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안문길 역사소설 옥전여왕(玉田女王)] 진흥왕의 서찰 11회

안문길 | 기사입력 2019/01/20 [17:14]

[안문길 역사소설 옥전여왕(玉田女王)] 진흥왕의 서찰 11회

안문길 | 입력 : 2019/01/20 [17:14]

 [안문길 역사소설 옥전여왕(玉田女王)] 진흥왕의 서찰 11회

 

 

 

망망대해에 한 조각배가 떠가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이 검푸른 바다에 박혀 온 누리가 별빛으로 반짝거렸다. 미끄러져 가는 뱃전에 물결 부딪치는 소리 외에 세상은 무겁게 고요가 내려 앉아 있었다.

 

배 안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과 젊은 비구니, 그리고 건장한 장정 두 사람과 사공 등 다섯 사람이 타고 있었다. 몇 번의 낮과 밤이 바뀌었지만 바다 어딘 가에도 섬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진 않으신지요? 나흘쯤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사공이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먼 바다에 나간 후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장정 하나가 품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서찰을 받아 희미한 등불 아래에서 펼쳐보았다.

 

<전륜성왕,

우리가 전생의 업이 엇갈려 후생에 적국의 왕으로 태어난 것이 한스럽습니다. 그저 필부로 태어났더라면 농사나 지으며 평생을 조용히 살았을 것을.

성왕이 우리 군에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으므로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왕의 목을 칠 것에 동의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불자가 불자의 목을 자른다는 것은 윤회의 세상에서 자신의 목이 잘릴 죄를 짓는 것이므로 깊은 사념에 허덕였습니다.

생각 끝에 왕과 체형이 비슷한 중죄인을 골라 왕의 옷을 입히고 목을 치게 하였습니다. 이 일은 이 몸과 장군 김무력 밖에는 누구도 모르게 진행된 일이지요.

왕께서 가고 있는 곳은 우산도란 곳입니다. 얼마 전 우산국이었던 곳을 이사부 장군으로 하여금 접수하여 신라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외진 곳이긴 하나 풍광이 아름답고, 산물이 풍부한 곳이니 조그만 암자라도 지으시고 불도에 심취하시다가 아미타불에 귀의 하시기를 바랍니다. 덕 높은 비구니 한 분을 딸려 보내오니 선문답하시며 외로움을 달래시기 바랍니다.

장정 두 사람이 뒷일을 도울 것입니다. 건안 하십시오.

신라왕 진흥>

 

서찰은 진흥왕의 친서였다. 진흥왕은 비록 적국의 왕이라 할지라도 일국의 왕의 목을 자른 다는 것은 하늘이 노할 일임을 깊이 깨닫고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사형 당해 마땅할 중죄인을 골라 성왕의 옷을 입혀 목을 치게 하고 성왕은 배에 태워 우산국으로 가 살게 하였던 것이다.

 

자신의 몽매하고 경솔한 불찰로 적국의 포로가 된 것을 땅을 치며 한탄하던 성왕도 모든 것이 하늘의 뜻임을 인지하고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사념 속을 헤매던 성왕은 속세에 있었던 미련을 버리고, 남은 여생을 불도에 전념하기고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어둠을 뚫고 바다 저편이 열리며 먼동이 터 오고 있었다.

 

 

 -계속-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미식 여행지 고흥, ‘녹동항 포차’에서 추억을 쌓아요
1/23
광고
안문길 소설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