 있는 이 자태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줄 아세요? 난 중학교 밖에 못나온 여자입니다. 만약 내가 댁처럼 생겼다면 돈 많은 우리 남편이 날 선택했을 것 같습니까? 남들보다 예쁜데다가, 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내가 들인 내 남편의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이해할 수가 없군요. 돈만 주면 얼마든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남편의 섹스 상대로 구할 수 있을 텐데, 못생긴 나를 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보다 젊고 예쁜 여자는 싫습니다.”

 

휘향은 그녀의 거만에 더 따지려다 그만 두었다. 외모를 따지는 세상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미용실에 드나드는 여자들의 입을 통해서 그 비극의 적나라함을 매일 들을 정도였었다. 아름다움을 위해서 무모하게 생명의 위험까지도 견뎌내는 여자들이 많다. 성스런 내면을 가꾸어야 할 목회자의 부인마저도 성도들의 과부 두 렙돈같은 돈으로 얼굴에 보톡스를 맞고, 겉모습을 꾸미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고 경멸했던 그녀였다.

 

휘향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그의 아내의 얼굴에서 그녀를 무시했던 미소가 사라졌다.

 

“내가 동생을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줄 테니 여기에서 살아요. 한번 동생 얼굴을 봐요.”

 

그의 아내는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휘향의 손에 들렸다. 그녀는 그의 아내가 주는 거울을 받아 식탁에 내려놓았다. 커다란 미용실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질 때마다 거울이 몹시도 미웠던 적도 있었다. 요술 거울을 달고 싶었다. 아름다워진다는 말에 남편의 말이 귀에 쟁쟁거렸다. 달라진 모습으로 남편 앞에 나타난다면 하고 생각하니 입술이 절로 깨물어졌다.

 

“저에게 난관수술을 시켜주세요. 저도 임신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좋아요. 남편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줄래요?”

 

순간, 그녀는 의자에 앉으려다 말고 다시 일어섰다.

 

“살정이 무섭다고 하던데,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녀는 대답을 하면서도 살정에 맛을 들인 여자들이 가정조차 버리는 것을 보았던지라 걱정이 되었다.

“웬만하면 그이에게 정을 주지 마세요. 동생을 위해 하는 말입니다.

 

그는 섹스를 힘으로 하는 줄 안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아요.”

 

“배려 없는 섹스에 응해주는 대가로 후하게 주신다니, 돈 없는 년이 눈 딱 감고 한몫 챙긴다고 생각하죠.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이 목돈 만들기가 쉽나요?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아닙니까? 사랑도 쉽게 살 수 있는 세상, 우정도, 살 수 있고, 아마 천국도 산다죠?”

 

비딱 틀어진 그녀의 말에 그의 아내가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하나를 내보였다. 휘향은 서류를 죽 읽어 내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이름을 쓰고 그의 아내가 내민 인장에 엄지손가락을 꾹 눌러 인주를 묻혀 이름 옆에 눌러 찍었다.

 

“우리는 비공식적인 일부다처제의 가족입니다.”

 

그의 아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다처제요? 그냥 첩년이 되는 거죠.”

 

“그리 자신을 비하할 필요 없어요. 내가 몇 알의 진정제에 의존해 살고 있지만, 동생은 이왕이면 아무런 걱정 말고 성을 즐겨요. 내가 섹스를 피하기 위해서 구실을 50여 가지나 붙여서 두려움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허사였어요. 그냥 즐겨요. 그럼 고통스럽지 않을 겁니다.”

 

“한번 해보죠. 한바탕 놀아보려 해요. 이 우울의 강에서 건져내준다면 나야 뭐인들 못하겠어요. 어차피 이 젊은 피를 늙은 피로 수혈도 못하니, 뜨거운 몸을 식혀야 하니까요. 외람되지만 무료성인용품 쓴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무료성인용품? 하하하하. 그런 말도 있습니까? 재미있는 말이군요."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남편을 성인용품 취급했는데요."

 

"동생에게 남편을 맡길 때는 그에 대한 사랑이 없다는 것을 알 텐데, 사랑이 없는데 그런 말 한들 기분이 나쁘겠어요. 오히려 동생과 더 친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홀가분해요. 얼마든지 그이를 욕할 수 있는 동지를 만났네요. 설마 남편에게 일러바칠 생각은 하지 마요."

 

"일부다처제라면서요? 형님, 아우하면서 잘 지내봐요. 어쩐지 형님 때문에 내 우울이 사라질 것 같애. 호호호호."

 

"그나저나 아우님, 일부다처제가 현대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지 않아 모릅니다."

 

"여자가 원하면 법이 제한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음성적으로 일부다처제가 성행하고 있어요.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이 허용하기도 하고 아내 몰래 하는 남자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형님은 이해할 수 없는 분이에요. 돈이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기도 하고 여유를 주기도 하나보죠? 돈이 없으면 얼마나 우울한줄 아세요?"

 

"돈 있는 나도 우울해서 진정제 먹고 있다 하지 않았나요? 돈이 있든 없든 여자는 사랑을 받지 못하면 우울한 것입니다. "

 

우울증에 빠진 여자는 무엇인가 상실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휘향은 사랑을 상실하고, 사는 목적을 상실했었다. 몇 알의 진정제에 의존한다는 그의 아내도 사랑을 상실한 여자라는 생각에 연민이 휘향의 가슴으로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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