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인 ‘빚가리’는 충청도 방언으로 ‘빚을 갚다’라는 의미가 있다.
영화는 소상공인인 대복(고성완 분)과 원창(승형배 분)이 빚을 지고 갚아야 하는 처지와 빚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에 모두 처하며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복은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평범한 노년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돌뼈나무’라는 범상치 않은 단체에서 생존법을 배운다는 백수 아들 홍민이 걱정스럽고, 독립한 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가게는 파리 날리고, 채소가 신선하지 않다는 항의도 들어온다.
좀 더 벌어보겠다고 외상으로 준 담뱃값을 받지 못해 그것도 속상하다.
월세 독촉에 시달리고, 전 부인에게 줘야 할 위자료까지 빚더미에 얹혀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외상값은 꼭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원창을 가게로 오라고 한다.
원창은 작은 업체를 운영하며, 대복의 가게에서 담배를 외상으로 가져다 피웠다.
대복에게 300만 원 남짓의 담뱃값 외상이 있지만, 자신도 거래처에서 받지 못한 돈이 있다.
그 돈만 받으면 대복에게 진 외상값도 갚고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돈이 돌지 않는다.
그러니 더욱 담배가 필요하고, 담배 외상을 주지 않는 대복에게 화가 난다.
매번 화를 참아야지 생각하지만, 대복과의 일에서 폭발하고 만다.
영화 <빚가리>는 위기의 소상공인을 현실적으로 다룬다.
빚은 해결되지 않고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원창의 담배 외상값이 그렇고, 대복의 가게 월세와 공과금이 그렇다.
빚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그 몸집을 키운다.
처음 시작은 담배 한 갑 4만 5천 원에서 300만 원으로 불어났다.
현실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장사가 되지 않으면 오늘 하루 장사하는 것이 빚으로 쌓인다.
영화는 특유의 코미디로 풀어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공포가 없다.
대복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매일 느는 것은 술이다.
원창의 입장도 비슷하다. 원래 화가 많고 손부터 나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매일 자신의 상황을 복기한다.
복기해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조금만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본다.
거기에 자신도 돈을 받지 못해 어렵지만 대복에게 외상값은 갚을 생각이 없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빚을 받으려는 사람과 빚을 안 갚으려는 사람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는 웃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영화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싸움과 화해는 한 끗 차이이며, 조금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만 충분히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고봉수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는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빚에 짓눌린 대복과 원창의 모습에서 우리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원본 기사 보기:디컬쳐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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