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충격적인 지점은 김현태 전 단장의 정치적 위치다. 그는 단순한 강경 보수 인사가 아니다. 비상계엄 당시 무장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관에 침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 병력이 국회에 진입한 사건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헌정 질서 파괴 행위다. 그런 인물이 반성과 사과는커녕 “자유민주주의를 되찾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현실은 한국 정치의 심각한 퇴행을 보여준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과정에서 전한길 씨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전 씨는 더 이상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다. 그는 부정선거론과 극단적 반정부 정서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며 정치 팬덤을 조직해 온 대표적 극우 정치 인플루언서다.
정치적 사실 검증보다 감정적 분노와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 왔고, 이번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그것을 현실 정치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계양을은 우연히 선택된 지역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전까지 의원직을 수행했던 상징적 정치 지역구이며,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집중된 곳이다.
극우 정치세력이 계양을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거 승리 가능성 자체보다 ‘이재명과 맞서는 상징 전장’을 만들어 전국적 주목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극우 정치세력은 오래전부터 정치 그 자체보다 유튜브 조회수와 팬덤 동원 효과를 더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김현태와 전한길의 결합은 현실 정치 참여라기보다 거대한 정치 콘텐츠 생산 프로젝트에 가깝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자극적 발언, 충돌 장면들은 극우 유튜브 생태계의 핵심 소비재가 된다.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자극만 남는다. 정책은 증발하고 분노만 확대된다. 계양을은 그렇게 ‘콘텐츠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모호한 태도다.
당 차원에서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중대한 정치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반이재명 정서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극단 정치와 음모론 세력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수정당이 민주주의 질서 수호보다 정치적 단기 이익에 매달릴 경우, 극우 정치세력은 더욱 빠르게 제도권 내부로 침투하게 된다.
이미 한국 사회는 극단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경험해 왔다.
광장 정치와 유튜브 정치가 결합할 때 사회는 이성보다 증오에 휘둘리기 시작한다. 정치인은 정책 경쟁보다 적개심 동원에 몰두하게 되고, 시민은 사실보다 분노에 반응하게 된다. 지금 계양을에서 벌어지는 흐름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특히 “이재명 정권 타도”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방식도 심각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 비판은 자유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구성된 합법 정부를 ‘무너뜨려야 할 대상’처럼 규정하며 정치적 적개심을 부추기는 언어는 민주주의 경쟁 질서를 위협한다.
더구나 그 발언의 주체가 계엄 가담 혐의로 재판받는 인물이라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전한길 씨의 정치 행보 역시 본질적으로는 ‘극우 팬덤 정치의 산업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과거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정치권 주변을 맴돌며 조회수와 후원금을 확대했던 흐름이 이제는 아예 선거판 자체로 들어오고 있다.
정치가 공적 책임의 영역이 아니라 팬덤 비즈니스로 변질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피폐해진다.
이번 지방선거가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지역 현안이 완전히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수도권 균형발전, 원도심 침체, 청년 일자리, 교통 인프라, 산업 구조 전환 같은 현실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선거판은 계엄, 음모론, 특검 정쟁, 극우 유튜브 콘텐츠에 잠식되고 있다.
시민 삶은 사라지고 정치 진영 전쟁만 남는 구조다.
민주당 역시 이 상황을 단순히 반사이익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극우 정치의 등장 자체를 민주주의 위기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진영 대결로 소비하는 순간 오히려 극우 정치세력의 존재감만 키워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사실 검증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분명한 기준 제시다.
인천 시민들 역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 재편이 아니다. 민주주의 질서를 지킬 것인지, 혐오와 선동의 정치를 용인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적 판단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계양을에 등장한 ‘전한길 정치’는 단순한 유튜브 정치인의 출현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어디까지 극단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
계엄 혐의 피고인이 민주주의를 말하고, 극우 유튜브 팬덤이 그것을 정치 콘텐츠로 소비하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민주주의 풍경이 아니다.
인천이 극우 정치 실험장의 무대로 남을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상식을 지켜낼지는 이제 시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