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담고 비우는 자루
정공량
아침 일찍부터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는 공원에서 빈병을 주워서 자루에 담는다 누군가가 마시고 버렸을 빈병은 밤이슬을 맞고 아무 곳에나 버려져 있다 이제 빈병은 빈병대로 또 한 번의 제 삶을 다 살았을 것이다 우선은 채우기 위해 만들어졌을 그것은 오직 비워지기 위한 것이었다 할머니의 거친 손에 빈병은 쥐어지자마자 자루 속에 신속하게 담겨지고 있었다 허리를 펼 때마다 드러나는 골 깊은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들 아침햇살만큼이나 눈이 부시다 어느 날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쓸 때마다 할머니 주름살은 할머니 마음의 빈병처럼 더 깊어지고 더 많아졌으리라 생을 담고 비우는 저 자루처럼
1955년 전북 완주 출생. 명지대학교 문창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83년『월간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시집『우리들의 강』『마음의 정거장』『기억속의 투망질』『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아름다운 별을 가슴에 품고 사는 법』. 시조시집 『절망의 면적』『내 마음의 공중누각』『꿈의 공터』『기억 속의 투망질』『마음의 양지』『나는 저물지 않는 내 마음의 동쪽에 산다』. 시조선집 『꿈의 순례』. 문학평론집 『환상과 환멸의 간극』『깊이와 넓이의 시학』『시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계간 문예종합지 『시선』 발행인 및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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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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