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국내 경제 정책 올스톱

장서연 | 기사입력 2024/12/06 [09:58]

탄핵정국에 국내 경제 정책 올스톱

장서연 | 입력 : 2024/12/06 [09:58]

                 12월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 (대통령실 제공)

 

전 세계 경제 10위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1세기에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월 3일 한밤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단행됐다. 이후 한 시간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은 듣기에도 살벌한 포고령을 내렸다. 이후 190명 국회의원이 모여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고, 새벽 4시 윤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당혹감과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며 밤을 지샜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외쳤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

 

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했고, 야당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유럽 언론들의 표현대로 ‘고도의 문명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한 셈이 됐다.

 

문제는 경제다. 주요 기업 임원들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밤샘 회의가 이어졌다. 가뜩이나 대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비상계엄은 불난 집에 불을 지피는 격이었다. 금융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식을 대거 내던졌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요동쳤다. 2025년을 앞둔 대한민국 경제는 45년 만의 계엄이라는 뜻밖의 변수에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불과 6시간의 짧은 계엄령이었지만 한국 경제가 직면할 후폭풍은 거세다. 한덕수 총리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고, 경제 관료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급 비서관 역시 일괄 사의하기로 했다. 국가 정책을 이끌 정부 관료와 대통령 참모 모두 직을 던지겠다고 나선 초유의 국정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당장 계엄이 해제된 4일, 경제부처의 부동산 공급과 소비 진작 대책 등 여러 건의 회의가 모두 취소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내년은 2.1%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과 내후년 모두 2% 성장을 못할 것이라 예상하며 지난 11월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했다.

 

국내 외환·금융 시장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중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0월 말 1.8%에서 0.2%포인트 내린 수치다. 씨티는 내후년 전망치도 이번에 기존 1.7%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강력한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트럼프가 20%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만큼 한국 경제에는직격탄이다. 기업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대외 환경을 극복하고자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말았다.

 

대외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심야 계엄 선포 자체가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BBC·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국 유력 매체들은 실시간 업데이트 형식으로 한국 계엄 상황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계엄 선포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을 부각했다. 한밤중 전투용 헬기로 국회에 들어와 창문을 깨고 강제로 진입하는 계엄군, 국회 앞에서 계엄군과 시민이 대치하는 상황 등이 전 세계에서 전파를 탔다. 모두 글로벌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이 앞장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악화시킨 꼴이 됐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의 마이클 완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이미 트럼프 관세 위협에 취약한 국가”라고 지적하며 “(계엄 사태는) 적어도 정치적 안정이 명확해질 때까지 통화(원화를 지칭)에 대한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 시장 충격파도 크다. 이미 국내 증시는 경기 둔화와 외국인 이탈로 주가는 심각하게 무너졌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대형 악재가 더해져 당분간 추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해제되며 증시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내내 이어진 외국인 ‘셀코리아’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도 비상계엄 선포로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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