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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백제사,1400년 만에 門이 열린다

금동대향로 같은 유물은 문화재에 문외한이라 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하다

최병준 기자 | 기사입력 2010/08/25 [08:34]

화려했던 백제사,1400년 만에 門이 열린다

금동대향로 같은 유물은 문화재에 문외한이라 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하다

최병준 기자 | 입력 : 2010/08/25 [08:34]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공주와 부여, 논산시에서 세계 대백제전이 열린다. 대신라, 대고구려란 말도 생소한데 삼국 중 가장 먼저 멸망한 백제가 대백제라니…. 문화유산해설사는 백제가 고구려보다도 컸다고 했지만 인구가 많아서 대백제란 설명은 부족하다. 기자가 보기엔 이렇다.
 
백제는 그 동안 죽어있었다. 서기 660년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뒤 1400년 동안이나 백제는 죽어 있었다. 최후의 승자 신라는 백제를 철저하게 짓밟아서 백제에 가면 백제 때 것이 별로 없다. 백제 때 건물은 모두 탔고, 남아 있는 것은 절터와 돌탑, 왕릉, 애잔하고 구구한 전설뿐이다. 신라가 백제를 다 부숴놨다고 탓할 이유는 없다. 백제가 이겼더라면 백제도 철저하게 신라를 죽였을 것이다.
 
고대국가는 오로지 사느냐, 죽느냐를 놓고 쟁패를 겨뤘다. 과연 백제 문화가 신라에 한참 떨어져 신라에게 졌을까? 아니다. 금동대향로 같은 유물은 문화재에 문외한이라 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하다. 백제는 화려했다.  


백제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 마음 속에 드러내지 않은 한이 있다. 백제의 마지막 왕도였던 부여의 인구는 지금도 8만명이 채 안된다. 시로 승격되지 못하고 군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왕도다. 천년왕도 경주에 비해 63년 동안 도읍이었던 공주나, 123년 동안 왕도였던 부여의 유적은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주엔 특1급호텔과 콘도가 즐비한데, 해마다 일본인 관광객이 5만명이나 찾아 오는 공주와 부여에는 각각 49개 실과 40실짜리 미니관광호텔 하나씩밖에 없었다. 올해 대백제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제야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부터 추진했고, 12년 동안 공사를 한 부여의 백제문화재현단지가 올가을 완공되고, 롯데리조트도 개장한다. 앞으로 골프장과 명품 아웃렛도 들어선다. 공주에는 숙박이 가능한 한옥촌이 곧 개장한다. 제주, 강원도와 경합한 끝에 올 10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관광장관회의도 부여에 유치했다. 해서 충청도 사람들은 이번 축제를 '백제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로 보고 있다.
 
그동안 고속도로도 많이 뚫렸고, 백제도 많이 달라졌단다. 그러니 백제 한 번 가보자. 먼저 부여다. ①백제문화재현단지 ②백마강 ③정림사지 ④궁남지가 대표적 유적이다. 
 
9월 개장하는 ①백제문화재현단지는 왕궁과 능사,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를 재현해놓은 것이다. 충남도에선 '아시아 최대 역사테마파크'라고 자랑했지만 언뜻 보면 '포크 빌리지' 즉 민속촌 같다. 드라마 세트장 중에도 제법 규모가 큰 것들이 있다. 그럼 재현단지는 뭐가 다를까? 대목장, 칠장, 단청장 등 6개 분야의 장인들이 참여해 최대한 백제의 원형을 살리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 백제 왕궁은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히 모른다. 백제 때 지어진 현존 건축물도 없기 때문이다. 해서 건축가들은 출토된 유물을 참고하고, 일본에도 다녀왔다. 일본이 백제건축기술을 받아들였으니 백제 스타일이 일본에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 백제왕궁을 완성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지붕의 양쪽 끝머리에 얹는 장식물)의 무게는 590㎏이나 된다. 똑같은 크기의 치미를 제작, 균형에 어긋나지 않게 건물을 지었다. 지붕은 웅장함이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하앙이란 기법도 썼는데, 현재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완주 화암사를 참고로 했다.
 
단청은 백제 고분 벽화를 기준으로 해서 명도와 채도를 낮췄다. 능사는 금동대향로를 발견했던 터에 있던 절이다. 능사에 재현한 5층 목탑은 높이가 38m로 5층 아파트 정도나 된다. 이렇게 퍼즐 맞추듯이 백제를 맞춰갔다. 고증은 했지만 원형이 불분명하고, 왕궁터 위에 지은 것도 아니니 '복원'이 아니라 '재현'이 됐다.
 
2012년부터 백제문화재현단지는 롯데월드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덕수궁 수문장교대식처럼 백제를 떠올리는 이벤트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재현단지는 잃어버린 백제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곳임은 확실하다.

재현단지에서 ②백마강은 가깝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백제하면 백마강과 낙화암을 떠올린다. 해상왕국으로 일본, 중국과 왕래했다는 구드래 나루터의 선착장은 낡았다. 나루터는 "백마강 달빛 아래, 물새가 우~울고…"했던 그 시절 그 모습 같다. 그나마 전통 목선 같은 새 유람선이 여러 대 들어와 운항하고 있어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긴 했다. 

연꽃이 지천에 핀 궁남지백마강과 낙화암은 눈으로 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귀로 듣는 여행지다. 백마강의 겉모습은 여느 강과 다를 게 없고, 낙화암은 바위절벽일 뿐이다. 여행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구구한 전설이다. 바로 백제가 멸망한 뒤 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꽃처럼 떨어져 죽었다는 얘기다.
 
과연 사실일까? 성 안에는 그만한 사람들이 살았던 터도 없다. 삼천궁녀 이야기는 의자왕이 3000명이나 되는 궁녀를 끼고 놀았으니 망한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은근히 주입시킨다.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추측한다. 위기에 몰린 부소산성에 양민들까지 모여들었고, 치열한 전투 와중에 많은 여자들이 죽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천궁녀 이야기는 의자왕을 폄훼하기 위한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백제를 다시 보게 하겠다는 이번 축제팀은 의자왕을 소재로 한 수상쇼를 만든다. 의자왕이 여자 품에서 흥청망청 놀아났던 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화유산해설사 왈 "고구려에서 가장 위대했다는 광개토대왕은 103개 지역을 정복했습니다. 의자왕은 160개 지역을 정벌했어요." 유능한 왕이었단다. 이 공연의 수상무대 건설비는 58억원. 프로그램 제작비는 22억원이다.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것이다. "백제를 니들 맘대로 생각하지 마!" 
 
6명의 장인이 참여해 백제 원형을 살린 재현단지.그럼 부여에서 백제인들이 만든, 백제의 미를 알려주는 문화재는 없나?
 
③정림사지다. 정림사지 5층석탑은 백제탑의 미를 보여준다. 백제는 법당 하나에 탑 하나, 신라는 법당 하나에 탑 둘…. 이런 가람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따지자면 더 복잡하다. 그냥 주의깊게 봐야할 것은 돌을 다룬 솜씨다. 백제사람들은 삼국 중 돌을 가장 잘 다뤘다고 한다. 해서 나무 다루듯 탑의 지붕돌을 날렵하게 했다.
 
통일신라초기 탑인 경주 감은사지 탑과 비교해보라. 감은사탑은 경상도 말로 '단디'(단단하게) 생겼다. 백제탑은 날씬하고 우아한 아가씨 같고, 신라탑은 우직한 경상도 사내를 닮았다. 정림사 5층탑은 소정방탑으로 알려져왔다. 비문에 대당평백제비(大唐平百濟碑)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했다는 뜻이다.
 
이것을 보면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말이 맞다. 참고로 부여의 무량사에 가면 잘 생긴 탑이 하나 있다. 고려 때 세워진 것인데, 정림사탑과 비교해보시라. 석탑이 이렇게 변해갔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림사지 북쪽으로는 백제 궁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쪽으로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든
 
④궁남지가 있다. 634년 무왕시절 만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라고 한다. 삼국 쟁패의 와중에 백제의 왕자와 신라 공주가 연애놀음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호기심을 자아낸다. 요즘, 궁남지는 연꽃 공원이다. 거기는 연꽃이 지천이어서 사진 찍고 데이트 하기 좋다.
 
백마강과 정림사지가 백제의 슬픔을 얘기한다면 궁남지는 연애와 행복을 들려준다. 대개 백제는 뭔가 안쓰러움이 있는 듯하다. 화려한 왕국의 몰락에서 느끼는 연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백제를 슬픈 눈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궁남지는 화려하다. 게다가 이제 백제도 부활한다지 않은가. [경향신문 | 부여 | 글·사진 최병준 기자 | 입력 2010.08.24 2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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