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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필 인 유럽 - 소비로서의 영화가 아닌 영화를 위한 소비

빠리 8대학 영화전공. 영화 칼럼니스트. 2008년 가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영화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빠리에서 영화같은 삶을 사는 중.

정미진 | 기사입력 2014/09/19 [04:49]

씨네 필 인 유럽 - 소비로서의 영화가 아닌 영화를 위한 소비

빠리 8대학 영화전공. 영화 칼럼니스트. 2008년 가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영화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빠리에서 영화같은 삶을 사는 중.

정미진 | 입력 : 2014/09/19 [04:49]
 지난번 프랑스의 작은 영화관 작은 영화 상영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한편으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리시내 예술영화 상영관을 소개하고 싶었다.
 
오늘은 파리 남쪽 14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엉트르뽀(lEntrepôt : 대형창고라는 뜻)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엉뜨르뽀는 빠리 14구에 위치해 있다.     © 엉뜨르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함께 운영되는 갤러리와 레스토랑에서 빠리 시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들을 기획하는 이 문화공간을 통해서, 문화와 사람에 넉넉한 관심을 쏟는 빠리 사람들의 영화를 접하는 방식을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 출신 Eugénie Zvonkine 교수가 본인이 진행하는 ‘Kira Mouratova 프랑스 방문 마스터 클래스를 빠리 14구에 위치한 엉뜨르뽀에서 열리니 참여를 요청’해 왔다.

 

평소에도 관심 있었던 구 소련 영화산업시대의 꽤 독보적인 노선을 구축했던 여성작가였기에 한달음에 달려갔었다. 러시아권에서 친구들도 보였고,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녀의 영화 Longs adieux (1971)의 장면을 이제 80을 바라보는 할머니 감독님 앞에서 다시 보자니, 진했던 영화자체의 여운보다는 ‘자신의 젊음이 담긴 한 때를 세대를 거슬러 어둠가운데 숨죽여 보고 있는 따뜻한 영화 팬들을 만나는 설렘은 어떤 것일까’라는 부러움이 밀려왔다.

 
3개의 상영관이 있는 엉뜨르뽀     © 엉뜨르뽀

 

영화 상영과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고, 영화의 여운뿐 아니라, 영화관의 매력에도 담뿍 빠지게 되는 진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 3개의 작은 영화 상영관이 있는 엉트르뽀는 우측으로 뻗은 작은 복도로 연결되어있고, 늘 자주 지나다녔던 길목인지라 익숙했다고 생각했던 큰 레스토랑은 알고 보니 영화관과 함께 연계되어 운영되는 문화공간이었다.

 

친구와 함께, 좁다란 복도를 따라 레스토랑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가려는데,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에 커다란 나무그늘과 쉴 만한 테이블들이 나란히 줄을 맞추어 있었다. 영화관의 이름처럼 대형창고를 개조한 공간과 같은 곳에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이 천정을 장식하고 있었고 레스토랑 한 벽면에는 바로 위층의 갤러리와 세미나실로 연결된 계단이 있었다.

 

단순히 동네에 있는 작은 영화관인 줄로만 알았던 곳이 1층엔 큰 레스토랑과 카페 2층에는 작은 미술갤러리 또 세미나실도 가지고 있었고, 모든 공간들은 개별적인 것 같이 보였지만, 매 달 새로이 편성되는 프로그램들로 긴밀히 연계되어있다.

 

높다란 온실하우스 유리 너머로 햇살이 비추이고 한참 저녁메뉴를 준비하는 요리사들의 몸놀림과 웨이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조용한 금요일오후를 설레게 하였다.

 

굉장히 자주 지나던 길목임에도 영화관과 이 레스토랑이 함께 운영되는 것인지를 몰랐던 나는 레스토랑 안 쪽에 비밀의 정원처럼 깊숙이 자리 해 있는 야외 정원의 고즈넉함에 단숨에 온 마음을 사로잡혀 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엉뜨르뽀에서 토요일 오후시간 영화를 보게 되었고, 정원에 앉아 영화 상영 전 단돈 2유로의 커피와 함께 그 날 볼 영화에 대해서 또 그 하루에 대한 마음을 노트에 다독였다.

 
빠리에서 커피가 단돈 2유로라니..     © 윌리포스트

 

영화 상영 전의 높다란 정원의 나무그늘이 선사하는 여유로운 10분의 설렘은 소비로서의 영화가 아닌 기다림과 기대로서의 영화 상영을 선물해 준다.

 

영화관에 간다는 것은 영화를 보러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들러 줄을 서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기대나 설렘을 동행인과 나누며 그 자리에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질문에 이 영화관의 오늘 프로그램은 뭘까라는 기대와 확신은 더 많은 영화를 위한 더 많은 관객을 모집하는 데 있어서 아주 좋은 밑거름이 된다.

 

매일 저녁 이 레스토랑의 작은 무대에서는 프로그램 편성에 맞추어 제 3세계 음악이나 재즈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고, 특별 예술 영화 상영 후 관계자들 담화를 위한 만찬 장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층의 미술갤러리와 미술전시회 특별 파티인 베르니사쥬(Vernissage)의 용도로 약 100석 규모의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번 소개했던 파리 5구의 샴뽀(Champo)영화관처럼, 프랑스에서는 올해의 끌라스멍 아흐 에 에세이(classement art et essai:예술영화상영전용관 등급) 라고특별히표시가되어있는작은영화관들이꽤나많이있다.

 

이는독립영화나재상영예술영화를많이보유하고있는영화관들이매해2002년부터프랑스의영화진흥위원회격인 CNC(Centre national du cinéma et de l’image animée)에 신청하여 ‘예술영화 상영 전용관’등급을 받으면, CNC의예산편성을받아적정금액의지원금을받고관객을위한영화관편성능력을보증하는제도이다.

 

이마크가붙어있는영화관에서는그영화관의품격과함께, 찾는사람의안목또한고취시켜주는인상을받는다.

 

예술영화상영전용관 등급을 보유한영화관들은매우많지만, 14구에위치한복합문화공간으로

서의엉트르뽀는 말 그대로 복합적인 매력을 가지고 우리로 하여금 문화를 소비하고 누리게 한

다.

엉트르뽀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유독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씨네 빠헝

베베(Ciné-Parents-Bébés :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영화)이다. 이는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예

술영화를 보고 싶은 부모가 아이들과 동행하여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부모들은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상영관안에서 아이들이 뛰고 장난친다.     © 엉뜨르뽀

 

갓난아이의 엄마도 마음껏 영화관에 오고 싶은 갈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고야 마는 영화관의 경쟁적 프로그램 편성이 즐비한 우리 영화업계가 배워야 할 겸손하고 넉넉한 태도가 아닐까?
 

원본 기사 보기:thewiley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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