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6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9/18 [13:58]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6

임서인 | 입력 : 2015/09/18 [13:58]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6

 

                                          임서인

 

 

물건을 사와 집을 꾸미는 동안, 아내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곁눈질하며 애써 모른 체했다.

두 사람은 으슥한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예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그의 집은 어둠속에서 커다란 사내처럼 웅큼하게 도사리고 있었다. 안에서 열어주는 대문을 들어서 징검다리처럼 알알이 박혀있는 돌층계를 딛고 들어섰다. 그는 집에 오기 전 음식점에서 들이킨 몇 잔의 술에 취기가 올라 있었다.

 

이층으로 오르다 그의 아내가 휘청거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아내의 팔을 잡으려했으나, 아내의 앙칼진 눈빛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층계 끝에 발을 딛다 말고 그의 아내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에게 보냈던 앙칼진 눈빛 대신 측은지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는 또 다른 아내의 눈빛에 그만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그의 아내는 다시 몸을 돌이켜 방으로 들어갔다. 화장대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는 방안에 있는 가구와 물건들에 하나하나 시선을 모았다가 방밖으로 나왔다. 그의 곁을 지나, 벽에 걸린 가족들 사진 앞에 섰다. 사진 속 가족들의 모습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큰 아이 입술에 멈추며 목울대가 미세하게 떨리며 시야가 흐려졌다. 그의 모습을 건너 띄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얼굴 중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낮은 콧등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높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낮은 코- 을 세워 남편을 졸라 이름난 사진작가를 불러 찍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이름이 알려진 최고의 사진작가, 금테를 두른 최고의 사진틀 속에 웃음이 가득한 부유한 최고의 가정이라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아래층의 사람들이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하나를 걸었었다.

 

  그녀의 마음에 바람구멍을 내듯 휘이잉 무언가 깊이 지나갔다. 이 사진속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척하기 위하여 삶은 고단했다.

 

어느 날부턴가 어그러져 가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남편의 병을 알고, 밤이 오는 것이 죽음보다 싫어지고, 그런 남편을 떠나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간다면 하고 생각하면 끔찍하고 싫었다.

 

마음속에서는 그를 떠나고 싶으면서도 홀로 살아가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갖가지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는 의욕이 상실되곤 했다. 이 두려움에 대해 그 누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도 못하고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시달렸는지 모른다.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꽉 찬 버스 속에서 몸부림치며 악착같이 버텼던 그 모진 모습은 그의 풍족한 울타리 속에서 나약해졌다. 지금은 그렇게 살라고 해도 두 번 다시 살 수가 없는 버스 안내양 시절이었다.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주위의 모든 여자들에게서 자라면서 들은 바는 여자는 언제나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의지할 남자가 없으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며, 여자들이 혼자 자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보호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만을 당해 온 것이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남편의 허락을 받으려 했다.

 

지금은 여자가 스스로 자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 되었어도, 어려서부터 세뇌되어 온 의존성이 여자들의 마음에 감추어져 있어 성공한 듯한 여자들도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종속시키고 싶어 하거나 의존하고 싶어 하는 걸 보았다. 많은 여성들 가슴에서.

 

그녀는 사랑했던 가난한 오빠 대신 자신의 삶의 바꾸어줄 왕자인 남편을 택한 것도, 그녀의 가슴에 감추어 두었던 의존성이었던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안방과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오늘 그의 남편을 설득해 휘향이라는 여자를 자신의 울타리 속으로 끌어 들이고자 함도, 바다에 나갔던 나비가 날개에 젖어 돌아오는 여자들을 보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끝이 마지막으로 남편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남편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그녀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그의 눈빛과 그녀의 눈빛이 순간, 공중에서 창하고 부딪쳤다. 일순간, 그녀의 눈썹이 위로 올라가며 가슴에 천불이 났다.

 

그녀는 그의 사진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웬만해서 마시지 않은 술을 석 잔을 마시고 나니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너그럽게 봐주리라 하는 착한 마음이 든다. 한 때는 -짐승 같은 놈-이라 뇌이며, 그의 몸이 위에서 헐떡거려도 시체처럼 반응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그의 짐승 같은 눈빛을 기억하며 그 눈빛을 흉내내며 그의 앞에 섰다.

 

“여보…….”

 

“입 다물어요. 내가 지금부터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하든 아무 말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베푸는 잔치라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의 윗도리를 낚아채듯 거칠게 벗어던졌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 그와의 첫날밤을 상상했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향초가 은은히 타오르고, 그의 부드러운 손에 이끌려 그 음악에 춤을 추다가,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옷이 하나하나 벗겨지면, 수줍은 듯 볼을 붉히며,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에 소낙비처럼 키스를 퍼붓는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데 남편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그녀를 침대에 몰아붙이며 걸신들인 사람처럼, 몇 번 숨을 몰아쉬더니 축 늘어져버렸다. 그리고는 코를 골고 잤다. 새우처럼 몸을 말고 자고 있는 그녀를 새벽녘이 되어 깨웠다. 촛불을 켠다, 술잔에 술을 가득 붓고, 음악을 틀어놓고, 그러나 그녀는 잠에 취해 그가 또 한 번의 정액을 쏟아내도 흥이 나지 않았다.

 

벗겨진 윗도리 속에서 열심히 키운 근육이 불끈불끈했다. 그를 침대에 쓰러뜨렸다. 여 전사처럼 한쪽 발을 침대에 올리고 그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의 지퍼를 내려 바지를 밑으로 벗겨 내렸다.

 

남편의 옷을 벗기면서 그녀 스스로 남편의 옷을 벗겨 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신혼 몇 개월을 빼고는 남편의 강렬한 섹스에 반항을 하거나 거부의 몸짓으로 남편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는 것을 남편의 옷을 벗기면서 깨닫게 되었다.

 

거칠던 그녀의 손길이 부드러워졌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옷을 벗기자 아내의 손길만 느껴도 커지던 물건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옷을 다 벗기자 그녀는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마흔 다섯인 그녀는 탐욕스런 섹스를 해 본적이 없었다. 끈끈한 음욕을 느껴보지도 못했다. 마흔다섯 동갑내기 여편네들이 모여, 꽃도 십일홍이면 오던 나비도 아니 온다고 더 늙기 전에 즐겨야 한다고 해도 그녀는 지겨울 뿐이었다.

 

  사랑을 받았는데도 매끄럽고 풍만한 살 대신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쳐진 가냘픈 손가락과, 이파리가 다 떨어진 빈 가지가 가을 햇살에 말라버린 나뭇가지처럼 명품 옷에서 그녀의 몸이 숨겨져 있다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 유방만은 봐줄만했다. 아이들에게 물리지 않은 젖꼭지만이 탱글탱글했다.

 

  꽃뱀에게 물리면 아야 소리도 못한다고 오로지 그녀에게 몸을 요구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가 애절하게 원할 때는 보석과 돈, 그녀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여 그녀 앞으로 축적해 놓은 재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만했다.

 

휘향이 부러워하는 나이에 비해 별로 없는 주름살을 펴, 젊게 보이는 얼굴, 예산에서 올라가 서울에 있는 유명한 백화점에 가서 사 입은 옷이 그녀를 봐줄만한 여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물론 지겨운 성에서 벗어나 앳된 젊은 남자들과의 일탈을 권유받을 때는 혹하다가도 남편의 우악스러운 경고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당신이 웬일이시오?”

 

그가 축 늘어진 물건에 그녀의 손을 갖다 대며 물었다.

 

“나도 맛있는 섹스를 해보고 싶었어요. 내 마음의 창문은 당신의 손에 열쇠가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 닫힌 마음을 열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일방적이었어요. 당신으로 인해 매일 쉴 수 없었던 내 몸을 쉬고 싶어요. 그러기 전에 내 몸을 내가 한번 열어보고 싶어요. 기분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가 사랑의 방울을 울리기 전에는 내게 오지 말아주세요. 이 밤만은 그냥 내 손길에 당신의 몸을 내 맡겨주세요.”

 

“나 스스로도 조절이 안 되는 것 때문에 당신을 혹사시켜서 미안하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입술을 덮쳤다. 그러자 그의 축 늘어진 물건이 빨딱 일어섰다. 늘 불쾌했던 그의 침 냄새가 조금은 덜했다. 그녀의 조금 벌어진 입술 틈으로 남편이 혀를 밀어 넣으려 했다. 거칠게 입술을 닫으려다 말고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의 목덜미를 팔로 휘감고 그의 몸을 짓이기며 한참 키스를 나누었다.

 

그가 입술을 떼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축축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떨어지며

 

“당신은 아무 행동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녀가 화를 냈다.

 

그는 한 마리 온순한 어린양처럼 그녀의 손길에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오른 손으로는 그의 젖꼭지를 왼손으로는 그의 물건을 잡았다. 그리고 젖꼭지를 깨물고 빨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뜨거워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무 감흥이 일지 않았다. 아직 벗지 않은 팬티를 한손으로 벗어 내리며 그의 빳빳한 음경에 자신의 동산을 갖다 대었다.

 

순간 그가 신음을 내뱉었다. 이제는 몸이 달아오르겠지 했으나 그녀의 동산 속 샘물은 흐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도한 섹스가 그녀의 감성을 무디게 만들었던 것이다. 애간장이 녹을 만큼 오늘밤은 원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꿈쩍을 하지 않았다. 그의 숨결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역겨움이 지워지기를 바라면서 여자들에게서 주워들은 섹스에 대한 공식을 떠올리며 불뚝해진 그의 남근을 향해 입을 가져갔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것을 애무해주면 하늘에 있는 달을 따다 주겠다는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었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것에 닿자 그의 몸이 움칠거렸다. 그러더니 그만 후줄근하던 남근이 죽어버렸다. 그가 윗몸을 벌떡 세우더니

 

“여보!”

 

“아무 말도 말라 했잖아요!”

 

“당신을 사랑하오,”

 

그가 다시 누웠다. 그의 물건이 그녀의 입술 가까이 다가가자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떠올렸다. 얼마 전에 김 사장 집에 놀러갔다가 여자 셋이서 은밀하게 컴퓨터에서 본 젊은 남자의 커다란 성기를 음탕하게 떠올렸다. 그의 것을 다시 입속에 넣었다.

 

우물 속에서 두레박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처럼 그녀의 두레박질에 그의 벌어진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의 피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동산에 그의 것을 넣고 싶었으나, 아내가 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조랑말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참았다. 아내의 손길이 자신의 통통한 엉덩이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을 아득히 느끼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물건을 물고 있는 모습에 그만 큰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그거마저도 꾹 참았다.

 

그녀의 손이 이번에는 그의 묵직한 고환을 어루만졌다. 섹스를 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언어의 유희도 하고 싶었지만, 그것만은 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아 그만 두었다. 그는 아내의 동산에 입맞춤을 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요구는 그가 아무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것을 생각해 내고 그만두었다.

 

“이제 당신의 것을 내게 넣으세요.”

 

그가 견딜 수 없는 신음 소리를 내자 그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짐승이 무릎을 꿇는 자세로 엎드렸다.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등 뒤로 엎어졌다. 한껏 고무 된 그가 펌프질을 해대자 희끄무레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끝내 그녀의 몸은 달아오르지 못하고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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