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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시] 목련이 환한 집

김정하 | 기사입력 2016/05/26 [18:55]

[김정하의 시] 목련이 환한 집

김정하 | 입력 : 2016/05/26 [18:55]

 

 

 

 

 

목련이 환한 집    

                          김정하

 ㅡ 미야에게

       

 

 

날은 저물고 어두어진 먼-길을 걸어 집에 도착 한다 뾰족지붕 위 검은 굴뚝에는 연기도 오르지 않고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녹이 슨 푸른 자물쇠를 끄른다       

 

미야가 아직 집에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의 우아한 미색 꽃송이가 웃고 있었다 있어도 없는 듯한 그 애, 미야가 오늘은 떠나는가 보다 슬픔을 처음 안 꽃잎 천천히 진다            

 

쓸쓸히 떨어져 갈 빛을 띠며 흙 위에 시들어 가는 꽃잎,  미야의 조용조용한 몸짓이 온종일 창가에 어른댔다 이따금 빗발이 유리창에 뿌려졌고, 가스등 불빛이 꽃잎처럼 뚝뚝 떨어졌다        

  

아 가슴딱지가 붙은 내 아이, 쪼끄만 발자국이 비에 젖고 있었다 그 애가 떠난 오랜 후에도, 그 애와 조그만 아이가 또박또박 걷는 소리가 골목길을 울리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멀리서 오고 있었다 비가 오는 늦은 봄밤이나 바람 부는 흐린 가을날이면 그 애가 걷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혹은 바람 소리에 섞여 가랑잎 묻어서 나직이 들려온다        

    

 

어느새 목련은 키가 자라 지붕을 훌쩍 넘었고, 갈 빛의 구멍 사이로 씨앗이 여물고 있었다

 

 늦여름, 바람은 벌써 익는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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