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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사랑도둑] 남편의 선물6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8/06 [16:35]

연재소설 [사랑도둑] 남편의 선물6

임서인 | 입력 : 2015/08/06 [16:35]

 

 
 
선영은 점심이 지나서야 문을 고쳤다.

 아침도 거른 체, 텔레비전 앞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리모콘을 누르며 체널을 돌려댔다.

텔레비전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치르고 25.7%의 유효투표 미달로 서울시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모습이 모든 화면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초점이 없는 선영의 눈은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관심했다. 투표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분분한 의견에도 선영은 관심이 없었다. 시장의 초췌한 모습을 보며 패배자의 그늘이 자신에게도 드리워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아직 고치지 못한 문 사이로 경호네가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소리를 듣고서야 가까운 철물점으로 전화를 했다.

철물점 주인은 선영의 어두운 표정을 힐끔거리며 문이 부서진 이유를 묻지 못하고 말없이 문을 고쳤다.

 일주일이 지난 후, 토요일 저녁 남편이 왔다.

말쑥한 모습이 집을 나가기 전의 모습보다 위풍당당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녀는 덤덤한 모습으로 남편을 맞이했다.  남편은 그녀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설사 그녀가 아닌 낯선 여인이 아내라고 하면서 맞이한다 해도 선영이라고 생각할 남편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거실 한가운데에 앉았다.

 선영은 부엌에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와의 이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쫑긋거렸다.

 윽박지르고 큰소리를 치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혼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두 아들은 심각하게 듣고 있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며 그 모습을 보는 너희들의 마음도 편치 못할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너희들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남편은 이혼이 정당함을 말하고 또 말했다. 아이들에게 이혼의 정당성을 알아달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말 한마디 들었다 하면 험악해졌던 눈은 약간 부드러워져 있었으며,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선영은 들뜬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혼 때를 떠올렸다.

결혼을 하겠다고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러 갈 때도 지금의 목소리였다.

그때도 시어머니에게 결혼을 허락받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는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있는 영준이 가끔 얼굴을 실룩거리기만 할 뿐, 준형의 눈은 표독스러웠고, 아버지를 경멸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준형의 표정은 선영에게 보여주었던  남편의 표정이었다.

 “아버지, 이혼하시지 말라고 하셔도 아버지는 이혼하실 분이니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생활비는 주세요.”

 준형이 또렷하고 야멸차게 말했다.

 “그동안 내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지 않냐? 이제 엄마가 너희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날 아빠라 하지 말고 살거라.”

 남편의 들뜬 목소리가 냉랭해졌다. 아빠라 하지 말라는 소리에  두 아이는 어이없어 했다.

 그녀에게 할 말이 있으니 오라는 소리에 그녀는 마지못해 남편 옆에 앉았다.

그녀의 무릎 나온 바지대신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를 보고는 훔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잘 펴지지 않는 긴 파마머리는 싹뚝 잘려나가 요즘 유행한다는 보보스 머리를 하고 있고, 안하던 루즈를 바른 것을 보고 더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변한 모습에 놀라워하는 남편의 모습에 놀랐다. 낯선 여인이 아내라고 해도 그녀인 줄 알 남편이 그녀로 부터 떠나가자 그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영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본 그녀의 가슴이 요동을 쳤다.

 “모레 오전 10시에 법원 앞으로 와.”

 섬뜩한 남편의 눈빛에 그녀는 짐짓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영준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걸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남편은 휭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집을 나갔다.

 남편이 현관문을 나서자 준형이 아버지를 저주했다. 선영은 준형을 안으며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준형은 그녀의 팔을 거세게 뿌리치며 획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거리고 있는 영준을 안았다.

 그녀가 영준의 등을 토닥거리자 영준이 오열을 했다. 방으로 들어간 준형이 울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달려와 동생을 때리지는 않았다.

 “엄마,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요. 친구들이 그러는데 아줌마들이 우리를 이 아파트에서 쫓아낸다고 했대요.”

 “영준아, 너 팽이치기 좋아하지?”

 “네. 엄마.”

 “네가 친구들보다 팽이를 잘 쳤지. 팽이를 치면 칠수록 어떻게 되니?”

 “더 잘 돌아가요.”

 “그래. 우린 팽이가 되는 거야. 절대 이 아파트에서 쫓겨나지도 않을뿐더러, 아버지가 우리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엄마가 우리 준형이와 영준이만은 잘 돌보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엄마를 믿을 수 있겠어?”

 그녀가 영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엄마, 무슨 대책이 있는 거여요? 엄마 얼굴이 밝아졌어요.”

 영준이 눈물을 쓱 닦으며 웃었다.

 “당분간만 할머니 계신 시골에 내려가 있을래?

 “엄마마저 우리가 귀찮은 거야?”

 준형이 듣고 방에서 나와 그녀 앞에 서서 노려보았다. 선영이 준형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 앉혔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은 할 거다. 그러나 엄마가 무슨 힘으로 너희들을 키울 수 있겠니? 네 아빠에게 너희들을 키우는 양육비를 받아낼 것이다. 엄마가 일주일 동안 네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아낼 방법을 알아내기 위하여 백방으로 알아보고 다녔단다. 엄마에게 비장의 한 가지 방법이 있으나 너희들이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너희들 걱정하지 않고 아빠와 담판을 지을 수 있도록 할머니 집에 가 있으렴. 할머니도 너희들이 당분간만 내려와 있기를 바라고 계신다.”

 영준이 선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준형은 학원을 쉬면 성적이 나빠지고, 친구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면 뒤에서 쑥덕거릴 것이라며 준형은 시골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우겼다.

웬일인지 선영에게 욕하지는 않았다.

몇 시간째 그녀는 준형을 설득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생각다 못한 선영은

 “그럼, 준형이 너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라.”

 하고 말했다.

 “그 인간이 엄마가 우리를 키우지 않는다면 고아원에 맡긴다고 했잖아. 그런데 나와 함께 살라고 하겠어? 그걸 말이라고 해?”

 준형의 손이 선영을 향하여 뻗혔다. 그녀는 얼른 준형의 손을 잡았다.

 “엄마와 계속 살고 싶다면 당분간만 할머니랑 살아. 길면 한 달, 빠르면 두 주만 살면 된다. 대신 그곳에서 과외 선생을 붙여주겠다. 그러면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겠지?”

 준형은 과외 선생을 붙여준다는 말에 그녀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

실로 오래간만에 엄마의 말을 듣는 준형의 모습을 보고 현영은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왔다. 준형이 어쩌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리 이 아파트에서도 쫓겨나지 않는 거지?”

 제 방에서 고개만 쑥 내밀고 준형이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형이 내민 고개가 사라지고 책상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일어나 준형의 방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준형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이런 고분고분한 준형의 모습을 자주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부엌으로 들어가 재다 말았던 불고기를 마저 재었다. 오늘 밤에는 두 아들들과 웃으며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다. 그녀의 음식을 만드는 손이 경쾌해지고 빨라졌다. 이때만은 일을 하다말고 멍하니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몸놀림이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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