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교제(데이트) 폭력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전 연령층에 만연한 범죄

교제 폭력의 증가와 연령대 확산

교제 폭력 신고와 처벌 현황

법적·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4/06/07 [12:56]

[칼럼]교제(데이트) 폭력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전 연령층에 만연한 범죄

교제 폭력의 증가와 연령대 확산

교제 폭력 신고와 처벌 현황

법적·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4/06/07 [12:56]

헤어지자는 이별 요구에 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이 끝모르게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교제(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흉악·흉포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6일 발생한 ‘의대생 살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 관계였던 60대 여성과 그녀의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60대 남성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망한 여성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 흉기를 휘둘러 모녀를 살해하고 도주 13시간 만에 체포됐다. 특히 고령화 추세 속에서 주로 젊은 층에서만 발생하던 ‘교제(데이트) 폭력’이 최근에 중·노년층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교제(데이트) 폭력’이 특정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전 연령층에 걸쳐 일반화한 범죄라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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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데이트) 폭력’은 연인 또는 헤어진 연인 관계라는 특성상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으며 지속적·반복적인 폭력행위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20·30대 젊은 층 일부의 범죄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5월 26일 김미애 국회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접수된 ‘교제(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만 5,96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검거된 인원은 4,395명으로 이들 중 구속된 비율은 1.87%(82명)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3,006명, 감금·협박 404명, 성폭력 146명, 기타 경범죄 등이 839명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교제(데이트) 폭력’ 피의자 수는 2019년 9,823명에서 2020년 8,951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에 1만 538명, 2022년 1만 2,828명, 2023년 1만 3,939명으로 증가 추세다. 5년 만에 1.42배나 급증했다. 최근 5년간 검거된 피의자 총 5만 6,079명 중 구속된 비율은 2.21%(1,242명)인데 올해는 1.87%(82명)로 구속률이 외려 0.34%포인트 더 감소한 셈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분석을 보면, 2022년 9월 기준 ‘교제(데이트) 폭력’ 피의자 연령층은 20대가 36.8%로 가장 높지만, 30대 25.6%, 40대 17.9%, 50대 12.2%, 60대 4.1% 등으로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특히 40~60대가 34.2%(40대 17.9% + 50대 12.2% + 60대 4.1%)에 이르러 가장 비율이 높은 20대(36.8%)에 맞먹고, 30대(25.6%)보다 훨씬 높아 더는 나이를 가리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교제(데이트) 폭력’이 전 연령층에 걸쳐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제화하여 ‘교제(데이트) 폭력’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령은 아직도 없다. ‘교제(데이트) 폭력’은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면 가정폭력을 다루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스토킹 행위가 입증되지 못하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 조처도 받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접근금지·분리조치 등이 불가능하다. 또 일반 폭행 사건과 같이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교제(데이트) 폭력’의 특성상 가해자의 회유·협박 등으로 범행이 곧잘 은폐되고 있거나 알게 모르게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데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교제(데이트) 폭력 특례법」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등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는 ‘교제(데이트) 폭력’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야만 한다. 또 ‘교제(데이트) 폭력’은 상대를 독립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에서 출발하는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이렇듯 ‘교제(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제(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는 널리 쓰이고 있을 뿐 법적으로 규정된 용어도 아니다. 연인을 폭행해도 일반 폭행죄가 적용된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이유’에 있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마음보다는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보복의 두려움이 작용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수사 기관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제(데이트) 폭력’ 출동 중 절반 이상은 범죄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고 현장에서 종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년간 검거된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이 2.21%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교제(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교제(데이트) 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교제(데이트) 폭력’을 더는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나 애정 투정이 아닌 엄연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 차별적 인식의 대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반의사불벌 원칙을 없애고, 가정폭력처럼 긴급히 응급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특례법 제정이 시급하다. 특히 ‘교제(데이트) 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형량을 대폭 증가시키는 가중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하여야 한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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