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치권에 대하여 우선 통치권은 어디까지나 민중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 조건은 첫 째, 선량한 통치자에게 정치적 권력을 부여하되,
둘 째, 그 통치자에 의한 권력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한다는 점이다. 일부 악덕 재벌 등과 뿌리깊게 결탁한 간사한 정상배들이 소위 지도층을 자처하면서 온갖 부정․부패․비리들을 저질러 옴으로써 사회의 밑바닥까지 온통 타락시켜 온 현시대적 상황을 바로 본다면 이러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정상인(正常人)들 중에는 없을 것이다.
관권(官權)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악용될 때는 그 권력이 도리어 학민(虐民)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 정 도전의 주장이며, 따라서 그러한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관권을 감독하고 견제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관권(즉 감독기구. 감사원이 그에 해당함)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간사한 정상배들이나 공무원들이 타락하여 권력을 왜곡․남용하는 퇴폐적 현상들을 원천적으로 방지하자는 것이다.
2) 최고지도자에 대하여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는 하나의 상징적 구심점이 필요하며 전통적으로는 군주가 그 역할을 했다. 즉, 군주는 국가의 상징이자 국민통합의 구심체였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그러한 구심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군주가 없는 한민족사회에서는 현 체제상의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비슷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십년간 민족통일국가라는 것이 만들어졌던 경험이 없는 한민족에게 있어서 그러한 구심점이 될만한 지도자라는 존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며, 따라서 한민족의 민족적 구심점으로서는 민족통합을 위한 역사적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공통적 이념의 창출 등 보다 현실적인 그 무엇이 필요하다.
지금의 현실로 볼 때 대통령같은 직책이 거의 그런 군주의 뜻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국가라는 현대적 특성을 고려하면 조선경국전의 관점에서 볼 때 단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상식들을 최고지도자에게 요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고통치권이란 어디까지나 상징적이요 개념적인 것이며, 실제로 절대 권력같은 것을 가진 존재가 있어서는 안된다.
최고통치자의 실제적인 권한은 두가지가 있을 뿐인데, 하나는 국무총리 등 주요 각료들을 선택․임명하는 권한이며, 두 번째는 그 각료들과 정사(政事) 중 큰 문제들에 대해서만 협의․결정하는 권한이다. 대부분의 사소한 정사는 각료들의 독자적 처리에 맡겨야 하며, 정사의 협의․처리에 있어서도 주도권은 최고통치권자가 아닌 국무총리가 가져야 한다.
조선경국전에서 그 기본이 이루어졌고, 조선조 전 시기를 통하여 실시되었던 최고통치권자에 대한 규제를 보면, “왕이란 따로 재산을 소유해서는 안되며 필요한 비용은 국가 경리에서 지출되어야 하는데, 왕실 경비의 지출권은 재상이 장악하여 군주의 사치와 낭비가 없도록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또한 왕실의 일가는 정치에 참여하면 안된다.” 고 규정했다.
이러한 통치상의 관행을 현대적 의미로 볼 때 대통령이란 선거에 의한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므로, 그 소요경비에 대하여 더욱 철저한 통제를 하여, 대통령 등 최고통치권자와 그 주변 인맥들이 임기 중에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단호한 법적 제재까지도 가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통령의 임기 중에 어떠한 특혜나 정치권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3) 국무총리(및 주요 내각관료들)에 대하여
국무총리는 실제적으로 최고의 통치권자이지만 공무원 전체에게 적절하게 기능을 안배(按配)해야 한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능력만으로는 최고통치권자의 독주를 막기 힘들 것이므로 다각적인 독재력 억제장치들을 마련하여 이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장치는 언관(言官)의 설치이며, 매일같이 최고통치권자를 대상으로 사회윤리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비도덕적이고 퇴폐적인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게끔 항상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언관의 직언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변보호와 법적지위 보장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최고통치권자가 언관들의 잇달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독단적․비윤리적 독재를 강행할 때 최종적인 견제책으로는 반정(反正)을 위한 혁명권까지도 보장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무총리도 모름지기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도(人道)를 바르게 하는데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무총리를 선택할 때는 엄정하게 하되 그 재능을 충분히 펼 수 있도록 충분한 임기를 누리도록 해야 하며, 물러갈 때라고 생각될 때는 스스로 단호히 물러갈 줄도 알아야 한다.
요약하면, 국무총리는 다만 도(道)와 의리로써 사리를 도량(度量)하여 통치의 큰 줄기와 기본 방향을 정치철학적 차원에서 결정하는데 그치며, 여타 공무원들에게도 그 직분을 충분히 수행케 한다. 공무원들은 철저히 일관일직(一官一職) 원칙을 준수하여 피차간 직능 침해가 없도록 한다.
4) 언로(言路) 및 언관(言官)에 대하여
민본․위민(民本爲民) 정치의 실효를 거두려면 정령(政令)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여론을 최대한 참조하고 국민과 언론기관 등에 의한 정책비판과 감찰이 자유로와야 한다.
간관의 주임무는 최고통치권자의 비행을 탄핵하는 것이며, 통치책임자는 항상 간관을 존중해야 한다. 간관은 모름지기 최고의 인재 중에서 임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사제도(御使制度)는 그 묘미를 되새겨 보고 현대적으로 재활용해 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 말하자면 어사들의 직분이었던 ‘관리들의 비행․위법을 살피고 탄핵하여 통치질서를 안정시키며, 적발된 비리책임자를 직접적으로 탄핵하기도 함으로써 그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독립적 감찰기능제도가 현대처럼 비리․비행․부정․부패가 횡행하는 세태에서는 극히 필요하다.
* 조선시대에는 실제로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사간권(司諫院)의 독립·신문고(申聞鼓) 설치·상소(上疏)제도·윤대(輪對)·성균관 유생들의 시위운동·어사제도 등 괄목할만한 언론 및 시위의 자유 확장이 있었음.
5) 일선공무원들에 대하여
민본․위민정치의 실효를 거두기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일선 행정관의 역할은 매우 중차대한 것이다. 특히 각급 지방 행정부서장들은 현능(賢能)한 인재를 임명하고 ‘중외 경내(重外輕內)’ 원칙에 입각하여 외직(外職)을 거친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장(長)들의 기본 자세는 공(公)․명(明)․염(廉)․근(勤)이며, 장의 임무는 우선 민중 기본생활여건 안정과 교육 및 도덕의 진흥이다. 민중을 수탈하는 자는 큰 좀벌레이므로 감사(監査)제도를 통하여 그 뿌리와 가지를 베어 움트고 뻗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 정 도전의 탁월한 견해는 그 외에도 많이 있으나, 대략 이 정도의 정치적 개념만 제대로 운영되더라도 사회정의 확립을 위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고통치권자를 위시한 권력자들의 친․인척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점과, 청렴결백․멸사봉공의 가치관을 확립했던 것은 영구히 인류사회 운영상 하나의 큰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달민족 역사와 문화 창달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시골의사 입니다.
서울중고-연대 의대 졸 단기 4315년(서1982)부터 세계 역사,문화 관심 단기 4324년(서1991) 십년 자료수집 바탕으로 영광과 통한의 세계사 저술 이후 우리찾기모임, 배달문화연구원 등에서 동료들과 정기 강좌 및 추가연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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