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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슬픔

백학 시인 | 기사입력 2018/12/15 [19:38]

생존의 슬픔

백학 시인 | 입력 : 2018/12/15 [19:38]

태안에서 여린 꽃잎 속절 없이 날리고

나는 오래전에 썼던 이 시를 어딘가에서

찾아냈다

---------------------------------

 

생존의 슬픔

 

백 학

 

슬픔이

하나 둘

실타래처럼 엉켜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

 

해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렁주렁 사람처럼 젖가슴을 늘어뜨린 채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지는

주인 없는 암캐의 불안에 떠는 눈빛은

슬픔이다

 

버려진 박스와 빈 병을 주으며

홀로 살아가는 움막집 할아버지가

옆집 아이가 먹다 버린 과일을

남몰래 허겁지겁 주워 먹는 허기짐은

슬픔이다

 

항상 밤이 되어야 돌아오는

일터에 간 엄마를

늦은 오후부터 하염없이

버려진 타이어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어린 오누이의 기나긴 시간은

슬픔이다

 

컴컴한 여인숙에서조차 외면 당하는

늙은 창녀의 병든 몸뚱이는

슬픔이다

 

한겨울 시장 바닥을

헤메고 돌아 다니는

미친 여자의 불러오는 배는

슬픔이다

 

그리하여

꽃다운 나이에 쓰러져간 젊은 영혼과

채 피지도 못하고 죽어간 어린 영혼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순백의 이념은

슬픔이다

 

*

 

슬픔이

하나 둘

오월의 꽃잎처럼 떨어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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