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인의 중편소설] 곳고리 6회
여자는 사내의 곁으로 의자를 끌어당기면서 호기심의 눈빛을 반짝였다.
“니도 잘 들어봐라. 우리 갱상도에 밀양아리랑만 있는 거 아니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축하하자고 하먼서 밀양아리랑이 을매나 흥겨운 아리랑인지 노래 파일을 올려놓았더니 저년이 저질스럽다고 욕하는 거야.”
사내는 아이가 엄마에게 형의 잘못을 이르는 소년처럼 여자에게 말했다.
“춘향가, 홍길동전, 심청전 등 국보급이 전라도 것인 거 아시죠? 한번 경상도에서 나온 아리랑이 뭔지 말해보세요?”
앵초가 여자에게 묻자 해덕은 두 사람이 싸운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리랑에 대해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경상도도 아리랑이 많아요. 그딴 거로 싸우는 두 사람 참 할 일이 없습니다. 그놈의 카페에서 빨리 탈퇴하라고 했잖아! 거기서 여자들과 노닥거리느라고 내 전화도 잘 안 받는 거였어? 이 문딩이 자슥아!”
여자가 어깨에 들렀던 앙증맞은 가방을 빼어내더니 남자의 머리에 내리쳤다.
앵초와 사내는 ‘2030소통의 문’이라는 카페의 회원이었다. 사내가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수많은 댓글로 축포를 터트렸다. 누군가 아리랑의 뜻과 아리랑이 진도에서 나온 거라는 댓글이 달렸다. 진도가 절라도 아니냐? 어쩐지 홍어냄새가 나더라? 로 시작하여 몇몇 사람의 매번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앵초가 갱상도는 배아지가 고파서 제대로 된 노래가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등따시고 배불러야 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날좀 보소~날좀 보소~이런 저질스런 노래가 어딨어? 하고 불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사내의 심기에 거슬려 앵초는 그의 포망에 걸려든 것이었다.
이념양극화의 불씨를 누군가 매번 많은 댓글 속에 퍼트려놓고는 싸움은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의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결국, 사내와 앵초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을 구경하거나 누가, 더 싸움을 잘하는지 흥을 돋우었다.
사내는 전라도 여자의 댓글에 유난히 히스테리를 부리곤 했다. 앵초가 전라도 여자인 것을 아는 사내가 그녀의 댓글에 댓글을 달면서 여러 번 티격태격 언쟁을 했지만 이번처럼 사내가 그녀가 살고 있는 모란까지 쫓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의정부 호원동에 사는 사내는 그녀가 알기로는 도시생활에 신물이 나서 귀농을 생각중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읽었었다. 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앵초는 귀농에 대해 부정정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이런 글에도 갈려면 절라도로 가지 말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 댓글에 한마디 달고 싶었으나 참은 적이 있었다.
점심때 모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사내가 모란에 왔다고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앵초는 아리랑으로 사내를 심하게 자극한 것이 미안해 화해를 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시켜 어느 정도 좋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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