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의 딜레마..인플레이션 억제의 함정

고용 불안의 그림자...노동 시장 유연화의 명암



금융 위기의 빈발... 자유로운 자본 이동의 대가



인플레이션 억제의 함정...&n

조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2/05 [10:21]

낮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의 딜레마..인플레이션 억제의 함정

고용 불안의 그림자...노동 시장 유연화의 명암



금융 위기의 빈발... 자유로운 자본 이동의 대가



인플레이션 억제의 함정...&n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4/12/05 [10:21]

지난 30여 년간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자유시장 정책의 확산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거시경제 안정의 척도로 자리 잡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안정보다는 불안정한 삶의 환경이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고용 불안정과 잦은 금융 위기는 이러한 경제 정책의 명암을 극명히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 경제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자본 이동 자유화, 그리고 노동 시장 유연화를 핵심 기조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려는 정책이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명목 수익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기에 금융 투자자들에게 유리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실제로 1980년대 선진국들에서 나타난 높은 실업률은 긴축적 거시경제 정책의 결과였다. 1990년대 이후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노동자들이 겪는 비자발적 고용 종료와 단기 고용 비율은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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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전통시장 찾아 설명절 장바구니 물가 점검

 

또한 노동 시장 유연화를 이유로 고용과 해고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일자리의 성격과 강도가 급격히 변화했고,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노동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영국의 조지프 라운트리 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 노동자의 약 3분의 2가 작업 강도와 속도의 증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경제 효율성을 높이려는 정책이 노동자들의 삶에 부담을 가중시킨 예이다.

 

한편, 금융 위기의 빈발은 세계 경제 불안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금융 위기를 겪은 나라의 비율은 약 5~10%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이 비율은 20%로 증가했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는 35%에 이르렀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성공했음에도 금융 위기가 빈발한 것을 보여준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 대학의 카르멘 라인하트는 금융 위기의 빈발이 자본의 자유로운 국제 이동 허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의 노동 시장 변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선진국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무역 자유화로 인해 안정적인 ‘공식’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불안정한 ‘비공식’ 부문의 일자리 비율이 늘어났다. 이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경제적 불안을 심화시켰다.

 

물가 안정이 경제 안정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불안정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사람들의 삶을 흔드는 주요 사건은 물가 상승보다 일자리 상실, 일의 성격 변화, 금융 위기 등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개인과 가족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는 역사적으로 물가 상승이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준다. 1920년대 독일에서는 6개월 사이 생활비가 16배 상승했고,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러 1923년 11월 새로운 화폐가 도입되기 전까지 물가가 100억 배 상승했다.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불신을 낳아 나치당의 부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으로 여겨지며, 2차 세계대전의 간접적 원인으로도 평가된다. 이처럼 하이퍼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재앙일 뿐 아니라 정치적 재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인플레이션이 동일하게 나쁜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1970년대 평균 20%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음에도 연평균 7%의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을 기록했다. 브라질 또한 1960~1970년대 평균 42%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세계적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극도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브라질은 1990년대 실질 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했지만,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1.3%로 하락했다.

 

결국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려는 정책이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불안,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유시장 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삼은 거시경제의 안정이 실제로는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에서 벗어나, 고용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경제 정책이 요구된다. 경제적 안정은 단순히 물가 지표로 측정될 수 없는 복합적 요소이며,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진정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 정책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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