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성공단 사람들'로 본 북한 노동자① 돈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이동훈 기자 | 기사입력 2015/07/09 [15:51]

'개성공단 사람들'로 본 북한 노동자① 돈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이동훈 기자 | 입력 : 2015/07/09 [15:51]

<내일을 여는 책>에서 나온 ≪개성공단 사람들≫은 개성공단에 대한 기존의 여러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뿐 아니라 북한사회에 제대로 된 이해를 도모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했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생각, 문화,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과 만났던 한국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사람들≫에 소개된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일부 소개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업무일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은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개성공단 내의 법인장으로 일하시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아침마다 갖는 <독보회>”(퇴근시에는 <생활총화>)를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독보회는 로동신문을 비롯한 교양자료를 전체 노동자가 함께 모여 공유하고, 주요한 국가정책과 시사문제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해주는 모임입니다.

일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한국 관리자의 큰소리에 북한 노동자들은 “지금 당(국가)의 지령(지침)을 받고 있는데 몰상식하게 무슨 말씀을 하는 거냐?”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북한 사회가 돌아가는 일면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모든 일들이 국가(당, 인민위원회)의 지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인식들은 기본적인 상식 수준의 문화로 평가됩니다.




일은 정확하게 

북한 노동자들은 정확하게 주어진 일만 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한 관리자가 한번은 “마당의 쓰레기를 치우라”고 했는데 일을 한 북한 노동자가 담배꽁초는 놔두고 쓰레기만 치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화반장에게 왜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 있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미화반장은 청소가 다 되었다고 대답하더랍니다. 그래서 아직 현관 앞에는 담배꽁초가 있다고 하자 그 미화반장이 “마당의 쓰레기 치우라고 했지 현관의 담배꽁초 치우라고 한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이었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사회주의 노동이 우리의 그것과 달라서 그런 거겠죠. 그들은 명확하게 주어지고 지시된 일만 정확하게 한다는 겁니다. 아마 그 노동자는 담배꽁초는 다른 사람이 일을 맡아 치우게 될 것이고 자신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맡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북한에서는 일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해당 업무내용을 확실하고 꼼꼼하게, 매우 명확하게 지시해야한다고 합니다.

물질적 자극 우선이 아니라 정치도덕적 자극으로, 집단주의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돈을 더 주거나 하는 물질적 인센티브 지급으로는 안됩니다.

물질적 인센티브에 우선하는 정치도덕적 자극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나아가 그 방법도 개개인의 생산성 제고가 아닌 전체 생산성 목표를 집단주의적 목표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즉 회사 전체 노동자들의 집단주의적 목표구현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올려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생산성이 유지, 확대되는 것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북한의 노동자들은 단순히 “돈을 얼마 더 줄테니 열심히 일하라”가 아닌 일을 해야 하는 당위적 이유와 목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것의 의의를 잘 이야기 해주면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업내 북한 노동자들 전체의 성과로 돌아가게 하면 생산성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책의 전체 기획총괄을 맡은 김진향 교수(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 의하면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갑자기 야근, 특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돈 더 줄테니까 야근(연장) 좀 하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북한 노동자들은 매우 못마땅해 한다는 겁니다. 그런 경우 일을 하더라도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합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의 관념 속에는 <노동>이 <임금>(돈)과 가치교환되는 한국식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즉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이라는 개념도 없고, 기업주와 노동자 관계를 고용-피고용 관계로 설정하는 것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사회주의 노동에서는 국가적 조치에 의한 <분공>(주어진 공적 업무, 우리의 직무와 유사)으로 기업 속에서 사장이나 노동자나 똑같이 해당 기업을 위해 노력하는 대등한 주체들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내가 임금 주는데 내 말 들어야지”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이는 남과 북의 엄연히 다른 기업경영, 노동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공장에서 긴급히 받게 된 납기물량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자체적으로 납기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기한이 3일이었는데, 기한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관리자가 노동자들을 불러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특근을 요청하면서 “물량이 많은데 3일 안에 다 할 수 없으니 다른 회사에도 외주를 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북한 노동자들이 외주 주지 말라며 자신들이 다 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3일 밤낮을 새며 쉬지 않고 일해 그 엄청난 물량을 맞춰냈다고 합니다. 왜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부여만 제대로 되면 그들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법인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북측 근로자에게 자율권을 주고 북측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기업들입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맡겨 놓았더니 더 잘된다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을 통제하려는 순간 관계는 깨지고 어려워집니다.”

매일 같이 남과 북이 만나며 소통하는 개성공단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개성공단 사람들≫은 평화문제와 남북관계를 전공한 북한학자가 개성공단에 직접 체류하면서 북한 사회의 속살과 민낯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쓴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개성공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남측주재원들의 눈높에서 바라본 북한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기획총괄 김진향 / 취재 강승환, 이용구, 김세라

2015년 6월 5일 발행, 내일을 여는 책. 15,000원
 
[본글:NK투데이 이동훈 기자(http://nktoday.tistory.com/1798)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메인사진
미식 여행지 고흥, ‘녹동항 포차’에서 추억을 쌓아요
1/23
연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