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노란 리본, 기억을 넘어 공동체를 묶는 ‘생명의 끈’

-세월호 이후 12년, 안산에서 시작된 회복의 서사와 피해자 주체성의 재발견



-추모를 넘어 일상으로… 안전 교육과 기억의 사??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4/16 [07:15]

세월호 노란 리본, 기억을 넘어 공동체를 묶는 ‘생명의 끈’

-세월호 이후 12년, 안산에서 시작된 회복의 서사와 피해자 주체성의 재발견



-추모를 넘어 일상으로… 안전 교육과 기억의 사??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4/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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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9주기 추모식' 행사 모습(사진제공=인천시청)     하상기 기자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세월호의 시간은 멈췄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 시간은 이전과 전혀 다른 결을 갖는다.

 

한 사람의 일상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된 시간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의 윤리를 묻는 시계가 된다. 김정해 씨의 이야기는 그 시계가 어떻게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노란 리본은 더 이상 단순한 추모의 표식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를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안전벨트’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단순한 개인의 회복 서사로 읽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이 서사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완결하지 못한 질문을 다시 끌어올린다. 우리는 재난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기억은 어떻게 사회의 구조로 이어지는가.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기억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기억은 구조가 되어야 하고, 제도가 되어야 하며,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김정해 씨가 마을 안전 강사가 된 선택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억이 교육이 되고, 교육이 공동체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것이야말로 ‘추모의 사회화’라고 부를 수 있는 과정이다.

 

안산은 그 과정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다. 그러나 동시에 상처가 가장 깊게 남은 공간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의 관심은 점차 옅어졌지만, 내부의 기억은 오히려 더 깊게 가라앉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억의 고립’을 막는 구조다. 안산은 더 이상 ‘참사의 도시’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억을 기반으로 한 ‘안전의 도시’, ‘연대의 도시’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산이 해야 할 첫 번째 선언은 분명하다. 재난 피해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회복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김정해 씨가 보여준 것처럼, 피해자는 단순히 치유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다.

 

동료지원가 제도 확대, 재난 경험자 기반 교육 시스템 구축, 지역 커뮤니티 내 상호 돌봄 네트워크 강화는 이러한 선언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생활 속 안전’을 도시의 핵심 정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안전은 주로 대형 재난 대응 체계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안전은 골목, 횡단보도, 스마트폰 속 사기 문자 같은 일상적 위험에서 시작된다. 마을 안전 강사 모델을 제도화하고, 학교와 복지관,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생활 안전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이벤트가 아니라 루틴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억의 공간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이 기념일과 추모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안산 곳곳에 살아있는 기억의 장치를 심어야 한다. 단순한 추모 조형물이 아니라, 교육과 체험등이 이루어지는 복합적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안전을 배우고, 어른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억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인천 역시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은 항구 도시이자 물류의 중심지이며, 동시에 해양 안전의 최전선이다. 세월호 이후 인천이 해야 할 선언은 ‘해양 안전 수도’로의 전환이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정책과 투자, 교육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수준의 변화여야 한다.

 

인천은 해양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시민 참여형 구조 훈련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항만과 연계한 국제 안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해양 안전 허브로 자리 잡는 전략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선박 운항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등은 신뢰 회복의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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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교육청,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주간 운영     조성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도시가 공유해야 할 태도다. 그것은 ‘책임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재난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그 책임 역시 공동의 것이어야 한다. 기억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대응을 나누는 사회. 그 사회는 더 이상 재난을 외부의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김정해 씨의 말처럼, 피해자가 피해자를 보듬는 과정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서로의 상처를 연결하는 순간, 고통은 고립되지 않고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흐름은 공동체를 다시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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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교육청,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주간     조성화

 

노란 리본은 바람에 흔들리는 얇은 천이 아니다. 그것은 끊어질 듯 이어진 삶들을 다시 묶어내는 실이다. 안산과 인천이 해야 할 일은 그 실을 더 굵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억을 제도로, 슬픔을 책임으로, 그리고 상실을 연대로 바꾸는 일. 그 작업이 완성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잊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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