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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11

임서인 | 기사입력 2015/10/24 [20:31]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11

임서인 | 입력 : 2015/10/24 [20:31]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11 

 

                                임서인 

 

조용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남자를 보았다. 두 손을 합장하고 가슴에 얹고 무언가를 입으로 중얼거렸다.

 

“기대해도 됩니까?”

 

그녀가 속삭였다.

 

“끝내줄 테니 기대하시오.”

 

그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행복의 환희를 맛볼 것 같은 즐거움에 온몸이 움칠거렸다. 도덕의 굴레 따위를 벗어난 지금 자유스러운 섹스 맛의 쾌락이 온몸에 질펀하게 퍼졌다. 

 

쓰윽, 그의 손이 드디어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포갰다. 달콤한 꿀물이 흘렀다. 감이 좋았다. 모처럼 제대로 된 섹스를 해보나 보다 하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힘차게 빨았다.

 

그의 손이 더 이상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서 떼었다. 그녀는 갈증 난 사람처럼 격렬한 키스를 하고 싶었다.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서 떨어지자 조금 허탈했다. 그녀가 아쉬워하는 사이 그의 물건이 순식간에 그녀의 동굴 속으로 들어와 몇 번 풀무질을 하더니 쑥,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옆에 놓인 휴지로 자신의 물건을 닦고는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휘향은 멍하니 그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어이없이 픽하고 웃었다.

 

“탐욕의 끝은 이와 같은 것이오. 나 먼저 나갈 테니 쉬다 나오시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가 문을 열고 나갔다. 휘향은 그가 싸지른 정액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탐욕의 끝이 허망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인가? 자신의 무능함을 변명하고자 함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랑이 동반하지 않은 섹스를 하면서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었다. 그의 아내의 허락하에 이루어진 섹스라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겠지만, 요즘 그녀의 허접스런 탐욕은 반성할 줄 몰랐다. 홑몸으로 누구와 이 짓을 한다 해도 누가 욕한단 말인가? 섹스의 자유로운 공화국에서 내 몸 가지고 내가 즐기겠다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몸이 으스스 추웠다. 잔뜩 기대를 한 잔치에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 실망한 꼴이었다.

 

그녀가 수덕여관에서 깊이 고뇌했던 그 고뇌가 또 다시 그녀의 온몸을 덮쳤다. 어제는 가장 쾌활한 것처럼 살다가 지금은 가장 우울한 동물이 되어 있었다. 사랑이 동반하지 않은 쾌락의 끝에는 허무함이 항상 따라다녔지만, 상관하지 않으려고 했다. 간혹 무서움이 들었지만 무서울수록 그것에 더 집착을 하며 잊으려했다. 아직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집단섹스니, 스와핑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만도 건전한 놀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가장 추한 것이 인간의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거울을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추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섹기가 감돌기는 했지만 나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평화로운 그녀에게 잔인한 가위를 들고 도덕이 습격을 했다. 

 

니힐리즘이 엄습하며 자신의 가치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했다. 한 번도 무엇 때문에 뭇 남자들의 품안에 기어들어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전 남편에게 향한 목표가 상실해 버린 이후로 어떤 남자에게도 목적을 두고 이 짓을 한 적이 없었다.

 

그의 첩이 되어 쾌락을 맛보며 행복해 했던 그 때도 구토가 일고, 지금 자신을 돌아보는 이 이시간도 구토가 일었다.

 

자신의 가치를 상실한 눈으로 다시 거울을 보았다. 한 때는 순결이 어리석은 인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궁 가득 차오르는 욕정을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남자의 정액을 자궁 가득 받아내는 것이 여자를 유지시켜주는 윤활제라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인가?

 

생각이 엉키며 혼돈이 밀려왔다.

 

너는 천박해. 하고 거울 속 그녀가 말했다. 아냐. 아냐 하고 그녀가 거울 속 그녀를 표독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충동적으로 옷을 사고, 인식 없이 보석을 사는 것이 성충동과 다를 것 없는 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하고 살지 못한 자신이 거울 속에 있었다. 아니 거울 밖에 있었다. 거울 밖의 그녀가 천박한가? 거울 속의 그녀가 천박한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거울 속 그녀와 거울 밖 그녀에게 플라톤의 혼이 들락날락했다. 그와의 5년 동안 살면서 행복한 것은 속은 행복이었다.

 

갑자기 외로워졌다. 그녀는 알몸을 잔뜩 웅크렸다.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5년 동안 그녀는 산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하얀 침대 시트를 오른손으로 잡아 뜯었다. 그리고는 비틀었다.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자기를 창조해 낸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기를 파괴시킨 것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신을 취하게 만들어 자신의 마음에 밀려오는 수치심과 절망과 천박하게 살아온 날들을 잊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남편을 만나 처음 사랑할 때는 행복에 필요한 것이 사소한 것이었다. 그때는 편안이 있었다. 물질적 풍요와 욕정을 채워준 5년은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으로 불면의 밤과 디오니소스와 더불어 그가 본집으로 가버린 텅 빈 집을 지켰다.

 

어느 때는 디오니소스보다 먼저 취한 날이 허다했지만, 디오니소스보다 나중에 취한 날은 디오니소스의 목을 조르고서는 앙탈을 부리며 밤새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화가 났다. 다시 하얀 침대 시트를 있는 힘을 다해 비틀었다,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미루고 미루었었다. 자신을 바라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있는 힘을 다해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돌고 있는 톱니바퀴가 왜 돌고 있으며 어떻게 돌고 있는지 애써 외면했다.

 

사랑은 어디 있는가? 사랑을 잃고 울었던 날들은 벌써 잊었는가?

 

무엇을 사랑했는가? 사랑이 없는 섹스를 하면서 그 배고픔에 손가락 하나하나에 수십 캐럴짜리 다이아반지로 채우고, 심지어는 발가락 하나하나 채우다 못해 발목에도 팔뚝에도 채워야 한다고 그에게 우둑우둑 대들지 않았던가? 마음의 주름을 감추기 위해 얼굴 주름을 펴며, 인생의 신뢰를 잃은 눈을 감추기 위해 대낮에도 선글라스를 끼었다.

 

아, 화가 났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세상이 자신을 속인 것이다. 허기진 자궁을 달래기 위해, 정액을 쏟아낼 곳이 없어 외로운 수컷들에게 자궁을 빌려준대도 비난할 사람이 없다고 세상이 말했었다. 즐길 때 즐기라고 세상은 그녀에게 속삭였었다. 즐기지 못하는 것이 바보라고 세상은 은밀히 말했었다.

 

세상에게 자신을 맡겨놓고서는 자신을 찾은 적이 없었다. 지금의 그녀를 잃어버리고 그녀 자신을 발견해야 하는데, 발견해야 하는데, 그 목소리는 아주 희미하고 희미해서 그녀는 귀를 기울였지만, 이내 복받쳐 오르는 분노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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