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역사

초대 재무장관으로서 미국 경제 시스템의 기초를 세운 해밀턴의 삶과 유산



카리브해의 고아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성장한&nbs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1/21 [08:55]

달러의 역사

초대 재무장관으로서 미국 경제 시스템의 기초를 세운 해밀턴의 삶과 유산



카리브해의 고아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성장한&nbs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1/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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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달러화 사진    

 

미국 사람들은 달러 지폐를 가끔 '죽은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표현은 미국 화폐에 인물들의 초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부분도 있다.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망했음이 사실이지만, 그들 모두가 대통령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지폐 중 하나인 100달러권에 등장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대통령직을 역임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업적과 영향력은 대단했으며,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으로, 새롭게 탄생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1789년 당시 나이가 많았고, 조지 워싱턴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았지만, 만약 도전했다면 대통령 후보로서 유일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의외의 인물로 꼽히는 이는 10달러 지폐의 주인공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해밀턴 역시 대통령직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프랭클린과 유사하다. 하지만 프랭클린과 달리 해밀턴은 인생 자체가 전설로 남을 정도의 업적을 남긴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미국 초대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며 현대 미국 경제 시스템의 기초를 설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789년, 당시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2년 후인 1791년에 '제조업 분야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갓 태어난 미국의 경제 발전 전략을 담고 있었고, 그는 당시 미국의 유치 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의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호 무역주의와 사회 간접 자본 투자, 금융 시스템 육성, 국채 시장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보고서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전략이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해밀턴의 보호주의적 경제 전략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해밀턴이 현대의 개발도상국 재무장관이었다면, 그는 미국 재무부, IMF,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은 해밀턴뿐만 아니라 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에게 해당된다.

 

1달러 지폐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담겨 있다. 워싱턴은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영국산 고급 옷감 대신 코네티컷에서 제작된 미국산 옷을 입겠다고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행위는

 

오늘날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정부 조달 투명성 규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다. 또한 워싱턴이 해밀턴을 초대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워싱턴은 독립전쟁 당시 해밀턴의 능력을 직접 목격했고,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달러 지폐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이 등장한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고율의 관세를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5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율리시스 그랜트 또한 남북전쟁의 영웅으로, 대통령 재임 중 영국의 자유무역 압력에 저항하며 "200년 정도 보호무역을 통해 그 장점을 충분히 누린 뒤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발언을 남겼다.

 

프랭클린은 해밀턴의 유치 산업 보호론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당시 미국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주장했다. 이러한 보호주의적 태도는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했던 억만장자 정치인 로스 페로의 논리와도 유사하다.

 

2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토머스 제퍼슨은 해밀턴의 보호주의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는 아이디어는 공기와 같아서 누구의 소유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특허 제도에도 반대했다. 현대 경제에서 특허와 지적 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흐름과는 상반되는 입장이었다.

 

2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앤드루 잭슨은 ‘보통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고 재정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잭슨 역시 높은 관세 정책을 유지했으며, 외국 자본의 개입을 제한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잭슨은 미국 정부가 20%의 지분을 소유한 공영 은행의 허가를 취소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지분 비율이 30%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의 자유시장 경제를 숭상하는 관점에서는 모두 문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각자의 시대에서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안정을 위해 독자적인 정책과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들이 해밀턴과 링컨, 워싱턴의 얼굴이 담긴 지폐로 일상을 영위하며, 그들의 유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죽은 대통령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이야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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