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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5회

임서인 | 기사입력 2016/08/06 [14:34]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5회

임서인 | 입력 : 2016/08/06 [14:34]

 

 

 

 

[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5회

 

 

(앙망문) 곳고리에게

너에게 피해를 줬다.

나로 말미암아 너의 고통이 크다.

헤아릴 수 없다.

여생도 곳고리에게 짐이 될 듯싶다.

글을 쓸 수도 리플도 달수가 없다.

너무 슬퍼마라,

애드립과 고소가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용서해주지 마라. 날 원망해라.

운명이다 고소해라

그리고 해운대 경찰서 앞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늙은 도령-

 

 

그의 입 꼬리가 심하게 떨리고 종이가 흔들렸다. 빌어먹을 새끼. 감히 모방할 걸 모방해야지 저런 새끼를 내가 가만 두지…….

 

“저 새끼가 노무현 대통령 유서를 비꼬아 나에게 사과한다고 왔어. 거기까지는 괜찮았어. 근데…….”

 

앵초의 격앙된 목소리에 사내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으려던 것을 멈추었다.

 

“시벌년아, 너를 경찰서에 고발하지 않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해. 여자가 맞아? 일찍이 전라도년들 독하다는 것은 알지만 독종중의 독종이구만.”

 

사내가 오른쪽 팔을 붙들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비틀비틀거리며 엎어진 의자를 똑바로 세워 앉았다.

 

“영업 방해하고 부서진 집기 값 다 변상하고 얼른 나가욧!”

 

여주인의 표독스런 목소리가 사내의 뒤통수에 내리꽂았다.

 

“씨팔, 다 변상해준다 했잖아. 지금 오고 있다니까 기다려.”

 

사내가 벌떡 일어났지만 이내 주저앉아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 전라도 여자! 이 문딩이 새끼, 아직도 주둥이가 살아서 나불거리네.”

 

해덕은 벌떡 일어나며 앉았던 의자를 들어 사내에게 일격을 가하려는 앵초를 말렸다. 일찍이 한번도 보지 못한 앵초의 과격한 모습과 말투에 해덕은 그만 놀라 그녀의 발개진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팔이 스스르 밑으로 떨어졌다.

 

“어떻게 된 일이야?”

 

해덕이 물었다. 그때 문을 열고 20대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도 안의 광경을 보고 놀라 눈이 커졌다. 사내를 발견하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고? 또 사고 쳤나? 내사 못산다. 저 여자도 전라도 여자가?”

 

경상도 말씨가 또렷한 여자는 앵초를 앙칼지게 쏘아보았다. 여자의 매력적인 입술로 쏘아대는 말은 녹슨 칼 같았으나 짧고 숱이 적은 속눈썹을 마스카라로 치켜 올려 눈초리만은 야무졌다.

여자를 본 오십대의 여주인이 팔짱을 끼고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30년 장사를 하면서 이런 꼴은 처음이네. 젊은 사람들이 혈기만 내세워 싸운다고 이 나라가 올바로 갈 것 같은가? 싸우려면 온당한 논리를 갖추어 싸우게나. 이게 무슨 꼴인가? 천박하게시리.”

 

“천박하다고요? 우린 저 웃대가리 새끼들이 싸우는 것처럼 싸운 거라고요. 그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싸우면 이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앵초가 소리쳤다.

 

“왜? 전라도 여자만 찾아서 이 난리가? 미쳤나?”

 

여자는 사내의 붕대가 감기지 않은 팔뚝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내려쳤다.

 

“저년이 젓가락으로 순식간에 내 팔에 꽂는데 아찔했어, 그래서 나도 저년의 쌍판대기를 돌려버렸지? 저년의 입술 좀 봐 뺑덕어미의 입술보다 한 점은 더 많아. 크크크.”

 

사내는 싸움에서 이긴 승냥이마냥 앵초의 얼굴을 눈빛으로 핥으며 잘근잘근 씹으며 해죽 웃었다.

 

“설마, 일본 교토에 묻힌 18만 명의 조선인의 코 무덤에 묻힌 사람이 경상도인이 많은가? 전라도인이 많은가로 싸운 건 아니제? 이번엔 전라도 가스나랑 무엇으로 싸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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