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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고스톱' 친다면 어떤 스타일 일까?

"울퉁불퉁 못 생겨도 맛만 좋은 데 왜 ‘뚱딴지’라고 했는지.."

채수경 시사칼럼 | 기사입력 2009/07/04 [12:36]

DJ가 '고스톱' 친다면 어떤 스타일 일까?

"울퉁불퉁 못 생겨도 맛만 좋은 데 왜 ‘뚱딴지’라고 했는지.."

채수경 시사칼럼 | 입력 : 2009/07/04 [12:36]
초복이 열흘도 더 남았건만 무더위는 어느 새 뒤통수까지 접근한 듯하다. 일이 안 풀릴 때마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스트레스와 함께 머리통을 찌른다. 그럴 때마다 부실한 이빨이 바닷가 빈집의 싸릿문처럼 흔들흔들, 이빨로 씹지 않아도 되는 담배와 술로 자꾸 손이 가는 가운데 시인 서정주가 ‘꽃밭의 독백’에서 읊었듯이 활로 잡은 산돼지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입맛을 잃은 지 오래다.

어제도 아내가 입맛을 돋워준답시고 닭도리탕을 끓여줬지만 닭 뼈다귀 관절 부분 힘줄을 씹기가 싫어 푸석푸석한 감자만 먹으면서 사는 게 참 뚱딴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로서 학명이 ‘Helianthus tuberosus’인 ‘뚱딴지’는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뿌리에 울퉁불퉁한 못 생긴 덩이줄기를 키워 ‘돼지감자’라고 불리지만 감자는 감자이므로 생김새는 달라도 성분은 여느 감자와 다를 바 없을 터, 요즘 감자를 많이 먹고 있기에 뚱딴지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굶어죽으면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도 낭만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남한이나 서방세계에는 무시무시한 로켓 발사 기지로만 알려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한자표기는 ‘물이 곧게 일어나 춤추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舞水端里’, 가장 높은 곳이 해발 500m나 되는 절벽들이 솟아 있고 거기에 밀려와 부딪치는 파도가 곧게 일어서 춤을 추는 같은 모습이 절경이어서 1980년 천연기념물 312호로 지정됐다.

거기서 근무하는 미혼남녀가 눈이 맞았다면?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무수단 꼭대기에 올라가 하늘로 치솟는 로켓을 바라보며 “우리의 사랑도 저 로켓처럼 쭉쭉 천만리를 뻗어나갈 거야”하고 손을 꼬옥 잡으면서 뽀뽀했을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사는 곳에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므로, 6자회담이 깨져도 남녀간의 사랑은 깨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학창 시절 어떤 아가씨에게 반해 가슴 두근거리면서 작업(?)을 해본 적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보고 싶어 지금 당장 그대 곁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이 밤의 장벽이 앞을 가로 막아 이렇게 편지나 쓰고 있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거나 “봉선화 꽃물 들인 그대의 치마가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내 마음 또한 펄럭였었다”는 등의 닭살 돋는 연애편지를 쓰는 대신 “나랑 연애 할래 안 할래?”하고 그 작은 눈으로 째려봤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국민을 섬기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정권 비판하면 모조리 잡아들이고 고소하고 경찰 특공대 방패로 찍어 누르고 있음에 상대방 배려해야 작업이 성공하는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소통문제 운운하면서 ‘대한늬우스’ 부활시킨 것도 그런 이 대통령의 억울한 이미지를 개선해보자는 것이겠지만 시장통 목도리에 속고 비정규직 해고 선풍에 우는 국민들이 잘 넘어갈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가슴에서 진실한 감동이 우러나오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정부의 반대로 추도사도 못한 채 미망인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초상집에서 밤샘을 할 때 고스톱을 칠까? 친다면 광을 파는 타입인지 아니면 청단 초단 껍데기 들고 보초서는 타입인지 궁금하다.
 
3일 출간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추천사를 통해 공개된 추도사 내용 가운데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호소하는 대목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정권과 보수꼴통들과 족벌언론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서 자신이 피바가지 쓸망정 다른 사람에게 피해 덜 주겠답시고 쓸모없는 오동 광 끝까지 들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뚱딴지같은 세상에서는 뚱딴지로 사는 게 속 편하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미국의 건국정신을 되새겨보기는 커녕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가 바비큐 즐기는 사람들 틈에 묻혀 뚱딴지를 새까맣게 구워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울퉁불퉁 못 생겨도 맛만 좋은 데 왜 ‘뚱딴지’라고 했는지를 양념으로 곱씹어보면서.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뉴민주.com(원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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